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김근삼 기자, 북한의 연평도 공격 이후 미국과 한국은 중국이 북한의 도발 행위에 대해 강력한 입장을 취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데요, 중국은 이런 요구를 거부하고 있지 않습니까. 왜 그런 겁니까?
답) 전문가들의 견해를 종합해보면, 중국의 입장에서는 전략적 차원에서 북한의 안정과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중국은 6.25 전쟁 참전을 시작으로, 소련 붕괴 이후에도 북한의 가장 가까운 우방국임을 자처하면서, 북한이 위기에 처했을 때마다 경제적, 외교적 지원을 해왔는데요. 북한의 지난 3월 천안함 공격, 또 이번 연평도 공격 이후에도 북한을 비난하는 국제사회의 일치된 목소리에 보조를 맞추지 않고, 북한을 감싸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겁니다.
문) 전략적으로 어떤 중요성이 있다는 건지,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시죠?
답) 중국의 입장에서 가장 원하지 않는 시나리오는, 현재의 북한 체제가 붕괴되고 한국처럼 미국이나 서방세계와 더 가까운 정부가 들어서는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중국은 경제적으로나 군사적으로 눈부신 성장을 했고, 이제는 미국과 함께 세계의 두 강대국으로 불리고 있지만, 동시에 아시아 지역에 대한 영향력을 넓히려는 미국과의 대립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은 동아시아 지역에서 자국의 영향력이 가장 크게 작용하고, 또 미국을 적대시하고 있는 북한의 존재가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설사 북한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북한의 행동을 더욱 고립시키고 북한 체제를 위험에 처하게 만들 입장은 취하기 어렵다는 것이죠.
문) 그러니까, 중국의 입장에서는 북한 체제 안정이 중요하고, 북한 체제가 더욱 고립되고 어려움에 처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이번 사태에서도 소극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는 건가요?
답) 그렇습니다. 만약 북한이 국제사회에서 더욱 고립되고 내부의 불안까지 겹쳐 체제의 불안 사태가 발생한다면, 현재 북한 체제 아래서 중국이 누리고 있는 영향력에도 어떤 변화가 생길지 알 수 없는 일일 테니까요. 물론 북한의 불안 사태로 발생할 수 있는 북-중 국경지대의 대량 탈북 사태, 또 중국의 경제적 손실 등도 중국이 북한의 안정을 원하는 이유가 되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이런 전략적 차원의 영향력 유지라는 게 대부분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문) 중국이 과거 북한의 1차 핵실험 이후에는 유엔 안보리 제재에 동참하고, 지원도 일시적으로 중단하는 등 압박을 가했던 사례가 있는데요. 하지만 최근에는 북한의 명백한 도발에도 불구하고, 북한을 옹호하고 있지 않습니까?
답) 일부에서는 북한이 경제난에 이어 최근 권력 승계라는 과도기적 상황에 돌입하면서, 중국이 더욱 조심스런 입장을 취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북한의 불안 사태를 최대한 피하면서, 동시에 과도기적 상황에서 최대한 영향력을 유지하려 한다는 분석입니다.
문) 최근 일부 중국 언론들은 미국이나 한국이 요구하는 것처럼, 중국 정부가 북한의 도발을 막을 만큼 큰 영향력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내용의 글도 싣고 있는데요. 이런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답) 그런 측면도 배제할 수는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중국은 북한의 핵 무장을 원치 않고, 또 북한이 중국과 비슷한 형태의 경제 개방을 추진하기를 원하고 있다는 것도 분명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이를 너무 강하게 압박할 경우 오히려 북-중 관계를 해치고, 결국 북한의 체제 불안 사태로 연결될 수 있다는 우려도 갖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상황이 이런 만큼 중국으로서는 북한의 안정이 더욱 시급하고, 현재와 같은 소극적인 입장을 취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중국은 북한의 지난 3월 천안함 공격에 이어 연평도 공격에 대해서도, 북한을 비난하기 보다는 오히려 감싸는 듯한 태도를 취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이런 태도는 북한의 불안 사태를 막고, 동시에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계속 유지하려는 계산에서 나온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