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지도자 석방으로 이집트 시위대 대폭 늘어

이집트의 시위 물결

30년 간 장기집권 한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이집트인들의 시위가 8일로 보름째 계속됐습니다. 특히 한풀 꺽이는 듯 했던 시위 열기가 다시 가열되면서 수 만 명이 수도 카이로에서의 거리시위에 참가했습니다. 조은정 기자와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문) 카이로의 ‘자유의 광장’에서의 시위에 또다시 대규모 인파가 모였다고요?

답) 그렇습니다. 8일 아침만 해도 시위대 수는 수 천 명 정도였는데요, 오후부터 급격히 늘어났습니다. 미국의 `AP 통신’은 지난 주 광장에 사상 최고 수준인 25만 명의 인파가 몰렸을 때와 비슷한 상황이라고 보도했습니다.

문) 무바라크 대통령이 각종 회유책을 발표하면서 시위대의 열기가 이번 주 들어 한풀 꺾이는 듯 했는데요. 갑자기 시위대가 새로운 힘을 받게 된 이유가 뭔가요?

답) 한 젊은 지도자가 석방되면서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기 때문입니다. 와엘 그호님 씨는 인터넷으로 친목을 도모하는 사이트인 페이스북에서 거리시위를 주도했었는데요, 경찰에 연행돼 지난 12일 간 감금됐다 7일 풀려났습니다. 그호님 씨는 석방되자 마자 TV 인터뷰를 했는데요, 지난 2주 간 유혈충돌로 사망한 사람들을 언급하면서 울먹이는 목소리로 무바라크의 퇴진을 외쳤습니다. 이에 광장에서 인터뷰를 지켜보던 많은 시민들은 환호하며 떠나갈 듯한 함성을 질렀습니다.

문) 사실 시위가 3주째로 접어들면서 많은 시민들이 지칠만도 한테요. 광장에서 먹고 자고 하는 사람도 많다지요?

답) 맞습니다. 그런데 8일에는 그호님 씨의 연설을 듣고 처음으로 광장에 나왔다고 밝히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한 퇴역 군인은 그호님 씨의 인터뷰를 통해 국영방송이 숨기려 했던 진실이 드러났다며, 사람들이 진실을 봤기 때문에 광장에 집결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현지 취재기자는 시위대의 결의가 대단하다고 전했는데요. 그호님 씨도 직접 광장을 찾아 시민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았습니다.

문) 정부의 회유책이 통하지 않고 있는 건가요?

문) 시민들은 무바라크 대통령이 단지 시간을 벌려 하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혁명이 성공할 때까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들은 또 새로운 내각은 실패작이며, 무바라크 대통령은 자신이 시대가 끝난 것을 인정하지 않는 고집불통이라고 비난했습니다.

문) 그런데, 무바라크 정권은 국민들의 분노를 잠재우기 위해 어떤 조치를 취하고 있나요?

답) 무바라크 대통령은 8일 개헌 문제를 검토할 위원회 설립을 승인했는데요. 오마르 술레이만 부통령은 TV 연설에서 평화적인 정권교체를 원한다며 개헌위원회 설립을 발표했습니다. 술레이만 부통령은 또 무바라크 대통령이 지난 주 유혈충돌에 대한 조사를 지시했다고 전했습니다.

문) 개헌위원회 설립은 앞서 정부와 야권단체들이 첫 회의에서 합의한 사항이죠? 정부 측이 야권과의 약속을 이행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 같은데요, 이밖에도 최근에 여러 회유책들이 발표됐죠?

답) 네, 무바라크의 새 내각은 7일 열린 각료회의에서 공무원들의 봉급과 연금을 15% 인상하기로 했습니다. 4월부터 6백만 명의 공무원들이 혜택을 볼 예정인데요. 공무원들의 경우 정권을 떠받치는 주요 세력이지만, 급속한 물가 인상에도 불구하고 월급 인상은 미미해 불만이 높아가고 있었다고 합니다. 무바라크 대통령은 이밖에 지난 해 선거 부정과 전직 관료들의 부패 혐의를 조사할 것을 지시했습니다.

문) 정부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야권은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나요?

답) 야권 최대 세력이면서 불법단체로 규정돼 온 이슬람 형제단이 8일 성명을 발표했는데요. 지금까지 정부가 제안한 개혁들은 부분적이며, 무바라크 대통령이 물러나 이집트인들의 분노를 잠재워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이 단체의 한 관계자는 영국 `로이터 통신’에, 상황에 따라서는 입장을 바꿔 정부와의 대화를 거부할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문) 젊은 지도자가 급부상하면서 이집트 사태가 다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까요?

답) 7일까지만 해도 무바라크 대통령의 즉각 퇴진이 아닌 점진적인 권력이양의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됐었습니다. 하지만 야권이 계속해서 무바라크 대통령의 퇴임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고, 시민 세력 역시 회유책에도 불구하고 기세가 꺽이지 않고 있어서 상황은 다시 무바라크 대통령에게 불리해졌습니다. 앞으로도 사태를 계속 주시해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