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입북 탈북자 '아들 살리러 간다' 말해"

탈북해서 한국에 살다가 지난달 다시 입북해 기자회견을 한 박인숙 씨.

지난 2006년 북한을 탈출해 한국에 살다 최근 북한으로 다시 들어간 박인숙씨는 한국전쟁 당시 헤어진 부친을 만나기 위해 한국에 입국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 정부 당국과 탈북자들은 북한이 박 씨를 체제 선전 수단으로 적극 활용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은지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에 정착했다 지난 달 말 재입북한 박인숙씨가 아버지와 헤어진 것은 지난 1950년 한국전쟁 당시.

박 씨의 지인들에 따르면 북한에서 청진의과대학장을 지낸 박 씨의 아버지는 한국 전쟁 당시 피난길에 올랐다 국군에 강제 징집돼 가족과 헤어졌습니다.

이 때문에 ‘월남자의 자녀’라는 이유로 북한에서 차별을 받은 박씨는 함경북도 청진에서 노동자로 일하다 지난 2006년 6월 중국을 거쳐 한국으로 들어왔습니다.

헤어진 아버지를 만나 경제적인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한국행을 택했지만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면서 만남은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이후 박 씨는 한국 정부가 제공한 아파트에 살면서 노인 간병인 등으로 일하며 생활해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박 씨의 지인들은 박 씨가 북한으로 다시 입국한 배경에 대해 북한에 있는 가족을 꼽았습니다. 박 씨의 탈북 사실이 북한에 알려져 평양음대 교원으로 일하던 아들이 지방으로 추방되자, 아들에 대한 죄책감 때문에 몹시 괴로워했다는 겁니다. 박씨와 친분이 있었던 북한민주화위원회 서재평 사무국장입니다.

[녹취: 북한민주화위원회 서재평 사무국장] “아들에게 돈을 보내는 과정에서 박인숙씨가 남한에 온 것이 밝혀져 아들이 황해도로 추방당한 사실을 약 3년 전에 알고 심리적으로 많이 힘들어 했습니다. 이후 박씨가 올해 북측 가족들과 연락을 하다 지난 5월 살던 집을 처분한 뒤 중국으로 가 평양에 들어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북한에 있는 친척들과 통화하면서 아들이 겪고 있는 고초를 전해 들은 박 씨가 북측과 연락해 스스로 재입북을 결정했다는 설명입니다. 일부에선 아들의 건강이 나빠져 입북했다는 얘기도 들립니다.

그러나 박씨가 북한 당국의 협박 때문에 불가피하게 재입북을 택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이애란 북한전통음식문화연구원장입니다.

[녹취: 이애란 북한전통음식문화연구원장] “5월경 박씨의 친척으로부터 들은 바에 따르면 북한 보위부가 아들을 잡아가 죽이겠다고 협박했다고 합니다. 부모 입장에서 ‘내가 살면 얼마나 더 살겠나 아들을 살려야 되지 않겠느냐’ 하면서 북한에 들어가신 것으로 들었어요.”

한국 정부 당국과 탈북자들은 북한이 박 씨를 체제 선전 수단으로 적극 활용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박 씨의 증언 등을 활용해 주민들의 탈북을 막고, 남한 사회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을 방지하는 효과를 노릴 것이란 설명입니다.

탈북자들은 그러나 박씨가 탈북 이후 남한 생활을 경험했다는 점에서 북한 당국의 감시와 통제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서울에서 미국의 소리 김은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