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헤이든 전 CIA 국장, “북한 추가 군사도발 가능성”

VOA와 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마이클 헤이든 전 CIA 국장

중국이 북한을 압박하지 않는 한 북한이 연평도 포 사격에 이어 또다시 군사 도발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마이클 헤이든 전 미국 중앙정보국장이 말했습니다. 헤이든 전 국장은 이번 사태의 배경과 관련해 북한이 권력승계 과정을 공고화하고 국제사회로부터 양보를 얻어내기 위해 위기를 조성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헤이든 전 국장은 23일 미국의 소리방송과 가진 단독 인터뷰에서 이 같은 견해를 밝혔습니다.

헤이든 전 국장은 지난 1999년부터 2005년까지 국가안보국장을 거쳐 2006년부터 2009년 초까지 중앙정보국장을 지낸 인물로 미국 내에서 손꼽히는 정보통입니다. 김연호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문) 미국의 보즈워스 대북특사가 북한의 우라늄 농축시설 공개에 대해 또 다른 도발이기는 하지만 위기 상황은 아니라고 했습니다. 바로 그 다음날 북한은 연평도에 포 사격을 했습니다. 현 상황을 어떻게 규정하시겠습니까?

답) 보즈워스 특사가 왜 그런 말을 했는지는 이해할만합니다. 인위적으로 위기를 조장하고 싶지 않았던 거죠. 심각한 상황이기는 하지만 위기는 아니라는 판단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뒤 북한의 연평도 포 사격으로 한국 해병 두 명이 숨졌습니다. 보즈워스 특사가 위기 상황이 아니라고 말한 이유는 사실이 그랬고 북한이 상황을 위기로 몰고 가고 싶어했기 때문입니다. 우라늄 농축 시설 공개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었던 북한이 끔찍한 짓을 한 겁니다. 사태가 통제불능사태로 비화되지 않은 게 정말 다행입니다. 이번 사태는 북한이 얼마나 무책임하고 얼마나 위기상황을 바라고 있는지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문) 북한은 한국을 겨냥해 올해 들어서만 벌써 두 번의 군사도발을 했습니다. 천안함 공격과 연평도 포 사격이 그것인데요, 이런 군사도발이 군사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억제돼지 못한 이유는 뭐라고 보십니까?

답) 좋은 질문입니다. 이건 아주 심각한 사안인데요, 제가 보복공격을 하자거나 무력충돌을 확대하자고 주장하는 게 아니라는 점을 먼저 밝혀두고 말씀 드리자면, 북한은 이런 종류의 도발을 저지르고 빠져나가는 게 너무 일상화돼 있습니다. 그래서 군사도발을 해도 어떤 결과가 뒤따를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겁니다. 천안함 사건의 경우 북한이 당했던 최악의 결과는 유엔 차원의 가벼운 비난이었고 이마저도 북한이 직접 거명되지 않았습니다. 제가 98년 주한미군과 유엔군사령부 부참모장으로 근무할 당시 동해로 침투하려던 북한 잠수정이 나포됐을 때도 북한에 특별한 결과가 뒤따르지 않았습니다. 판문점에서 서로 언성을 높이는 정도였습니다. 제가 군사적 결과만을 말하는 건 아닙니다. 서방이나 한국이 대북 지원을 축소해도 중국이 그 부족분을 채워줬습니다. 이런 일들로 인해 북한이 언제든 군사도발을 할 수 있다고 여기는 상황이 초래된 겁니다.

문) 북한이 권력승계 과정에 있기 때문에 한반도 상황이 앞으로 불안정해질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북한의 추가 군사도발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십니까?

답) 예상이란 말을 써야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북한의 추가 군사도발을 우려합니다. 북한이 비슷한 행동을 계속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천안함 사건이 있었고 우라늄 농축시설을 공개해서 긴장을 고조시키고 한국의 공격이 없었는데도 연평도에 포 사격을 했습니다. 중국이 북한을 압박하지 않는 한 추가 군사도발이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상황은 두 가지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북한의 권력승계입니다. 김정은에게는 권력 장악을 과시하고 김일성만큼이나 강력한 위치에 있음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입니다. 두 번째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국제사회로부터 충분한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럴 경우 북한은 상황을 더 위험하게 몰고 가서 위기감을 불러일으키는 모습을 보여왔습니다. 북한은 관련 당사국들이 대북 협상에 뛰어들기를 바라고 있을 겁니다. 그 동안 경수로 건설, 중유 공급, 금강산 관광 같은 여러 현안들과 관련해 북한과 합의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북한이 어떤 합의를 맺는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합의라는 걸 빌려주고 돈을 받았을 뿐입니다. 지금 북한은 뭔가 하겠다거나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대가로 돈을 내라고 다시 요구하고 있습니다. 위기를 조장해서 더 많은 양보를 요구하고 있는 겁니다.

문)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상태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답) 김정일 위원장의 뇌졸중은 아주 심각한 사건이었습니다. 이 일로 김정일 위원장의 몸이 약해졌고 그래서 권력이양을 서두른 것으로 보입니다. 김 위원장이 김정은의 권력을 공고화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쉽지는 않을 겁니다. 김정은은 매우 어리고 경험도 부족합니다. 북한은 위기 조장이라는 전형적인 수법을 통해서 김정은이 미국이나 한국에 대항할 전사로서 후계자의 가치가 있음을 증명하려는 겁니다.

문) 북한의 우라늄 농축 시설 공개와 관련해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은 영변이라는 특정한 시설에 관해 알지 못했다는 점에서 새로운 소식이었다. 이렇게 말했습니다. 일부에서는 미국 정보기관들이 실수를 해서 일을 그르쳤다는 지적을 하고 있습니다. 이 문제를 어떻게 보십니까?

답) 미국 정보기관이 일을 그르친 건 아닙니다. 제가 미 중앙정보국장 재직 시절에 북한이 우라늄 농축계획을 갖고 있냐는 질문을 받았다면 제 대답은 ‘그렇다’였을 겁니다. 사실 이를 뒷받침할 좋은 증거가 있었습니다. 행정부 안에서 제기됐던 논쟁은 북한이 아직도 우라늄 농축계획을 갖고 있느냐는 것뿐이었는데, 이 역시 그렇다는 게 당시 일치된 의견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게이츠 국방장관이 정확하게 발언한 겁니다. 북한이 우라늄 농축 계획을 갖고 있다는 사실은 놀랄 일이 아니지만, 영변의 건물 안에 농축 시설이 있다는 건 새로운 소식입니다.

문) 그렇다면 미국 정보당국이 농축시설이 있는 건물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탐지하기가 어렵다는 건가요?

답) 북한 내부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아내기는 어렵습니다. 미국이 갖고 있는 수단은 한정돼 있고 북한은 폐쇄된 사회입니다. 북한 사회에 관한 정보를 얻기는 어렵습니다. 가끔은 아주 성공적일 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이번 사안의 경우 미국은 북한의 우라늄 농축 계획을 알고 있었지만 그 시설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습니다.

문) 북한이 영변에 우라늄 농축 시설을 완성하는 과정에서 외국의 도움이 있었다고 생각하십니까?

답) 모르겠습니다. 영변 핵 시설을 방문하고 돌아온 헤커 박사의 설명으로 봐서는 첨단 시설인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북한과 외국간의 협력이 있었는지 의문이 생기게 됩니다. 북한이 파키스탄으로부터 핵 기술을 들여왔다는 추측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북한과 이란이 핵 협력을 한 것 아니냐는 논의가 있습니다. 순전히 추측인 것으로 보이는데요, 어쨌든 미국 정부 안에서 북한과 외국 간의 핵 협력이 있는지에 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문) 북한이 15년 넘게 우라늄 농축 계획을 추구해 왔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북한의 이런 노력이 일부 성공을 거둔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답) 국가는 사람과 같습니다. 무엇에 집중할지 정하는 거죠. 동북아시아 지역에는 비극이지만 북한은 의복을 생산하고 식량생산을 걱정하기 보다는 무기를, 그것도 핵무기를 만들기로 결정했습니다. 북한이 여기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결과 플루토늄 기술을 완전히 습득한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이 고농축 우라늄 기술을 습득했는지 두고 볼 일입니다.

문) 유엔이 북한에 엄격한 제재를 가했고 우라늄 농축 분야도 제재 대상이 됐을 텐데요, 유엔의 대북 제재가 효과적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답) 지난 며칠 동안 언론 보도에 따르면 북한이 우라늄 농축 계획에 필수적인 것들을 해외에서 들여올 수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이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공급처는 누구였는지, 미국이 이를 탐지했는지, 대북 제재를 통해 이를 더 탐지해야 하는 건 아닌지, 이런 의문들이 지금 제기되고 있습니다. 지난 며칠 동안 일어난 일들을 계기로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 정부에서 대답 보다는 의문이 더 많이 제기되고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 부시 전 대통령의 대북 정책과 오바마 대통령의 대북 정책, 어떤 근본적인 차이가 있습니까?

답) 큰 차이는 없습니다. 하지만 제가 이미 정부를 떠났다는 사실을 감안해서 제 얘기를 들으셔야 할 겁니다. 다만 부시 전 대통령은 두 번째 임기 동안 개인적으로 훨씬 더 많은 시간을 북한 문제에 할애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부시 대통령 정도로 시간을 할애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렇다고 오바마 대통령이 북한 문제를 무시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최근 사태로 인해서 지금은 오바마 대통령도 북한 문제에 상당한 시간을 할애하고 있을지 모릅니다. 전반적인 대북정책 측면에서는 오바마 대통령과 부시 전 대통령 사이에 큰 차이가 있지는 않습니다. 북한을 비핵화하고 6자회담을 통해서 이 문제를 해결한다는 목표에서는 두 대통령이 다를 바 없습니다. 또 중국의 중요성을 인정하고 중국이 올바른 일을 하도록 이끌기 위해 노력한다는 점도 같습니다. 따라서 두 행정부 사이에 연속성이 있고 이는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