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시위 사상 최대 규모

카이로 중심부의 반정부 시위대

30년 간 장기집권 한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이집트인들의 시위가 오늘 (9일)로 16일째 계속되고 있습니다. 반정부 시위 열기가 한층 가열되는 가운데 이집트 정부가 시위를 더 이상 참을 수 없다고 밝혀 주목됩니다. 조은정 기자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문) 이집트 수도 카이로의 ‘민주화 광장’에 오늘도 많은 인파가 몰렸습니까?

답) 이집트는 지금이 오후인데요. 전날 밤 광장에서 노숙한 수 천 명의 시위대가 현장을 지키고 있습니다. 벌써 2주 넘게 광장에서 시위대가 먹고 자고 기거하면서 거대한 천막촌을 이루고 있습니다. 이제 오후 시간이 되면 보다 많은 시위대가 몰릴 것으로 보입니다.

문) 그렇죠. 사실 어제는 반정부 시위가 시작된 이래 사상 최대 규모의 인파가 몰린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답) 예. 지금까지 기록은 25만 명인데요. 정확히 집계할 수는 없지만, 현장 기자들은 어제 모인 인파 수가 이와 같거나 더 많은 수준인 것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또, 이집트 항구도시 알렉산드리아에도 수 십만 명의 반정부 시위대가 집결했습니다.

문) 무바라크 대통령이 각종 회유책을 발표하면서 시위대의 열기가 이번 주 들어 한풀 꺾이는 듯 했는데요. 갑자기 시위대가 새로운 힘을 받게 된 이유가 뭔가요?

답) 한 젊은 지도자가 석방되면서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기 때문입니다. 와엘 그호님 씨는 인터넷으로 친목을 도모하는 사이트인 페이스북에서 거리시위를 주도했었는데요, 경찰에 연행돼 지난 12일 간 감금됐다 7일 풀려났습니다. 그호님 씨는 석방되자 마자 TV 인터뷰를 했는데요, 지난 2주 간 유혈충돌로 사망한 사람들을 언급하면서 울먹이는 목소리로 무바라크의 퇴진을 외쳤습니다. 시위가 길어지면서 시민들이 지키고 동력도 떨어졌었지만, 그호님 씨의 등장 이후 거리에 처음으로 합류하는 시민들이 대거 늘었습니다.

문) 그호님 씨가 어제 직접 광장을 찾았죠?

답) 예. 그호님 씨는 광장에 머무르고 있는 당신들이 바로 영웅이라고 치켜세웠는데요. 시위대는 흐느끼고 손뼉 치면서 열렬히 그를 환영했습니다. 거리의 시위대는 정부와 대화에 나선 야권단체들이 자신들을 대변하지 못한다고 느끼고 있었고요. 또, 구심점이 될 만한 인물이 없었는데 그호님 씨가 새로운 영웅으로 떠오르면서 시위대가 힘을 많이 받는 모습입니다.

문) 시위대의 열기는 다시 뜨거워진 반면, 이집트 정부는 시위를 더 이상 참을 수 없다고 밝혔죠?

답) 예. 오마르 술레이만 부통령은 어제(8일) 현지 언론 대표들을 만나 카이로 타흐리르 광장에서 계속되는 시위를 더 이상 인내할 수 없다며, 현재의 위기가 최대한 빨리 끝나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술래이만 부통령은 현 체제의 종말은 있을 수 없으며 무바라크 대통령도 당장 물러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는데요. 특히 대화가 없을 경우 쿠데타, 즉 국가전복이 일어날 수 있다고 강경하게 말했습니다.

문) 지금까지 정부는 정치개혁을 약속하는 조치를 쏟아내면서 시민들의 분노를 잠재우려 했었는데, 돌연 강경한 입장을 밝혔군요.

답) 그렇습니다. 시위가 오래 진행된 이유도 있을 것이고요. 한편으로는 무바라크 대통령의 입지가 시위 초기보다는 강화된 것으로 보입니다. 야권과도 대화가 시작됐고, 미국 등 서방 국가들도 지난 몇일 간 점진적인 권력 이양을 지지하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입니다. 무바라크 대통령은 공식 일정도 소화하는 등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문) 미국 정부는 어제 이집트 정부에 정치개혁과 관련해 진전을 보이라고 압력을 넣었죠?

답) 예.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이 어제 오마르 술레이만 이집트 부통령과 전화통화를 했습니다. 바이든 부통령은 통화에서 이집트의 합법적이고 질서있는 전환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면서, 이집트 정부가 야권단체들과 약속한 것을 즉각 이행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계엄을 즉각적으로 해제하고, 보다 다양한 야권 인사들과 대화에 나서며, 정권이양 일정 작성에 야당 인사를 포함시켜야 한다는 것도 요구했습니다.

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이집트 정부에 권력이양을 서두를 것을 촉구했죠?

답) 예. 반 총장은 어제 기자회견에서 모든 이집트 당사자들이 폭력을 자제할 것을 촉구했는데요. 반 총장입니다.

"the government leaders should listen more

반 총장은 이집트 정부 지도자들은 국민들의 진정한 열망에 좀 더 귀를 기울여야 하며, 권력 이양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말했습니다. 또 이 같은 과정이 질서있고 평화적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