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협소한 시각을 벗어나 국제 위상에 맞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워싱턴의 민간 연구단체가 새 보고서에서 밝혔습니다. 전·현직 미국 관리들과 전문가들이 참여한 이 보고서는 미국과 한국이 공동 인식을 갖고 아시아 복원력을 위해 전략을 재편할 필요가 있다고 바이든 행정부에 제언했습니다. 김동현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상편집: 김정호)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 CSIS는 22일 미-한 동맹관계에 대한 제언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현재의 미-한 동맹 관계가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 국제 공공재 원천이라는 관점에서 완벽한 잠재성을 끌어올리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특히 대중 관계에서 한국이 중국의 보복을 우려해 전략적 모호성을 취하고 있다며, 이런 외교 전략은 동맹인 미국을 불안하게 만들 뿐 아니라 장기적 관점에서 오히려 중국에 대한 취약성을 확대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한국의 전략은 미국에 중국 편을 들고 있다는 오해를 낳고 있다며, 최근 다른 동맹 현안 대처에 있어서도 불신을 증폭시키는 결과를 낳았다고 우려했습니다.
아울러 미국과 한국이 공동의 인식을 공유하지 않을 때 중국에 대한 한국의 지렛대 효과도 사라진다며, 중국은 한국을 미국의 전체 동맹 관계에서 약한 고리로 인식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중국과 연계된 문제들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미-한 동맹 관계를 중국에 대처하는 개념에서 탈피해 아시아 복원력을 위한 원칙에 입각해 전략을 재편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습니다.
이날 보고서 공개에 맞춰 열린 화상 대담에서 존 햄리 CSIS 소장은 한국이 국경을 맞댄 이웃 나라의 문제에만 초점을 둔 협소한 시각에서 진화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존 햄리 / 전략국제문제연구소 CSIS 소장
“한국은 동북아의 이웃과 지리적 경계에 집착하지 않도록 자신을 전환해야 합니다. 한국은 세계 10위의 경제 대국이지만 역내 취약한 약소국인 것처럼 행동하는데, 그래서는 안 됩니다. 한국의 취약성은 협소한 상상력에서 비롯되는 것이며, 국가 위상에 맞는 역내 역할 확대가 필요합니다.”
보고서는 또 남북관계에 대한 정책 원칙은 북한의 비핵화가 단기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는 현실을 받아들이면서도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 즉 CVID가 장기적 목표로 남아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또 이를 위해서는 미-한-일 대북조정그룹의 재활성화 등 한-일 간 긴밀한 조정이 필수적이라며, 단기적 관점에서는 북한의 핵 위협 증진을 막는 데 초점을 둘 것을 권고했습니다.
아울러 유엔의 대북 제재 기조는 계속 유지하면서 북한의 인권유린 실태에 시야를 잃지 말아야 한다며, 인권을 비핵화 협상과도 긴밀히 연계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한편 이날 화상 회의에 참석한 빈센트 브룩스 전 주한미군사령관은 최근 한국 사회 일각의 자체 핵무장 논의에 대해 거론하면서 한국의 핵 보유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습니다.
빈센트 브룩스 / 전 주한미군사령관
“한국의 핵 보유는 위협에 대처하는 공동 운명과 책임을 강조하는 확장억제력과는 큰 차이가 있으며, 한반도의 운명에 대한 완전한 통제권을 확보하고자 하는 인식과 연계돼 있습니다. 한국에 핵무기를 제공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브룩스 전 사령관은 그러면서 한국의 자체 핵무장은 결국 북핵 문제를 더욱더 어렵게 만들 것이라면서, 일본뿐 아니라 중국의 반발을 야기하는 지정학적 변화를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VOA뉴스 김동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