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미국 문화 속으로] 미국인의 생활 에티켓 - 재채기, 개인 공간 존중, 화장실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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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사람들의 일상 속에서 미국의 문화를 들여다보는 ‘미국! 미국 문화 속으로’입니다. ‘한 나라에 가면 그 나라의 법도를 따르라’라는 말이 있지요. 북한에는 북한 사람들이 사는 방식이 있듯이 미국에도 미국 사람들 사이에 널리 통용되는 사회적 약속이 있습니다. 그래서 그것을 몰라 당황스럽거나 민망해지는 경우가 있는데, 어느 정도 생활하다 보면 그것이 당연하게 느껴지고 또 익숙해집니다. ‘미국, 미국 문화 속으로’ 오늘은 미국 사람들의 생활 예절 몇 가지를 살펴보겠습니다.

“미국에서 지켜야 할, 기침 재채기 에티켓(etiquette)"

“아츄!”

갑자기 재채기가 나올 때가 있습니다.

“아~츄, 콜록.”

목감기에 멈출 수 없는 기침이 쏟아지기도 하지요.

이런 경우 미국에서는 어디서나 주위 사람들에게 이런 소리를 듣게 됩니다.

“Bless you!”

그리고 기침이나 재채기를 한 사람이 곧바로 이렇게 반응합니다.

“God bless you!, Thank you. ”

“God bless you.” “Bless you.” “신의 가호가 있기를’’

“Thank you.” “고맙습니다.”

재채기, 기침 한 번에 뭐 이리 거창한 이야기가 오가는가 싶겠지만, 이것은 미국에 살게 된다면 꼭 알아야 할 기본적인 생활 문화입니다. 그 상대가 아는 사람이든 모르는 사람이든 꼭 오가는 상황이고요. 모르고 지나친다면 서로 섭섭하거나 무례하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기침과 재채기에 ‘축복과 감사’가 오가는 미국 사람들의 문화는 14세기 중세 유럽을 휩쓸었던 흑사병에서 유래됐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당시 유럽은 인구의 1/3을 흑사병으로 잃었습니다. 기침과 재채기 같은 감기 증상으로 시작돼 속수무책의 상황으로 전염되고 목숨을 잃는 흑사병. 교황 그레고리 1세는 신의 축복이 있기를 기원하며 재채기와 기침을 하는 사람들에게 ‘God bless you.’라고 축언을 했고, 사람들도 그 바람을 따랐다는 겁니다.

물론 현대 미국에서는 그 때만큼의 절실한 축복이나 바람을 담지 않았지만, 습관적으로 또 예의상으로 웃음을 담은 ‘축복’을 건네고, 귀한 인사를 받은 만큼 ‘고맙다’라고 응대를 하는 관습을 갖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만약 다른 사람이 그렇게 반응해주지 않으면 스스로 “Bless me.”라고 하거나 왜 말해주지 않냐고 되묻기도 하는데요. 만약 지나치게 기침을 하거나 재채기를 한다면, 어느 정도의 불쾌감을 담은 “Bless You~”라는 소리를 듣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 한 가지 꼭 기억해야 할 것은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는 꼭 옷 안쪽이나 팔꿈치 안쪽을 이용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입을 가리지 않으면 기침, 재채기와 함께 입안의 분비물이 사람들이나 물건에 튀기 때문이고, 손으로 입을 가리면 그 손으로 만지고 집게 되는 모든 것에 나쁜 병균이 옮아가기 때문입니다. 요즘처럼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모두가 민감한 때, 손 씻기와 함께 전 세계 사람들이 실천하고 있는 너무나 중요한 공공 위생 수칙인데요. 미국에서는 아주 오래전부터 지키고 있는 생활문화입니다.

“미국에서 지켜야 할, 개인 공간(personal space) 존중하기”

미국에서는 누군가와 인사하고 대화할 때 어느 정도의 거리를 유지하는 ‘개인 공간(personal space)’ 개념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너무 가까이 서 있으면 대화할 때 불편해하거나 긴장감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어떤 문화에서는 거리를 두면 상대와 친하지 않거나 싫어한다고 생각하기도 하지만, 미국에서는 동의 없이 가까이 다가가면 상대는 위협으로 생각할 수 있고 강한 거부 반응을 보이게 됩니다. 호의로 다가가려 한 것인데 민망하거나 미안한 경우가 생기게 됩니다.

적당한 개인 공간은 일반적으로 최소 4ft(120cm) 정도라고 하구요. 친숙한 정도나 대도시의 복잡한 거리에서라면 그 공간이 조금 줄어들기도 합니다.

줄을 설 때도 다른 사람과의 공간 두기가 꼭 필요합니다. 지하철에서도 버스 정류장에서도 길거리에 선 자동차 식당 앞에서도 줄 서는 것은 기본이고요. 다른 사람을 만지게 되거나 밀게 되는 정도의 거리는 상당한 실례가 됩니다.

어떨 땐 줄을 선 것인지? 안 선 것인지? 약간 헷갈리는 상황도 생깁니다. 가만히 보고 있으면, 여기저기 서서 순서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자기의 이름 불리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데요.

처음부터 줄을 반듯하게 나란히 서면 될 텐데 왜 그럴까~ 생각할 수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앞-뒷사람과 바짝바짝 붙어 서는 것을 ‘질서 지키기’보다 내 사적인 공간을 침해받은 ‘불쾌함’으로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다른 사람에게 방해받고 싶지 않은, 나를 보호할 수 있는 최소한의 공간이 있는데, 상대방이 그것을 침범한 ‘무례’를 했다고 생각하는 거지요. 승강기(엘리베이터)에 탔다면 최소한 다른 사람과 몸이 부딪히지 않는 정도, 자동계단(에스컬레이터)에 올라설 때는 한 사람이 더 들어갈 정도의 공간을 유지해야 하는 것이 좋습니다. 만약 다른 사람을 앞질러 가야 한다면, “Excuse me.”라는 알림과 함께 지나는 것이 미국에서 지켜야 할 공공예절 중의 하나입니다.

“미국에서 지켜야 할, 공중 화장실 에티켓 (etiquette)"

대중 시설을 이용하다 보면, 가끔 들어가게 되는 곳이 있습니다. 볼일도 보고 손도 씻고 하는 화장실. 미국에서는 화장실에서도 무언의 약속이 있습니다.

미국에서 화장실에 들어갈 사람들은 보통 출입문 근처에서 순서를 기다립니다. 화장실 공간이 아무리 넓어도 출입문 근처에서 기다리다가 비는 칸이 생기면 한 사람씩 차례로 들어가는 방법인데요. 화장실 칸마다 줄을 서는 모습이나 세면기 앞을 가로막는 경우는 거의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청취자 여러분이 미국에서 화장실을 처음으로 가야 한다면, 들어서기 전에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바로 화장실 문이 바닥에서 한참이나 떨어져 있어서 안에 있는 사람들의 움직임을 훤히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또 벽과 문 사이 틈도 꽤 있어서 안에서도 밖에 있는 사람의 움직임을 신경 쓰게 되는 그런 부담이 생기는데요.

화장실은 그 어느 것보다 개인적인 공간이고 미국의 많은 사람도 이런 공중화장실의 그런 불편함을 이야기합니다만, 공중화장실의 구조는 사적인 기능에 앞서 안전과 청결을 우선시한다는 것을 알면 금방 고개를 끄떡일 수 있을 겁니다.

예전에 어떤 사람이 화장실에 갇혔었답니다. 잠금장치도 녹이 슬고 고장 났고, 친구들은 장난으로 화장실 앞을 막아버리기까지 했는데요. 이 일을 계기로 미국에서는 만약의 상황에 공중화장실에서 탈출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하게 됐다고 합니다.

화장실 문을 바닥에서 18인치(45cm) 정도 띄어 설치해 아이들도, 장애인들도 문 아래를 통해서 탈출할 수 있게 했습니다. 문 아래로 이미 사용하고 있는 사람의 움직임이 보일 테니 ‘똑똑’ 문을 두드려 확인하지 않아도 되고, 화장실 안에 있는 사람도 방해받지 않아도 되는 효과가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공공시설의 청결은 그 어느 것보다 기본이지요. 만약 어딘가에서 물이 넘치고 오염돼 있다면, 일일이 들여다보지 않고도 찾아내 청소를 할 수 있다는 것, 공간이 떠 있으니 습기에도 녹이 슬지 않고 빨리 물기를 제거할 수 있다는 점. 이런 이유들이 미국 공공 화장실 구조가 여러분의 공중화장실과 다른 이유로 알려져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