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자유와 양성평등, 두 가지 영역에서 동시에 노력하는 여성 언론인들을 만나보는 ‘여성 언론인 대담’ 시간입니다. 저는 오종수입니다. 세계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미국 주식시장에서 ‘게임스탑’ 사태가 최근 화제였습니다. 이 문제를 놓고 지난 18일 하원에서 청문회까지 열렸는데요. 그래서 오늘은 주식 전문 기자의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경제전문 ‘월스트리트 저널’을 거쳐, 종합 일간지 ‘USA투데이’에서 주식시장을 보도하는 제시카 멘튼(Jessica Menton) 기자를 초대했습니다. 지금 바로 시작합니다.
기자) 안녕하세요, 오늘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먼저, VOA 한국어 방송 청취자들께 자기소개를 해주시죠.
멘튼) 저는 제시카 멘튼입니다. USA투데이에서 일하는 ‘개인 재정ㆍ주식 시장’ 전문 기자입니다. 이전에는 월스트리트 저널에서 같은 분야를 담당했습니다. ‘개인 재정(personal finance)’이란 건, 쉽게 말해, 개인의 돈 관리를 다루는 이야기예요. 소득을 어떻게 하면 더 늘릴 수 있을지, 내가 가진 돈을 어떻게 하면 더 불릴 수 있을지는 모든 사람의 관심사잖아요. 주식을 비롯한 여러 가지 투자와 시장에 관련된 뉴스를 빠르고 정확하게 전해드리는 게 제 임무입니다.
기자) 최근 주식시장에서 ‘게임스탑(GameStop)’ 사태가 큰 뉴스였잖아요. 게임을 판매하는 이 회사의 주가가 폭락과 폭등을 거듭하면서 주목받았습니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건지, 알기 쉽게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멘튼) 그럼요! 기본적으로 사태는 이렇습니다. ‘레딧(Reddit)’이라는 온라인 대화방에서 진행한 논의를 바탕으로, 개인 투자자들이 ‘게임스탑’의 주가를 한껏 들었다 놓은 거예요. 그 사이 큰돈을 번 사람이 있어서, 각종 매체의 관심을 모았던 된 겁니다. 그래서, 제가 최근 몇 주 동안 ‘레딧’에 있는 당사자들을 인터뷰했어요. 왜 이런 일을 했냐고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거대한 ‘헤지펀드(hedge fund)’의 횡포에 대항하기 위해서였다고 해요.
기자) ‘헤지펀드’는 대게 큰 회사나 기관이 투자금을 모아서 운영하죠?
멘튼) 맞습니다. 헤지펀드가 주식시장에서 돈을 버는 방법 중에 ‘공매도(shorting)’라는 게 있는데요. 실제로 주식을 소유하지 않은 상태에서 전산상으로 매도 주문을 내고, 정해진 결제일까지 해당 주식을 구매해 되돌려 주는 방식입니다. 값이 떨어지는 주식에 이 방법을 쓰면, 차익만큼 돈을 벌 수 있는 거죠. 헤지펀드사는 주가 하락이 예상되는 게임스탑 주식을 공매도했습니다. 여기에 맞서 ‘레딧’에 모인 개인 투자자들이 게임스탑 주식을 한꺼번에 사들였어요. 결국 값이 크게 올랐고, 헤지펀드에 타격을 입힌 겁니다. 이런 활동이 과연 정상적인 투자 행위인가, 아니면 인위적으로 특정 종목 가격을 움직이는 ‘주가 조작’으로 봐야 하는가는 논란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사건의 한 가지 의미를 짚어보자면, 기업과 기관 투자자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던 미국 증권시장에서 개인 투자자들의 힘을 확인한 점이에요.
기자) 개인 투자자들의 힘이 주목받은 이 사건을 계기로, 주식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이 크게 늘었습니다. 어린 자녀들에게 경제 관념을 교육하기 위해 주식 거래 계좌를 열어줬다는 학부모들도 있고요. 초보자가 투자에 나서기에 좋은 시점인가요?
멘튼) 네. 지금이 초보 투자에 좋은 시점입니다. 미국 주식시장의 펀더멘털(기반)이 어느 때보다 단단하게 다져진 상황이에요. 그래서 초보자가 손해를 볼 리스크(위험성)가 작다고 대다수 전문가가 동의합니다. (투자를) 시작하면, 길게 볼수록 수익이 높아질 시점이에요. 그래서 큰 욕심을 부리지 않으면, 주식 시장을 경험하면서 재정 관리에도 성공할만합니다. 특히 첨단산업에 관련된 기술기업들의 주식이 각광받는 상황이잖아요. 그래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Nasdaq)에 돈을 밀어 넣고 은퇴 이후를 대비하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기자) 그렇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미국 주식 시장 전망이 좋은가요?
멘튼) 하하, 적어도 투자를 말릴 상황은 아닙니다. 은행은 요즘 제로(zeroㆍ0) 금리잖아요. 제가 기자로서 ‘어느 회사 주식을 사라’, 이런 말씀을 드리면 잘못된 행동이겠지만, 미국 주식시장 전반의 전망이 좋다는 점, 이를 기반으로 경제 전반이 반등할 것이라는 점, 이렇게 두 가지는 충분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또 투자자들이 많아지고, 재정 시장에 자금이 많이 유입될수록 돈이 도는 데 도움이 됩니다. 그러면 경제의 체질도 강해지는 것이고요.
기자) 주식시장에 대한 전문성을 인정받으면서, 여러 방송에도 출연중인데, 기자 생활한 지는 얼마나 되셨나요?
멘튼) 12~13년 정도 됐네요. 텍사스 A&M 대학교를 졸업했는데요. 전공이 언론홍보학이고, 부전공이 경제학, 영문학이었습니다. 지금 주식시장 전문기자를 하고 있으니까, 그 세 가지 전공을 모두 합한 일을 하는 거네요, 하하하.… 졸업 후 영국 런던에 있는 텔레비전 방송국에서 잠시 견습직원(인턴)으로 일하다가, 미국에 돌아와 ‘야후 뉴스(Yahoo News)’에 기사를 쓰면서 본격적으로 언론계에 입문했습니다.
기자) 지금까지 10여 년 동안 언론인으로 활동하면서 가장 좋았던 일은 뭔가요?
멘튼) 신문기자 생활을 해본 사람은 알 텐데, 1면에 제 바이라인(bylineㆍ기자 이름)이 나갈 때 언제나 기쁘고, 흥분돼요. 1면 기사는 매우 중요한 기사이거나, 다른 매체에서 다루지 않는 기사거든요. 그 기사를 제가 썼다는 건, 그만큼 일을 잘했다는 의미죠. 월스트리트저널에서 일할 때 처음 1면 기사를 썼던 날을 잊을 수가 없어요. 월스트리트저널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경제 매체잖아요. 그 신문을 액자로 만들어서 지금도 간직하고 있습니다. 미국 유일의 전국신문인 USA투데이로 온 뒤, 처음 1면 머리기사를 썼던 날도 기억에 남아요.
기자) 1면에 나갔던 기사 중에 가장 아끼는 건 뭡니까?
멘튼) 경제적 양극화를 조명했던 기사입니다. 지금 우리 미국인들이 팬데믹의 한가운데 살면서, 집안마다 경제적 사정이 크게 달라지는 것을 자세히 들여다보는 내용이었어요. 우리(미국) 경제가 코로나 사태를 헤쳐나간 뒤, 전반적으로 회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불균형을 해소하는 일도 중요합니다. 미국 경제는 소비 지출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결국 가계를 중심으로 돌아가기 때문이에요.
기자) 코로나 사태로 인한 경제적 양극화가 어떤 상황인지,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시죠.
멘튼) 어떤 가정은 집에서 안전하고 편하게 일하면서 오히려 소득이 늘어요. 무슨 말이냐면, 봉급이 꼬박꼬박 들어오는 가운데 교통비와 차량 관리비, 보험료, 외식비 지출이 줄어듭니다. 재택근무를 하니까요. 여기에 더해, 정부에서 주는 코로나 피해 보전 현금을 두 차례나 받았어요. 이걸 주식 등에 투자해서 돈을 불리고 있습니다. 반면에, 어떤 가정은 원격근무가 불가능한 위험한 환경에서 일하면서, 소득이 줄거나 아예 일자리를 잃고 있어요. 지원금 수급 대상에서 제외된 사람들도 많고요. 빈곤이 심해지는 겁니다. 그래서 저는 실제로 팬데믹 이후 돈을 번 사람들과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각각 인터뷰해서 기사에 담았어요. 그랬더니 독자들께서 적극적인 공감과 반응을 보내 주셨습니다.
기자) 독자들의 적극적인 반응은 주로 어떤 내용이었습니까?
멘튼) 돈을 많이 번 가정에서는, ‘지원금과 구조사업의 혜택이 더 어려운 사람들에게 많이 갔으면 좋겠다’는 이야기가 많았고요. 어려움을 겪는 가정에서는 ‘관련 제도가 이렇게 바뀌었으면 좋겠다’는 제안을 다양하게 주셨어요. 그런 목소리들을 모아서 후속 기사를 썼습니다.
기자) 그동안 언론인으로 활동하면서, 여성이라서 겪은 어려움은 없었습니까?
멘튼) 일반적으로 언론계는 여성이 버티기에 힘든 곳으로 알려져 있잖아요. 제가 다루는 개인 재정과 투자 분야는 특히 더 그렇습니다. 집안의 경제권을 전적으로 남성이 쥐고 있었던 오랜 관습 때문이죠. 말하자면, 여자가 투자를 논하고, 돈 관리에 관해 이야기하는 걸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지 못해요. 그래서 처음 주식시장을 취재할 때는 굉장히 힘들었습니다. 금융계 관계자들이 잘 안 만나주려고 했거든요. 요즘은 그래도 많이 나아졌어요. 여성 투자자들도 늘어나고 있으니까요.
기자) 이제 ‘언론 자유’ 이야기를 해보죠. 미국 사회의 언론 자유도를 10점 만점으로 평가한다면, 몇 점이나 주시겠습니까?
멘튼) 10점 주겠습니다. 우리에겐 (표현과 언론의 자유를 규정한) 수정 헌법 1조가 있으니까요. 나라 법 가운데 최상위 규정인 헌법으로 ‘언론 자유’의 원칙이 분명하게 보장돼 있는 겁니다. 하지만 현실을 보면, 그 자유가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의 여론 지형이 너무나 극단적으로 갈리고 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양극단의 여론에 호응받는 매체들은 힘을 얻는 반면, 중도적이고 균형을 추구하는 매체들은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습니다. 이런 점을 걱정하시는 분들이 언론계에 많아요.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해법을 찾아야 합니다.
기자) 앞으로 계획이나 목표는 뭡니까?
멘튼) 제가 개인 재정을 다루는 기자가 된 이유가 있어요. 돈에 관해 올바른 결정을 내리도록 사람들을 돕자는 것이었습니다. 돈에 쪼들려서 어려움 삶을 사는 사람이 없게 하는 거죠. 나이 든 뒤까지 힘들게 일하는 사람이 없도록 하고 싶었습니다. 특히 최근 코로나 사태 때문에 집집마다 돈 관리의 중요성이 커졌잖아요. 그 영향은 앞으로 몇 년 동안 이어질 겁니다. 저는 앞으로 이 분야에서 더 명쾌한 시각과 깊은 지식으로 독자들을 돕도록 계속 노력할 겁니다.
기자) 마무리할 시간입니다. 북한에서 VOA를 듣는 분들을 포함한 세계인들에게, ‘언론 자유’와 ‘양성평등’에 관해 어떤 말을 해주시겠습니까?
멘튼) 서방 세계 지도자들의 책임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언론 자유’나 ‘양성평등’이 부족한 나라들이 아직도 많은데, 그런 곳들에서 자생적인 개혁이 일어나기는 굉장히 힘들어요. 체제 탓도 있고, 전통이나 관습 탓도 있죠. 따라서 ‘언론 자유’와 ‘양성평등’을 포함한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들을 전파하는 노력을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 지도자들이 지속해줘야 합니다.
언론 자유와 양성평등, 두 가지 영역에서 동시에 노력하는 여성 언론인들을 만나보는 ‘여성 언론인 대담’, 오늘은 제시카 멘튼 USA투데이 주식 전문 기자와 이야기 나눴습니다. 지금까지 오종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