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개막된 북한 노동당 8차 대회에서 북한 군부 의석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미국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재원의 집중을 군부에서 경제로 돌리기 위한 의미 있는 변화란 분석과 섣부른 결론을 내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신중한 반응이 동시에 나왔습니다. 김동현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상편집: 이상훈)
북한 정권이 5일 개최한 노동당 8차 대회의 참석자 면면을 살펴보면 5년 전 열린 7차 대회와 비교해 뚜렷한 변화가 감지됐습니다.
지난 7차 대회 때는 군인 대표가 719석이었는데, 이번 8차 대회에서는 절반 가까이 줄어든 408명으로 나타난 겁니다.
반면 핵심 당원 대표는 기존 786석에서 2배 가까이 늘어난 1천 455석이었고, 행정경제 부문 대표도 423석에서 801석으로 늘었습니다.
또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 직제를 폐지하고, 내수를 담당하는 박봉주 내각 총리가 중앙군사위원으로 선출돼 관심을 끌었는데, 이에 대해 한국 통일부는 군 역할 축소와 함께 당의 역할이 강화된 것으로 풀이했습니다.
이런 추세에 대해 주한미군사령관을 지낸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전우회 회장은 VOA에, 김정은 위원장의 최우선 정책목표 변화를 반영한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권력 구조 재편과 함께 당과 국가정책 시행에서 군부의 영향력을 줄이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는 겁니다.
빈센트 브룩스 / 전 한미연합사령관
“이것은 북한을 발전시키는 것에 관한 것이고 김정은은 그렇게 하기를 원합니다. 그리고 이것은 그가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갈 것을 암시하는 겁니다. 이는 우리가 최근 몇 년간 보아온 것과는 다른 양상이고, 그의 아버지가 했던 선군정책과는 확실히 거리가 멀다고 할 수 있습니다.”
브룩스 전 사령관은 그러면서 한정된 자원을 군부에 지나치게 투자해서는 더 이상 경제에 성공할 수 없다는 점을 시사했을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은 이번 당내 인선 변화는 군부보다는 경제 관료에 힘을 실어주려는 조치로 보인다면서도 그것이 꼭 핵 포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6자회담 미국 측 수석대표를 지낸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도 김 위원장이 심각한 경제 압박에 놓인 것은 자명하지만 결론을 내리기에는 이르다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당내 군부 입지 축소가 선군정치에서 경제 우선 정책으로 재조정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볼 수 있지만, 북한 정권의 핵 정책을 포함해 좀 더 상황을 면밀히 지켜봐야 한다는 겁니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당 대회 직후 개최될 가능성이 큰 열병식 준비 상황을 예로 들며, 당내 인적 구성 변화가 군부 입지 축소로 이어질지는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브루스 베넷 /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
“하지만 우리는 아직 열병식을 보지 못했습니다. 열병식에서 김정은이 무슨 말과 행동을 하는지를 봐야 합니다. 열병식은 김정은이 군부에 주려고 하는 힘을 드러내는 방식입니다.”
베넷 선임연구원은 그러면서 김 위원장이 현 단계에서 군부의 역할을 축소한 것은 미국의 새 행정부에 대화 의지를 전하려는 메시지로도 볼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VOA뉴스 김동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