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중국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인구 이동 통제에 따른 낮은 공장가동률과 서비스산업이 타격을 받으면서 중국은 물론 북한 등 주변국에도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의 유력 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는 19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파장으로 중국의 경제가 마비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중국 당국이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인구 이동을 통제하면서 근로자들의 공장 복귀가 더뎌지고, 소비 침체로 서비스 등 여러 산업이 연쇄 타격을 받고 있어 경제 전망이 단기적으로 비관적이라는 겁니다.
미 `블룸버그 통신’은 18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지난주 중국 내 각종 수치를 분석한 결과 경제가동률이 기존의 절반에 그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지난해 미-중 무역 분쟁과 경제성장 둔화로 이미 타격을 받은 중국 기업들이 정상적인 공장 가동마저 힘들어지면서 수출 전선에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는 겁니다.
중국의 섬유 수출은 부가가치 기준으로 세계 무역의 19%, 컴퓨터 등 전자산업은 17%를 차지하고 있어 경제에 막대한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의 다국적 투자은행인 모건 스탠리와 골드만 삭스는 19일, 최악의 경우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1분기에 3.5%, 올해 5.5%대로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중국 경제성장의 30% 이상을 책임지는 민간 소비, 중국 경제의 54%를 차지하는 관광과 요식, 숙박업, 문화 엔터테인먼트, 운수업 등 서비스산업이 막대한 타격을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이동 통제가 아니더라도 전염병은 국민의 대인접촉 기피로 여행과 소비 감소로 항공-운수-요식 등 서비스업은 물론 투자심리까지 위축시킨다고 지적합니다.
실제로 중국 허베이성의 석유 굴착 시설에서 일하는 이주 노동자 조우잔하이 씨는 19일 VOA에, 이동 통제로 일을 할 수 없어 돈을 벌지 못하고 있다며, 생활비를 줄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조우잔하이 씨] “I still stay at home. There’s no work to do. We can only restart work once the lockdown ban is lifted. I will get paid if I work. But no work, no pay.”
S&P 보고서는 중국 내 관광지 호텔과 리조트, 놀이공원 대부분이 문을 닫고 있다며, 3월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진정이 돼도 타격은 올해 내내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모건 스탠리 보고서는 중국 내 50개 이상의 주요 도시에서 부동산 매매와 관련 행사가 중단됐고, 극장 폐쇄, 춘절 연휴 개봉 예정이던 영화 7편도 보류되면서 14억 위안, 미화로 2억 1천만 달러의 손실을 기록했다고 밝혔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피해 지역의 국내총생산 GDP 규모가 지난 2003년 발생했던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에 비해 3배, 중국의 경제 규모는 당시 2조 달러에서 14조 달러로 커졌기 때문에 주변국에 미치는 파장도 상당할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중국 종난대학의 왕장쳉 노동경제연구소장은 19일 VOA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지속된다면 실업률도 증가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왕장쳉 소장] “They have a relatively lower technical [skill] structure and limited resource to install automatic equipment to replace manpower. They may be forced to go bankrupt [if the outbreak persists]. So, the jobless rate is expected to go up,”
중국 내 대부분의 인력을 보유한 중소기업들은 상대적으로 낮은 기술 구조, 인력을 대체할 자동설비 시스템을 설치할 자원이 제한돼 있기 때문에 전염병이 계속되면 파산으로 이어져 실업률 상승이 예상된다는 겁니다.
현재 미국과 북한 등 40여 개 나라는 중국을 방문한 외국인의 자국 입국을 거부하고 있고, 북한은 아예 국경을 봉쇄해 공식적인 교역마저 사실상 끊긴 상황입니다.
일각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봄에 사그라지면, 소비가 2분기부터 살아나 경기가 다시 반등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지만, 실제 상황은 불투명합니다.
중국 정부는 이런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20일 사실상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대출우대금리를 0.1%포인트 내리는 등 경기부양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2019년 기준으로 세계 경제(GDP)의 15.8%를 담당하는 중국 경제가 휘청이면서 교역의 90% 이상을 중국에 의존하는 북한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야심차게 추진했던 양덕온천관광지구 등 주요 관광지는 전염병이 누그러져도 중국인 관광객 유치에 당분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미 `블룸버그 통신’은 앞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중국인들의 발이 묶이면서 세계 관광업계도 큰 타격이 예상된다고 전했습니다.
이 통신은 지난 2018년 해외여행을 한 중국인 관광객은 1억 6천 300만 명으로 전 세계 여행 소매판매의 30% 이상을 차지한다며, 올해는 부정적 후유증이 나타날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지난 7월 북한 국가관광총국 관리를 인용해 2018년에 북한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20만 명 가운데 90%가 중국인이라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