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신종 코로나와 북한] 1. "'새로운 길'에 큰 장애 …장기화 땐 체제 위협 요소"

지난 26일 북한 평양의 경전차 탑승객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을 막기 위해 대부분 마스크를 쓰고 있다.

북한이 중국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유입을 막기 위해 국경 봉쇄 조치를 취한 지 한 달이 넘었습니다. 북한은 바이러스 유입을 차단하는 것이 ‘국가 존망’과 관련된 중대한 문제라며 총력 대응에 나서고 있습니다. VOA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북한의 대내외적 움직임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를 살펴보는 두 차례 기획보도를 준비했습니다. 오늘은 첫 번째 순서로 북한 내부 상황에 대한 분석을 전해 드립니다. 김동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신년사에서 미국이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며 ‘새로운 길’을 모색할 수 있다고 밝혔고, 이어 하노이 2차 정상회담 결렬 후에는 연말 시한을 제시하며 압박의 강도를 높였습니다.

특히 지난해 연말 당 전원회의에서 “국가의 안전과 존엄, 미래의 안전은 그 무엇과도 절대 바꾸지 않을 것”임을 강조하며 ‘자력갱생’과 ‘정면돌파’를 강조했습니다.

김 위원장이 공언한 `새로운 길’은 핵과 미사일의 지속적인 개발과 도발, 중국과 러시아와의 관계 강화를 통한 제재 대응이 핵심인 것으로 미국의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발병하고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돌발 변수로 인해 북한의 대내외 정책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북한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국가 존망’과 관련된 중대한 문제라며 총력 대응에 나섰습니다.

특히 바이러스 유입을 막기 위해 중국과 러시아와의 국경을 전면 봉쇄했습니다.

또 연례 행사인 인민군 창설 기념 ‘건군절’ 행사와 최대 명절 중 하나인 김정일 위원장 생일을 기념하는 중앙보고대회도 생략했습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인민군 부대의 합동 타격훈련을 지도했다고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29일 전했다. 뒤에 선 군인들이 모두 마스크를 착용한 모습이 이례적이다.

브룩스 전 사령관 “북한, 신종 코로나 방지 벅차”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 “‘새로운 길’에 큰 장애”

빈센트 브룩스 전 한미연합사령관은 VOA에 “최근 선제타격 화력 훈련과 발사체 발사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대내적으로 신종 코로나 감염증 방지에도 벅찰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브룩스 전 사령관] “I do still stand by the view that they probably will have their hands full and already regarding the coronavirus have not been containing it…”

북한의 열악한 의료체계와 주민 보건 상태 등을 고려할 때 대내적으로 이미 심각한 수준으로 보고 대처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부차관보는 북한의 대중 무역의존도가 90%에 달한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변수로 인해 김 위원장이 공언한 ‘새로운 길’ 중에서 ‘자력경제’ 부문이 직접적 타격을 받는 첫 희생양이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 “The one aspect of the ‘new path’ that they have spelled out that is most likely to be immediately affected is their efforts to achieve a greater level of autonomy in their economic system. That to me is probably going to be the first victim, if there is going to be a victim of the Corona Virus.”

북한의 노후화된 보건체계를 감안할 때 이미 바이러스가 퍼졌을 가능성이 있고, 한국이나 다른 나라들에서처럼 빠른 속도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확산된다고 가정할 때 상당한 사회적 충격이 가해질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녹취: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 “One would expect that if the virus was spreading quickly as it is in South Korea and other places, that it would have a tremendous societal impact in North Korea and would have a pretty significant economic impact and would restrict the state’s ability or the party’s ability to marshal resources to implement certain aspects of this ‘new road’ or ‘new path’ and so that is something that bears careful watching.”

특히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국경 봉쇄 조치 등은 국가와 당이 ‘새로운 길’에서 제시된 특정한 정책들을 시행하는데 제약이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무엇보다 주민 격리 조치로 북한 내 시장 경제에 상당한 충격이 가해질 수 있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대외관계에서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일본 순방 연기 가능성 등으로 미뤄볼 때, 김 위원장 집권 이후 활성화된 북-중 고위급 인사 교류에도 큰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북한이 코로나바이러스와 관련한 국제사회의 인도적 지원 제안을 거부하고 있는 상황에도 의구심을 나타냈습니다.

[녹취: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 “It is not just a matter of pride on their part that they are turning down this assistance. It may be that they don’t want the international community to truly understand what has happened inside North Korea’s borders and so I am highly suspicious of their motivations for having turned this down...”

단순히 ‘자존심’ 문제가 아니라, 북한 내부의 상황에 대한 공개를 꺼리거나 은폐하려는 동기가 작용했을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지난 22일 북한 보건 요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방역을 위해 버스에 살균액을 뿌리고 있다.

브라운 교수 “사실상 최대 압박 효과…장기화시 권력 와해 요소”

미 국가정보장실 (DNI) 동아태국 선임고문을 지낸 북한 경제 전문가 윌리엄 브라운 조지타운대 교수는 북한의 “신종 코로나 대응 조치가 내부적으로 미국의 최대 압박 전략과 일부 비슷한 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브라운 교수] “The maximum pressure I think is coming from inside the country and the impact of the sanctions on the economy and the regime like I was talking about, I think there is in a way maximum pressure internally, not externally.”

브라운 교수는 2017년과 2018년 당시 미국의 이른바 ‘대북 최대 압박 전략’에는 경제 외에 군사적 요소도 포함됐지만, 현재로선 연합훈련이 연기되는 등 군사적 압박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국경 봉쇄와 이에 따른 경제적 파급 효과를 외부가 아닌 ‘내부에서 발생한 최대 압박’ 으로 분류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취한 일련의 방역 조치가 장기간 유지되면 심각한 체제 불안요소로 돌변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브라운 교수] “They are trying to strengthen that control and the virus sort of gives them an excuse to do that but that won’t last very long. Pretty soon people will be hungry and they’ll break all the rules and you’ll see more and more decentralization and less powerful state.”

브라운 교수는 원유 공급은 주로 송유관을 통하기 때문에 영향을 덜 받는다며, 당장은 모든 책임을 중국 탓을 돌리면서 체제 단결을 호소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사태가 장기화되면 대중 밀무역을 통한 석유 등 제품의 공급과 생필품 유통, 전기 생산 등에 심각한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최근 북한의 쌀 값이 급등했다는 일부 보도 등으로 미뤄볼 때 국경 봉쇄 정책이 시장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조만간 봄철을 맞아 대규모 노동력 투입이 불가피한 농업 생산 부문에도 타격이 막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밖에 중국인 관광객 유치를 통한 외화 수입의 급감도 기정사실화 된 상황에서, 밀무역이 차단되면 신흥계층으로 부상한 ‘돈주’와 ‘사치품 밀수입’을 통해 체제에 충성했던 평양 엘리트층 내 불만이 증폭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브라운 교수는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라 해외 노동자의 귀환이 완료됨에 따라 올해부터 외화난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따른 경제적 타격이 장기화된다면 ‘권력 와해 현상’이 심화될 수도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지난 26일 북한 평양 시민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을 막기 위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클링너 선임연구원 “정치적 격변 시나리오 예단 일러”

베넷 선임연구원 “차상위 계층 불만 누적되면 민심 이반”

반면 미 중앙정보국(CIA) 북한 분석관을 지낸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경제적 측면에서 도전 요소임은 분명하지만 정치적 격변 가능성을 전망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클링너 선임연구원] “So the regime is going to be facing greater financial strains because of the corona virus and now it’s even more self-imposed isolation. Whether this causes unrest or movement against the regime, I think it is too premature to say.”

북한은 1990년대 `고난의 행군’으로 통칭되는 ‘대기근’과 이에 따른 역병으로 수많은 사망자가 발생했어도 체제 안정을 유지해 왔다는 설명입니다.

따라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사회적 불안 요소가 포착되지 않는 현 상황에서 내부의 정치적 격변을 예단하기는 어렵다고,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밝혔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길’이 경제개혁 보다는 사회주의 통제경제를 유지하는 동시에 중국과 러시아의 협력을 얻어 제재의 여파를 줄이려는 셈법임을 감안하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변수가 새로운 장애 요소가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따른 체제 불안 가능성은 확산 규모와 기간에 달렸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감염 확산에 따른 마스크 생산량과 보급 역량을 예로 들며, 상위 1%의 엘리트층에는 돌아갈 수 있지만 차상위 계층까지는 수급이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베넷 선임연구원] “So if you are in the 2nd and third percent who is still pretty powerful people in the North, What are you thinking about the regime at this stage?”

북한의 체제 특성상 일반 주민의 봉기 가능성은 매우 낮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차상위 계층의 불만이 누적되면 민심 이반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베넷 선임연구원은 만일 북한에서 한국과 같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이 확산되고 있다면 은폐에도 한계는 있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김동현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북한의 대내외적 움직임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를 살펴보는 VOA기획보도, 내일 (6일)은 바이러스 확산이 북한의 올해 셈법에 미치는 영향과 전망에 대해 알아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