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곳곳의 다양한 모습과 진솔한 미국인의 이야기를 전해드리는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김현숙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확산하면서 미국인들의 생활에 많은 변화가 생겼습니다.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학교와 상점, 식당 등이 폐쇄하고 심지어 주민들의 외출을 금지하는 자택 대기령이 내려진 곳도 있는데요. 바이러스의 공포와 고립된 생활로 인한 불안감 속에서 미국인들은 어떻게 일상을 보내고 있는지 워싱턴 D.C. 지역 주민들을 만나서 들어봤습니다.
“첫 번째 이야기, 코로나 사태로 확 바뀐 일상을 사는 미국인들”
언제나 많은 사람으로 북적이던 워싱턴 D.C.의 거리. 하지만 지금은 텅 비어 있는 식당에, 문이 굳게 닫힌 박물관과 극장, 사람들이 즐겨 찾던 번화가에도 적막감이 흐릅니다. 그나마 주민들을 볼 수 있는 곳은 식료품 가게 주차장인데요. 다들 생필품이 가득 담긴 장바구니 여러 개를 들고나와선 자동차에 싣고 있습니다.
요즘 미국에선 상점의 물건들을 싹쓸이해가는 사재기가 성행하지만, 다른 사람을 위해 꼭 필요한 것만 샀다는 주민들.
혹시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돼 14일간 격리될지 모르니 만약을 대비해 2주 치 생필품과 식료품을 사 간다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손님들이 많이 찾는 곳이 또 있었는데요. 바로 술을 파는 가게였습니다. 요즘 같은 시기에 술을 집에 재어놓는 게 중요하다는 이 손님들, 집에서 자가 격리될 때를 대비해 술을 사러 왔다고 했는데요.
또 펜실베이니아주 등지에선 술 파는 가게가 폐쇄됐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워싱턴 D.C.도 그렇게 되기 전에 가게를 찾았다고 했습니다.
각종 술을 파는 가게의 주인인 말킷 싱 씨는 고전을 면치 못하는 상점들이 줄을 잇는 요즘, 자신의 가게는 오히려 매출이 오른다고 했는데요.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밖에 나가지 못해 갑갑한 마음을 집에서 술 한잔하면서 풀기 위해 술을 많이 사 간다는 겁니다.
그런데 직장과 식당 등이 문을 닫으면서 다른 곳에서 즐거움을 찾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아들과 함께 공원에서 공놀이를 하고 있는 앤 후그 씨는 온종일 집안에 갇혀 있다가 자녀들과 함께 공원에 나왔다고 했는데요. 가족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최대한 즐기려 한다고 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애완동물과 산책을 나온 주민들도 있었는데요.
이번 기회에 반려견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주민부터, 애완 뱀을 팔에 끼고 나와 함께 바람을 쐬고 있는 주민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코로나바이러스로 학교가 문을 닫으면서, 온종일 집에만 있게 된 학생들은 나름의 소일거리를 찾고 있었는데요.
소피아 팬철 양은 컵케이크를 만드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어 소셜미디어에 올리기도 했고요. 보고 싶은 친구들과는 영상통화도 하고, 또 동생과는 자전거도 타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고립된 생활을 하게 된 사람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새로운 생활 방식에 적응하고 있었는데요.
이 주민의 말처럼 많은 미국은 현 상황이 비록 우울하고 스트레스를 주고 있지만, 머지않아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있었습니다.
“두 번째 이야기, 휴교 중인 학생들을 위한 무료 급식”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미국 내 수천 개의 학교가 문을 닫았습니다. 학생 중에는 학교에 가지 않아 신나는 아이들도 있겠지만, 학교에서 주는 점심에 의존했던, 경제적으로 어려운 가정들은 아이들 삼시세끼 해결에 고민에 빠졌는데요. 그래서 미국 내 공립학교들은 이들 학생을 위한 무료 식사 공급에 나섰습니다.
미 동부 메릴랜드주 몽고메리카운티의 한 초등학교. 학교 건물 입구는 폐쇄됐지만, 출입구 앞은 학부모와 아이들로 북적이는데요. 여기에선 학생들을 위한 무료 도시락과 함께 인터넷 온라인으로 공부를 할 수 없는 아이들을 위해 인쇄된 학습 자료도 나눠주고 있습니다.
몽고메리카운티의 마리아 나바로 학습 국장은 학생들의 공부를 위한 모든 자료가 준비돼 있다고 했는데요. 초등학교와 중학생에 해당하는 6학년 학생들을 위한 자료를 대부분 받아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대부분의 교육구에선 저소득 가정을 위해 아침과 점심을 무료로 나눠주고 있는데요. 몽고메리카운티는 처음 학교가 문을 닫았을 땐 점심만 제공했지만, 지금은 하루 3끼를 다 제공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학교 식당 담당자인 패트리샤 사퀴 씨는 지금까지 1만8천 끼의 식사가 나갔다고 했는데요. 무료 급식 대상은 주로 중남미계라고 했습니다. 또 자동차가 없어서 학교에 직접 찾아오지 못하는 가정들을 위해 학생들을 위한 차량도 운행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중남미계인 샌드라 마르티네스 씨는 13살 난 아들과 5살 난 딸을 데리고 학교를 찾았는데요.
오늘 처음으로 식사와 과제물을 받으러 와봤다며, 원래 자녀들은 늘 학교에서 무료로 점심을 먹었었다고 했습니다.
몽고메리카운티의 멜리사 리베라 대변인은, 학생들의 안전과 건강이 제일 중요하지만, 할 수만 있다면 아이들이 학교에서의 생활을 그대로 따르는 것이 좋다고 했는데요.
집에서도 학교 수업 일정에 따라 생활하고, 독서도 하고, 숙제도 하고, 여러 활동과 운동도 할 수 있으면 꼭 시키라는 설명입니다.
미국에선 일단 앞으로 몇 주 더 문을 닫을 계획인 지역도 있지만, 여름방학까지 아예 학사 일정을 다 취소한 지역도 있는데요. 학교는 문을 닫았지만,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돕기 위한 노력은 계속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