[뉴스 따라잡기] 감찰관의 기능과 역할

지난 15일 해임된 스티브 리닉 전 미국 국무부 감찰관.

이번에는 뉴스의 배경과 관련 용어를 설명해드리는 ‘뉴스 따라잡기’ 시간입니다. 최근 미국 주요 기관 소속 감찰관들이 잇따라 해임되면서, 뉴스의 중심으로 떠올랐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감찰관들에게 “신뢰가 없다”고 말했는데요. 이들이 관료 조직 내에서 ‘막후 기득권’ 역할을 했다는 백악관 당국자의 언급도 있었습니다. ‘뉴스 따라잡기’, 오늘은 감찰관이라는 직책이 무엇이고, 미국 정부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주요 기관마다 있는 감찰관실”

미국에는 주요 정부 기관마다 감찰관실(Office of Inpector GeneralㆍOIG)이 있습니다. 다른 나라의 ‘감사실’ 같은 역할을 하는데요. 소속 기관의 회계 감사를 담당하는 한편, 갖가지 부조리나 비위를 방지하고, 관련 사건을 조사하는 업무도 맡고 있습니다.

또한 조직 내 비리를 지적하는 ‘내부고발(whistleblowing)’도 접수하는데요. 고발 당사자가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보호하는 임무도 담당합니다. 이 때문에 소속 기관장을 비롯한 상부의 간섭없이, 독립적으로 일 처리를 하는 게 중요합니다.

따라서, 주요 연방 기관 감찰관들은 소속 부처의 장이 아니라, 대통령이 상원 인준을 거쳐 임명하도록 관계 법령에 규정돼 있는데요. 해임할 때도 대통령이 사유를 명시해 의회에 통보해야 합니다.

“감찰관실의 역사”

OIG가 미국 연방정부 기관 내에 처음 생긴 것은 40여 년 전입니다. 보건후생부가 시초였는데요. 의료 복지제도인 ‘메디케어(Medicare)’나 ‘메디케이드(Medicaid)’같이 대규모 예산을 쓰는 사업이 많아서, 부정을 감시하고 조사할 인력을 따로 확보했던 겁니다. 1976년 의회 입법을 근거로 조직을 꾸렸습니다.

2년 뒤인 1978년 ‘감찰관법’이 제정됐습니다. 이에 따라, 관련 조직을 확보한 연방정부 기관이 12곳에 이르게 됐는데요.

현재는 80개 가까운 숫자로 늘었습니다. 보건후생부 외에 국무부, 국방부, 교육부, 에너지부, 법무부, 노동부, 내무부 등에 OIG가 있고요. 중앙정보국(CIA)과 항공우주국(NASA), 그리고 수출입은행(EIB), 연방통신위원회(FCC) 같은 독립기관들도 OIG를 두고 있습니다.

또한 정보기관들을 총괄 담당하는 ‘정보 분야 OIG’도 운영 중입니다. 이들 각 OIG의 총 책임자들을 보통 ‘감찰관'이라고 부릅니다.

“잘 알려진 감찰관들”

이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들어 뉴스의 중심에 선 감찰관들이 몇몇 있습니다. 법무부 소속 마이클 호로위츠 감찰관이 대표적인데요. 지난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 공화당 후보 진영과 러시아 당국이 유착했다는 ‘러시아 추문’ 때문이었습니다.

연방수사국(FBI)이 대선 투표 직전에 이 문제를 수사한 것이, 정치적 동기에서 비롯됐다고 트럼프 대통령 측이 주장했는데요. 호로위츠 감찰관은 자체 조사를 거쳐, ‘FBI 수사 착수는 정당했고 정치적 편견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보고서를 작년 말에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수사 진행 과정에 일부 실무적인 잘못은 있었다고 밝혔는데요. 이 문제를 설명하기 위해, 호로위츠 감찰관이 상원 법사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하기도 했습니다.

[녹취: 호로위츠 법무부 감찰관] “We found that no one is responsible for…”

불법적인 수사에 책임질 사람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청문회 증언, 들으셨는데요. 당시 호로위츠 감찰관의 말 한마디, 한마디를 공화-민주 양당이 각자 유리한 쪽으로 해석하면서, 정치적인 공방이 몇 주 동안 계속되기도 했습니다.

“탄핵 사태로 이어진 감찰 업무”

감찰관의 활동이 대통령 탄핵 소추로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정보 분야 OIG를 맡았던, 마이클 앳킨슨 감찰관의 사례인데요. 작년 7월 트럼프 대통령과 우크라이나 대통령 사이 전화 통화에 문제가 있었다는 내부 고발 문건을 의회에 전달한 인물이 바로 앳킨슨 감찰관입니다.

수개월 동안 미국 정가를 흔든, 탄핵 정국의 시작점을 제공한 인물이 앳킨슨 감찰관이었던 셈인데요.

민주당은 해당 문건을 바탕으로, 대통령 탄핵 소추안을 발의했습니다. 지난 연말,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는 하원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을 승인했는데요. 올해 초 공화당이 다수당인 상원은 탄핵안을 최종 부결했습니다.

[녹취: 트럼프 대통령] “He took a whistleblower report which turned out to be a fake report. It was fake…”

앳킨슨 감찰관이 허위 사실을 담은 문건을 의회에 전달했고, 그 결과 부당한 탄핵 소추가 진행됐다고 트럼프 대통령은 주장했는데요. 결국 앳킨슨 감찰관을 지난달 초 해임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결정을 의회에 통보하면서 “더 이상 신뢰가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앳킨슨 감찰관은 ‘보복’이라며 반발했습니다. 자신은 직무상 책임을 충성스럽게 수행해왔다고 강조했는데요. 신뢰를 잃었다는 대통령의 말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국무부 감찰관 해임 논란”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국무부 감찰관을 해임하면서도 같은 말을 했습니다. 스티브 리닉 감찰관에게 “더는 신뢰가 없다”고 의회에 통보했는데요.

민주당이 주도하는 하원 정보위원회 측은 리닉 감찰관이 ‘보복 인사’를 당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리닉 감찰관이 해임 직전까지 마이크 폼페오 국무장관의 비위를 조사 중이었다는 보도가 의회 소식통의 증언을 바탕으로 나왔는데요. 반려견 산책이나 세탁물 회수, 음식점 예약 같은 개인 심부름을 폼페오 장관이 국무부 직원에게 시켰다는 내용입니다.

이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은 18일, 폼페오 장관의 감찰관 해임 건의를 자신이 받아들인 것이라고 언론에 밝혔습니다.

“공화당 일각의 비판”

잇단 감찰관 해임에 대해, 집권당인 공화당 내부에서도 비판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리닉 감찰관과 앳킨슨 감찰관을 포함해, 지난달부터 해임이 발표된 주요 기관 감찰관이 네 명째인데요. 이처럼 “감찰관 여러 명을 (단기간에) 해임하는 것은 전례 없는 일”이라고 밋 롬니 상원의원이 트위터에 적었습니다.

또한 해임 사유도 구체적이지 않다고, 척 그래슬리 의원은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백악관 측은 정당한 인사 조치라고 반박했습니다. “우리는 소위 ‘딥 스테이트(Deep State)’에 대해 막대한 문제를 갖고 있다”고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이 언론 인터뷰에서 강조했습니다.

‘딥 스테이트’는 막후에 숨은 기득권 세력을 뜻하는 말인데요. 해임된 감찰관들을 비롯해, 현 정부 관료 조직 내에 트럼프 대통령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고 나바로 국장은 주장했습니다.

현 정부 주요 기관 감찰관 중에 상당수가 이전 바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임명된 인물이기 때문에, 이렇게 언급한 것으로 보입니다.

“특별감찰관실”

개별 부처에 소속되지 않은, 특별감찰관실도 있습니다. 주요 현안에 대응하기 위한 장치인데요. 지난 2012년 출범한 ‘아프가니스탄 재건(Afghanistan Reconstruction)’ 특별감찰관실이 대표적입니다.

올해 3월에는 ‘팬데믹 회복(Pandemic Recovery)’ 특별감찰관실도 설치됐는데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에 관한 구제ㆍ 지원자금 집행을 관리ㆍ감독하는 게 주요 업무입니다.

의회를 통과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관련 예산법규와 함께, 특별감찰관실 출범도 공식화됐는데요. 현재 책임자는 공석입니다.

과거 출범했다가 임무를 마치고 해산된 특별감찰관실로 ‘이라크 재건’, ‘파나마 운하 위원회’ 담당 등이 있습니다.

마이크 폼페오 미국 국무장관.

뉴스 속 인물: 마이크 폼페오 미 국무장관

최근 뉴스의 화제 인물을 소개하는 ‘뉴스 속 인물’ 시간입니다. 오늘 주인공은마이크 폼페오 미 국무장관입니다.

스티브 리닉 국무부 감찰관이 해임 직전까지 장관 비위를 조사하고 있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마이크 폼페오 국무장관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국무부 직원에게 개인 심부름을 시켰다는 논란 때문인데요. 트럼프 대통령은 폼페오 장관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방어했습니다.

[녹취: 트럼프 대통령] “Maybe he’s negotiating with Kim Jong Un, okay? About nuclear weapons...”

“아마 그(폼페오 장관)가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과 핵무기 문제를 협상 중이었을 것이다. 그동안 보좌진에게 개를 좀 산책 시켜 달라고 했을 수 있는 것 아니냐”는 말인데요.

중요한 업무로 바쁜 폼페오 장관을 상대로, 민주당과 ‘가짜 뉴스’ 매체들이 부당한 정치 공세를 벌이고 있다고 트럼프 대통령은 18일 백악관 출입 기자들에게 강조했습니다.

폼페오 장관에 대한 높은 신임을 재확인한 건데요. 폼페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신뢰하는 각료 중의 한 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업무 수행 중에 이견을 거의 드러내지 않고, 대통령의 국정 추진 방향을 충실하게 뒤따르는 것으로 주요 언론이 파악하고 있습니다.

만 56세인 폼페오 장관은 관료가 되기 전에, 강경 보수 성향 정치인이었습니다. 캘리포니아주에서 태어나, 캔자스주로 이주한 뒤 연방 하원의원으로 3선을 했는데요.

지난 2016년 공화당 내 대선주자 경선에서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을 지지했지만, 트럼프 후보가 확정된 뒤로는 의회 내 가장 적극적인 지지자 중의 한 명이 됐습니다.

2017년 트럼프 행정부 출범과 함께 중앙정보국(CIA) 국장으로 발탁됐는데요. 이듬해 봄, 렉스 틸러슨 전 장관에 이어 현 정부 두 번째 국무장관이 됐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개 석상에서, 폼페오 장관을 가리켜 “똑똑한 사람(smart guy)”이라고 여러 차례 말했습니다. 실제로 폼페오 장관은 미국 사회의 엘리트 코스를 밟았는데요.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하버드 법률전문대학원까지 나왔습니다.

국무장관 이후에는 캔자스로 돌아가, 연방 상원의원에 출마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여러 차례 나왔었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의 여전한 신뢰가 확인되면서, 폼페오 장관의 향후 행보가 어느 방향으로 갈지 주목됩니다.

뉴스 따라잡기, 오늘은 미국 정부 기관에서 감찰관들의 역할에 대해 살펴봤고요. 뉴스 속 인물로 마이크 폼페오 미 국무장관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지금까지 오종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