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사형집행 계속 감소

미국에서 사형 집행이 계속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사형 판결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지고 있는데요. 실제로 얼마나 줄었는지, 그리고 그 이유는 뭔지 알아 보겠습니다.

문) 구체적인 수치를 들여다 보기 전에요, 아, 미국에서도 사형을 집행하는구나, 하시는 청취자분들 계실 것 같은데요.

답) 그렇겠네요. 미국의 사형제도 현황은 사실 연방법에서 사형을 금지하지 않고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각 주로 내려가면 사정이 달라집니다.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 선에서 각 주 별로 자율적으로 법을 제정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사형제도를 실시하고 있는 주도 있고 금지한 주도 있는 겁니다. 50개 주 가운데 35개 주가 사형제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문) 그럼 이번 조사 결과도 그 35개 주에 해당되는 걸 텐데요. 우선 지난 해와 올해만 비교해도 사형 집행이 눈에 띄게 줄었네요.

답) 그렇습니다. 미국의 ‘사형정보센터’가 어제 (20일) 내놓은 보고서를 보면 올해 미국에서는 46 건의 사형 집행이 이뤄졌습니다. 지난 해에는52건었구요. 12% 감소했죠? 좀 더 거슬러 올라가 보면 감소 추세가 더욱 두드러집니다. 지난 2000년에는 85건의 사형이 집행됐으니까요. 10년 사이에 절반 가까이 줄어든 셈입니다.

문) 사형 집행도 그렇지만 아예 처음부터 사형을 선고하는 경우도 많이 줄었다고 하지 않습니까?

답) 올해의 경우 사형 판결이 1백14번 이뤄졌습니다. 지난 해엔 1백12번이었으니까 지난 1년 만 보면 오히려 조금 늘었네요. 하지만 이걸 좀 더 장기적으로 보면 전체적인 추세는 급격한 하향추세가 맞습니다. 지난 10년 사형 판결 횟수는 90년대와 비교하면 절반 수준 밖에 안되니까요.

문) 그럼 사형을 무기징역 판결로 대체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얘긴가요?

답) 확실히 그런 경향이 눈에 띕니다. 대신 집행유예 없는 무기징역형에 처하는 겁니다. 이런 추세가 두드러진 건 역시 무고한 사람을 처형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입니다. 집행 과정의 부당성과 비용 문제도 역시 한 몫 했구요.

문) 또 사형선고가 내려진다 해도 실제로 사형 집행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훨씬 드물잖아요.

답) 그 말은 곧 실제로 사형을 집행하는 경우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에게 사형선고가 내려진다는 얘기가 되겠죠? 현재 미국의 사형수는 3천2백61명으로 집계되고 있습니다. 올해 46건이 집행됐다고 했으니까 그 비율은 상당히 낮은 거죠. 사형수는 캘리포니아 주에 가장 많다고 합니다. 6백97명이라고 하는데요. 지난 5년 동안 사형 집행을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문) 앞서 사형의 정당성 논란도 언급을 했습니다만, 인권 보호 대상을 어디까지로 확대하느냐, 여기에 대한 논의가 점점 활발해 지는 게 결국 사형 집행 관련 수치로까지 나타나는 군요.

답) 물론 그런 영향을 무시할 순 없습니다만, 그래도 여전히 미국인들의 64%는 사형제도를 찬성한다는 입장입니다. 반대한다고 답한 사람은 29%에 불과합니다. 따라서 단순히 여론 때문에, 혹은 인권 보호 차원에서 사형 집행이 줄어든다고 말하긴 어렵습니다. 더 큰 이유는 다른 데 있습니다.

문) 어떤 이유인가요?

답) 아마 이런 이유일 줄은 생각하지 못하셨을 겁니다. 사형을 집행할 때 많이 쓰이는 방법이 약물주입인데요. 이 때 쓰이는 약물이 일종의 마취제인 ‘티오펜탈’입니다. 지금 이 ‘티오펜탈’의 공급이 줄어서 재고가 많이 부족하답니다. 관련 약물이 부족하니 당연히 사형 집행도 힘들지 않겠습니까? 사형 집행 감소의 이면에 이런 이유가 있다고 하네요. 그것도 큰 비중을 차지한답니다.

문) 인권 차원이라기 보다는 사람을 죽일 수 있는 약이 부족해서 사형을 못 시킨다, 이유치고는 좀 섬뜩하네요. 그럼 뭐 약물만 확보되면 언제든 다시 사형 집행이 늘어날 수도 있는 거네요.

답) 이 ‘티오펜탈’ 제조회사가 내년 1분기부터 약물 생산을 늘리겠다고 밝혔나 봅니다. 사형수들 입장에선 정말 듣고 싶지 않은 소식일 겁니다. 그런데 이 약물의 공급이 부족해지자 새로운 문제가 야기됐었습니다. 일부 주 정부가 대체약품으로 동물의 안락사에 사용되는 최면제를 사형수에게 사용하도록 승인한 겁니다.

문) 원래 쓰던 약물과 많이 다른가 보죠?

답) 원래 사형수에게 주입되던 ‘티오펜탈’은 다른 약물과 혼합해서 사형수의 의식을 잃게 해 고통을 느끼지 않게 하는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대체약품으로 채택된 최면제가 그런 기능을 하는 지 의문시 된다는 논란입니다. 동물 마취제를 잘못 투여하면 사형수가 의식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반복해서 약물이 주입되는 걸 느끼며 극도의 공포 속에서 죽음을 맞이할 위험이 있다는 주장이 일부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생각만 해도 끔찍하네요. 분명히 인권과 관련한 논쟁이 불붙을 소지가 있구요. 미국에서 사형 집행이 줄었다는 소식 알아봤습니다. OOO 기자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