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언론인 대담] '코로나 불안감' 극복 안내, 정신건강 전문기자 줄리 프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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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자유와 양성평등, 두 가지 영역에서 동시에 노력하는 여성 언론인들을 만나보는 ‘여성 언론인 대담’ 시간입니다. 저는 오종수입니다. 새해 소망을 물어보면, 언제나 ‘건강’을 첫손에 꼽는 사람이 많습니다. 2021년 미국인 대상 설문 조사에서도 건강이 1위에 오른 결과가 이어지고 있는데요. 특히 지난해부터 이어진 코로나 사태 때문에 건강에 대한 염려가 커지고 생활에 불편을 겪으면서, 스트레스(압박감)를 호소하는 사람도 늘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정신 건강 전문기자’를 초대했습니다. 뉴욕타임스 등 유력 매체에 기사를 쓰고 있는 줄리 프라가 박사인데요. 지금 바로 이야기 듣겠습니다.

줄리 프라가 정신건강 전문기자.

기자) 안녕하세요, 오늘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먼저, VOA 한국어 방송 청취자들께 자기소개를 해주시죠.

프라가) 네, 제 이름은 줄리 프라가(Juli Fraga)입니다. 임상심리학 박사이자, 심리 치료 전문가이고요. 주요 방송과 신문, 잡지를 통해 정신 건강 전문기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의 건강면에 정기적으로 기고하고 있고요, ‘뉴욕매거진’에도 글을 씁니다. 그리고 ‘NPR’을 비롯한 라디오와 텔레비전에도 출연하고 있습니다.

기자) 정신 건강 전문가이신데, 언론인이 되고자 결심하신 계기는 뭔가요?

프라가) 학창 시절부터 글 쓰고 말하는 걸 좋아했어요. 그래서 대학 때 부전공이 영문학이었습니다. 본업인 심리치료를 하는 틈틈이, 중요한 정신 건강 사안들에 관해 글을 써서 인터넷에 올렸어요. 그게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습니다. 댓글을 통해 질문도 쏟아졌고요. 그때 깨달았죠. ‘아, 이렇게 정신 건강에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많구나. 내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겠다’라고요.

기자) 전문성을 살리면서, 기자로 나서기로 하신 거군요?

프라가) 네. 건강 보도 분야에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보기로 결심했어요. ‘정신 건강’에 관해서 집중적으로 기사를 쓰기로 한 겁니다. 온라인 글쓰기 이후에, 정식으로 ‘정신 건강 전문기자’ 직함을 달아 주요 매체에 기고한 게 6년 정도 됐는데요. 처음에는 신문에 건강면이 있고, 방송에 건강 프로그램이 있더라도 ‘정신 건강’을 진지하게 다루는 경우가 거의 없었어요. 그런데 불과 몇 년 새 미국 언론의 시각이 많이 달라졌죠. 정신 건강 문제가 우리 사회 전체에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으면서, 보도 비중을 높이고 있습니다.

기자) 현재 미국인들의 최대 정신 건강 현안은 뭡니까?

프라가) 코로나 백신 문제입니다. 백신 때문에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사람이 너무나 많아요. 원인은 ‘불신’과 ‘불안감’입니다. ‘불신’은 무슨 얘기냐 하면, 백신의 효능을 믿지 못하는 겁니다. 따라서 접종을 거부해요. 그분들은 코로나 사태가 종식될 때까지, 대안 없이 버텨나가기 위한 압박감과 긴장감이 점점 높아집니다. 그리고 ‘불안감’은 ‘언제 나한테 접종 순서가 올까’하고 초조해하시는 분들이 많다는 점이에요. 다행히 이 문제는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일입니다.

기자) 백신 공급 속도가 기대보다 늦다는 지적이 나오는 중인데,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는 말씀입니까?

프라가) 네. ‘화이자(Pfizer)’ 백신과 ‘모더나(Moderna)’ 백신, 그리고 또 다른 백신(얀센 등)이 충분한 물량으로 2021년 상반기 중에 미국 사회에 공급될 거라고 업계에서 전망합니다. 우선 접종 대상이 아니라고 불안감을 가질 이유가 없어요. 그리고, 특정 집단은 백신을 못 맞을 거라는 정보도 돌아다니는데, 잘못된 이야기입니다. 우선 접종 대상이 아닌 분들은 ‘사회적 거리 두기’와 ‘마스크 착용’, 그리고 모임을 피하는 등 방역 조치를 지키면서, 차례를 기다리시면 조만간 접종하실 수 있습니다.

기자) 이렇게 백신 문제가 큰 정신 건강 현안이 된 이유는 뭔가요?

프라가) 우리 모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대해 우려하고 있으니까요. 어디에 가더라도, 무엇을 만지더라도, ‘혹시 바이러스가 옮겨 왔으면 어쩌지’하고 걱정하는 게 요즘의 일상이잖아요. ‘이러다 이전 같은 평범한 생활을 되찾지 못하면 어쩌나’하고 불안해하는 분들도 많아요. 코로나 때문에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분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고요. 이런 상황을 극복하고, 평범한 일상을 회복하는 유일한 길이 백신입니다. 따라서 백신에 대한 기대가 큰 것이고요, 이 과정에서 ‘불신’과 ‘불안감’이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겁니다.

기자) 화제를 돌려보죠. 지금까지 언론인으로 활동하면서 가장 좋았던 일과 나빴던 일은 뭔가요?

프라가) 좋았던 일은 대부분, 독자와 시청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을 때예요. ‘중학생 자녀를 둔 엄마의 양육 우울증이 늘어난다’는 기사를 써서, 2016년에 NPR을 통해 보도한 적이 있는데요. 이 기사가 정말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많은 엄마들이 자식 키우면서 감정 기복이 심해지고 우울증을 겪지만, 전혀 도움을 얻지 못하고 있었던 거예요. 제 기사에서 해법을 찾았다고 감사를 표시하는 이메일이 쏟아졌어요.

기자) 적극적으로 반응하는 독자나 청취자는 주로 여성인가 보죠?

프라가) 네. 여성 독자들은 남성보다 정신 건강에 취약한 상황에 놓여 있기 때문에, 제 기사를 더 열심히 찾아보십니다. ‘산후 우울증’이나 자녀 교육에 대한 부담감, 그리고 불임, 육아 스트레스 때문에 고통을 겪는 분들이 많거든요. 그래서 저도 여성에 초점을 맞춘 기사를 더 많이 쓰려고 노력합니다.

기자) 언론 활동 중에 나빴던 경험도 말씀해주시죠.

프라가) 좋았던 일의 반대예요. 정성 들여 쓴 기사가 오히려 비판받을 때 많이 속상하죠. 예를 들어, 얼마 전에 ‘정치 때문에 생기는 가족 간의 갈등 해소법’에 관해 잡지에 기고한 적이 있어요. 제가 심리 치료를 맡은 환자분의 실제 사례를 소개한 내용이었는데요. 그 환자분 가족 중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열성 지지자가 있었어요. 날마다 “지난 대선은 부정선거였다”고 주장하면서, 가족 간에 분란이 생긴 사례였습니다. 그런 주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가족 구성원과의 사이에 분노와 갈등이 쌓여간 거죠. 기사를 통해 해법을 제안했는데, 정치적인 사례에 관여한다는 오해를 받았습니다. 기사 속에서 저의 정치 성향을 전혀 드러내지 않았는데도 말이죠.

기자) 그럼, 언론계 활동 중에 여성이라서 겪은 어려운 일은 없었나요?

프라가) 음, 그 문제는 답변하기 어렵습니다. 저는 박사 학위를 가진 전문기자라서, 언론계에서 조금 다른 길을 걸어왔기 때문에요. 여성 언론인들이 취재 현장에서 무시당하는 등 어려움을 겪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여성들의 정신 건강에 관해 기사를 쓰고, 활발하게 보도하는 기회를 거의 독점적으로 가졌어요. 그러니까, 여성이라는 점이 오히려 보탬이 됐다고 볼 수 있겠네요.

기자) 그럼 언론계 전반적으로 볼 때, 보도 내용이나 취재 인력 배치 등에 양성 균형이 어느 정도 맞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프라가) 이것도 제가 정확히 알 수 있는 사안은 아닙니다만, 양성 균형이 맞지 않는다는 건 언론에 조금이라도 관여한 사람은 쉽게 파악할 수 있어요. 같은 일을 하더라도 남성에게 기회가 더 많이 가고, 여성보다 좋은 대우를 해주는 일이 빈번한 게 현실이니까요. 특히 양성 간 급여 차이 같은 문제는 시급히 해결해야 하지만, 오랫동안 고쳐지지 않고 있습니다.

기자) 이제 ‘언론 자유’ 이야기를 해보죠. 미국 사회의 언론 자유도를 10점 만점으로 평가한다면, 몇 점이나 주시겠습니까?

프라가) 상당히 자유롭다고 봅니다. 기자들이 쓰고 싶은 기사를 거리낌 없이 쓰고, 다양한 매체를 통해 대중에게 전달할 수 있으니까요. 다만 얼마나 점수를 매길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자유로운 환경일수록, 언론인들의 책임이 중요해요. 이 문제가 과연 뉴스 가치가 있는지, 시대 상황에서 중요한 문제인지를 제대로 판단하고 기사를 써야죠. 책임감을 가지고 철저하게 취재해야 하고요. 자유가 방임으로 잘못 가면 금방 허물어집니다.

기자) 앞으로 계획이나 목표는 뭡니까? 10년 뒤엔 어떤 모습일 거라고 기대하세요?

프라가) 앞으로 10년이라…, 맙소사, 참 긴 시간이네요. 제가 나이가 많거든요. 하하. 유용한 기사를 많이 쓰고 싶어요.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정신 건강을 유지하고 향상하는데 더욱 도움이 되는 기자로 발전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제가 임상 심리 치료를 진행하는 환자분들께도 더 좋은 치료를 제공하도록 열심히 공부하고, 전문성을 향상하고 싶습니다.

기자) 마무리할 시간입니다. 북한에서 VOA를 듣는 분들을 포함한 세계인들에게, ‘언론 자유’와 ‘양성평등’에 관해 어떤 말을 해주시겠습니까?

프라가) 지금 세계 곳곳으로 ‘당신(국민)의 목소리가 중요하다’는 점을 인식하는 흐름이 퍼지고 있다고 봅니다. 권력층의 잘못을 지적하고, 국민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시위와 운동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잖아요. 더 큰 목소리를 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성별이나 출신 배경 때문에 부당한 처우를 받는 분이 있다면, 체념하지 마시고 목소리를 높이세요. 그리고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상황에 처한 사람들을 위해, 함께 목소리를 내주세요. 그것이 인간의 존엄성, 그리고 기본적인 인권을 지켜나가는 출발점입니다.

언론 자유와 양성평등, 두 가지 영역에서 동시에 노력하는 여성 언론인들을 만나보는 ‘여성 언론인 대담’, 오늘은 줄리 프라가 정신 건강 전문기자와 이야기 나눴습니다. 지금까지 오종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