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뉴욕의 병원들은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고, 현지 의료진이 밝혔습니다. 뉴욕의 한인의사협회장은 VOA에, 한인사회도 타격이 크다며, 의사들이 핫라인 개설 등 특별대책팀을 만들어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뉴욕시의 한 병원 중환자실(I.C.U)에서 레지던트로 일하고 있는 의사 김모 씨는 지난 3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닥터 파라과이맨)에 올린 영상에서 병원이 “전쟁터” 같다고 전했습니다.
[김 씨] “정말 전쟁터와 같습니다. 환자들이 정말 무서운 속도로 급증하고 있습니다. 정말 위중한 환자들이 많습니다. 이 상황이 너무 어처구니가 없고 무슨 상황이지? 어떻게 이런 상황이 일어날 수 있는지…”
김 씨는 자신이 일하는 병원 입원 환자의 90%가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로 이 중 95%가 인공호흡기에 의존하고 있다며, 무척 혼란스런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김 씨] “저희 ICU는 95%가 인공호흡기, Ventilator에 의존하는 상황입니다. 그 말이 무슨 말이냐 하면 이 환자들이 만약 병원에 오지 않았다면 숨을 쉴 수 없어서 죽었을 것이란 겁니다.”
방호복과 보호마스크를 쓴 채 힘겹게 말하는 김 씨는 피곤한 모습이 역력해 보였습니다.
미국 경제의 심장부인 뉴욕이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으로 계속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존스 홉킨스대학 코로나바이러스 자료센터에 따르면 뉴욕시의 바이러스 확진자는 6일 정오 현재 6만 7천 500명, 사망자는 4천 48명. 2001년 9·11 테러 사태 때 뉴욕에서 발생한 희생자 2천 700명을 훨씬 넘어섰습니다.
뉴욕주와 인근 뉴저지주까지 포함하면 사망자 수는 6천 명에 달하며, 뉴욕시 도심권 인구 2천 100만 명 가운데 25~40만 명으로 추산되는 한인들도 큰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현지 뉴욕한인의사협회장은 6일 VOA에, 공식적인 한인 확진자와 사망자 규모는 알 수 없지만 한인사회 역시 안타까운 소식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현지 회장] “통계는 없는데 많아요. 주변에서 사망하신 얘기도 나오고 갑작스럽게 남편분 돌아가시거나 아들이 사망하고. 그리고 병석에서 간호도 못 하고 임종을 지킬 수도 없고. 그래서 혼자 돌아가시고. 그렇다고 가족이 가서 시신을 바로 찾아올 수도 없고. 장례식도 그렇고 아무튼 여러모로 전례 없는 사연들이 많은 것 같아요.”
이 회장은 과거 9·11 테러 사태도 겪었지만 지금은 그보다 훨씬 심각한, 전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뉴욕과 뉴저지주 등 3개 한인 의사단체가 연합해 지난주 특별대책팀(Task Force: Korean-American Doctors Against COVID-19)을 만들었다고 전했습니다.
[녹취: 이현지 회장] “(확진자 중) 80%는 그렇게 심하게 아프지 않잖아요. 그런 분들을 최선을 다해 돌볼 수 있도록 핫라인을 가동해서 될 수 있으면 아프지 않은 분들은 응급실을 가지 않도록, 집에서 치료하는 게 나을 수 있거든요. 지금 중환자가 너무 많아서 병원에 가도 제대로 치료를 못 받고 오히려 바이러스에 걸려서 돌아올 확률도 있습니다.”
핫라인(347-751-6236)과 웹사이트(kdacovid19.org) 개설을 통해 한인들에게 무료상담을 제공하는 한편 원격진료, 증상자 관리와 추적,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고 있다는 겁니다.
이 회장은 뉴욕 시와 주 정부가 지원 노력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의료진이 열악한 상황에서 일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현지 회장] “많이 모자라요. 지금 의사들이 마스크 하나 가지고 일주일을 씁니다. 감염되는 의사와 간호사들도 있고. 앞에서 싸워야 하는데, 무장하지 않고 싸우는 것과 마찬가지예요.”
뉴욕의 할렘병원센터(Harlem Hospital Center) 의료진은 6일 병원과 당국에 개인보호장비를 충분히 공급해 달라며 시위를 벌였습니다.
이들은 N95 마스크 한 장으로 12시간 근무를 5회 이상 감당해야 한다며 보호장비의 조속한 지원을 촉구했습니다.
이현지 회장은 일부 한인단체와 한국 총영사관이 마스크 수 천 개를 기증했지만 상황이 여전히 열악하다며, 정부의 더 많은 지원과 시민들의 기부가 필요하다고 호소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