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일본, 타이완 등 한국인 입국 제한...한국 내 10번째 사망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관련한 이스라엘의 입국 금지로 조기 귀국길에 오른 한국인 관광객들이 25일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한국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는 모양새입니다. 오늘(25일) 현재 확진자는 이미 900명을 넘겼고, 한국인 입국을 금지하거나 한국인 입국자를 격리하는 나라들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한상미 기자가 보도합니다.

홍콩 정부는 한국에 대한 적색여행경보를 발령하고 25일 오전 6시부터 한국에서 오는 외국인 또는 최근 14일 이내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했습니다.

타이완도 25일부터 한국에서 입국하는 모든 외국인을 대상으로 14일 간 자가검역을 실시합니다.

자가검역 기간 외출이나 출국은 불가능하며, 매일 의료기관과 건강 상태를 확인해야 합니다.

베트남도 한국인 입국자에 대한 격리 조치에 들어갔습니다. 베트남은 이미 자국민에게 한국 내 코로나 발생 지역 방문 자제를 권고한 상태입니다.

몽골은 25일부터 3월 2일까지 한국과 몽골을 오가는 모든 항공편을 일시 중단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아프리카의 섬나라 모리셔스는 23일 오후 현지에 도착한 한국인 관광객 34명에 대한 입국 허가를 보류했으며, 이들은 별도 시설에 격리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한국에 대한 여행경보 역시 상향조정되는 모양새입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현지 시간 24일 한국에 대한 여행경보를 최고 등급인 3단계로 올렸습니다. 지난 22일 여행경보를 1단계에서 2단계로 올린 지 이틀 만입니다.

센터 측은 한국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가 광범위하게 진행 중이라며 불필요한 여행을 자제하라고 권고했습니다. 미국이 한국에 여행경보 3단계를 적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일본 외무상은 25일 대구와 경상북도 청도군에 대한 감염증 위험정보를 ‘레벨2’로 올리고 방문 자제를 권고했습니다. 이는 중국 전역에 적용한 수준입니다.

타이완도 24일 한국에 대한 국외여행지 전염병 등급을 가장 높은 단계로 격상했으며, 호주와 뉴질랜드, 캐나다는 한국에 대한 여행경보를 한 단계씩 올렸습니다.

주한 폴란드대사관은 자국민들의 한국 여행을 권장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외교부에 따르면 25일 현재 한국인 입국 금지와 격리 등의 제한을 두는 나라는 홍콩과 이스라엘을 포함해 모두 24곳입니다.

앞서 이스라엘 성지순례를 다녀온 한국인 관광객 일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됐으며, 이에 이스라엘은 한국인 입국 금지 조치를 결정하고 현지 시간 24일 관광객 400 여명을 조기 귀국시켰습니다.

하지만 성지순례를 다녀온 확진자의 가족 2명이 양성 판정을 받으면서 한국 내 2차 감염 우려가 커지는 상황입니다.

한국 정부는 세계 곳곳에서 이뤄지는 이같은 한국인 입국 금지 조치에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습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24일 이스라엘 정부의 조치에 대해 ‘과잉대응’이라며 각국의 조처를 잘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측은 미국의 조처는 한국에 대한 여행을 금지한 게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의 25일 브리핑입니다.

[녹취: 김강립 조정관] “(미국의 조처는) 감염병 위험을 감안해서 한국에 여행을 할 때는 이렇게 지키면서 그리고 그러한 위험성을 염두에 충분히 두고 고려해서 한국을 여행하라는 의미라는 점을 다시 한번 말씀드리고…”

주한외교단을 상대로 한국 정부의 코로나바이러스 방역 노력에 대한 설명회도 25일 개최됐습니다.

김건 외교부 차관보는 이 자리에서 한국인에 대해 입국제한 등 과도한 조치를 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편 25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10번째 사망자가 발생했습니다. 이 사망자는 298번째 확진자인 50대 남성으로 알려졌습니다. 같은 날 숨진 9번째 사망자는 24일 신종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았으며 사망 직전 심한 호흡 곤란을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또 25일 오후 2시 현재 위중 환자는 6명이며 산소 치료를 받는 확진자는 14명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 환자는 25일 오후 4시 현재 977명이며, 1만3천800여 명에 대한 검사가 진행 중입니다.

25일 오전 10시 기준 확진자는 893명이었지만, 6시간 만에 80여 명이 추가로 양성 판정을 받았습니다.

한국 정부는 확진자 가운데 절반이 넘는 500명이 대구-경북 지역 거주자로 확인되면서 이 지역에 대한 봉쇄 조치를 실시한다고 밝혔습니다.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입니다.

[녹취: 김강립 조정관] “최대한 발생의 초기 단계에서 추가적인 확산을 차단하는 장치가 되겠습니다. 외국으로부터 들어오는 것을 차단하든지 또 접촉자를 빨리 찾아내서 추가적인 확산을 방지하든지 조기에 검진을 좀 더 한다든지, 해서 추가적인 확산을 차단한다는 그런 봉쇄의 의미입니다.”

문재인 대통령도 25일 직접 대구를 방문해 바이러스 확산 차단을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다함께 힘을 합치면 넘어서지 못할 일이 없다며 모든 국민이 자신감과 용기를 갖고 함께 극복해 나가자고 말했습니다.

한국 내 일각에서는 `골든 타임'은 놓쳤지만 지금이라도 중국발 입국자들에 대한 입국금지 조치를 시행해야 한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됩니다.

대한의사협회는 감염원 차단을 위해 중국발 입국자들의 입국 금지 필요성을 한국 정부에 6차례나 강력히 권고했지만 정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면서, 그 결과 한국이 중국에 이어 세계 2위의 코로나 발생국이 되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지역사회 감염 확산은 명백한 방역의 실패이며 그 가장 큰 원인은 감염원 차단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원칙을 무시했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대한의사협회 최대집 회장의 24일 기자회견 내용입니다.

[녹취: 최대집 회장] “의학적 관점에 따른 의사협회의 조언을 외면하지 않고 정부가 사태 초기에 입국 금지 조치를 하였다면 지금처럼 대규모 지역사회 감염이 확산되는 것을 막을 수 있었습니다. 만시지탄이지만 이제라도 중국발 입국자들에 대한 한시적 입국금지 조치가 즉각 시행되어야 합니다.”

최 회장은 그러면서 조기 진단과 격리, 치료 등을 아무리 잘하더라도 해외 감염원이 끝없이 유입된다면 절대로 이 코로나 사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주한미군사령부는 25일 주한미군이 다음달 초 열리는 미-한 연합훈련 연기를 제안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는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연합훈련에 대한 모든 결정은 미-한 동맹의 결정에 따른 것으로, 일방적인 결정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앞서 주한미군사령부는 25일 오전 주한미군 가족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 판정을 받았으며 주한미군 관계자가 양성 반응이 나온 것은 처음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따라 주한미군은 24일 한반도 전역의 위험 단계를 ‘높음’으로 격상했습니다.

현재 한국 내 상황에 대해 서울대 예방의학과 홍윤철 교수는 25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이 심각한 상황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홍윤처러 교수] “지금 상황은 정부에서 언급했듯이 심각한 단계이죠. 지금 코로나는 백신이 아직 안 만들어졌죠. (앞으로) 관리를 해야 되겠죠. 그리고 관리가 될 거라고 보고 과거 신종 플루는 몇 천 명이 감염됐었으니까요.”

홍 교수는 다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이 언제 개발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한상미입니다.

https://projects.voanews.com/coronavirus/kore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