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언론인 대담] NBC ‘투데이쇼’ 뉴스 진행자, 캐시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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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자유와 양성평등, 두 가지 영역에서 동시에 노력하는 여성 언론인들을 만나보는 ‘여성 언론인 대담’ 시간입니다. 미국인들은 텔레비전 아침 방송에서 많은 정보를 얻습니다. 어제 하루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밤사이 세계는 어떻게 돌아갔는지, 그리고 오늘 날씨는 어떨지, 아침에 텔레비전을 보고 아는 건데요. 대표적인 아침 방송 프로그램이 NBC의 ‘투데이쇼(Today Show)’입니다. ‘투데이쇼’에서 뉴스 진행을 맡아 다양한 소식을 전하는 한국계 미국인 캐시 박 기자와 오늘 함께 합니다.

NBC ‘투데이쇼’ 뉴스 진행자, 캐시 박.

기자) 안녕하세요, 바쁘신 중에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VOA 한국어 방송 청취자들께 자기소개를 해주시죠.

박) 네, 제 이름은 캐시 박입니다. NBC 뉴스 소속 기자이고요. NBC에서 일한 지는 2년 정도 됐습니다. 그전에는 지역 방송국에서 뉴스 진행자(앵커)와 기자로 10년 넘게 근무했고요. 지금 NBC 아침 프로그램 ‘투데이쇼’에서 동료들과 함께 뉴스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큰 사건이 있을 때마다 스튜디오 밖으로 나가서, 현장 취재도 계속하고 있습니다.

기자) 박 기자의 현장 취재가 최근에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코로나 대응을 위해 뉴욕항에 정박한 해군 병원선 ‘컴포트(Comfort)’함에 가서 단독 보도하셨죠?

박) 네. 제가 사는 곳이 뉴욕 중심지인 맨해튼이고, 일터인 NBC 방송국도 뉴욕에 있어요. 그런데 지난 3월, 코로나 사태가 가장 악화하기 시작한 곳이 뉴욕 일대였잖아요. 코로나 이야기가 방송과 신문을 덮으면서, ‘이 일은 내 기자 인생에서 가장 큰 사건이 되겠구나’하는 직감이 왔습니다. 그래서 어떤 일이든 취재할 준비를 해놨죠. 병원선 입항 정보를 미리 듣고, 곧장 그 배로 달려갔어요. 병원선을 포함해 뉴욕 일대 의료ㆍ보건인들의 활동을 조명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어요.

기자) 의료 현장에서 본 코로나 대처 노력, 어땠습니까?

박) 의사와 간호사분들 모두, 매일매일 일하면서 눈물을 흘리고 있었어요. 왜냐면 이렇게 한꺼번에 환자와 사망자가 폭증하는 일은 이전에 전혀 겪어본 적이 없었으니까요. 게다가 의료진들은 우리 같은 보통 사람에게는 없는 고통을 추가로 감내하고 있었어요. 기자로서 냉정을 유지해야 하지만, 정말 마음 아팠던 광경이었습니다.

기자) 의료진들만 겪는 추가적인 고통이 뭡니까?

박) (코로나 감염자를 대하는) 병원에서 일하기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 곁에 갈 수 없는 거예요. 감염 가능성에 언제나 노출돼 있어서, 퇴근한 뒤에도 가족, 친지, 친구를 아무도 만날 수 없는 거죠. 우리는 봉쇄 정책 시행 중에도 가족들과는 함께 지낼 수 있잖아요. 이런 의료진들의 남모를 고통에 관해, 속 깊은 이야기를 들어서 시청자들께 전한 게, 기자로서 세상에 눈을 더 크게 뜨게 해줬어요. 의미 깊은 경험이었습니다.

기자) 코로나 사태 외에, 기자 생활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어떤 게 있나요?

박) 음, 작년에 있었던 일인데요. ‘투데이쇼’를 생방송으로 진행하는, 뉴욕 록펠러 플라자 ‘스튜디오 1A’에 처음 발을 들였을 때를 아직도 잊을 수 없습니다. 어릴 때부터 NBC와 ‘투데이쇼’를 보면서, 방송 뉴스 진행자와 기자들을 동경했거든요. 서배나 거스리(Savannah Guthrrie) 같은 유명 방송인과 나란히 앉아 방송한다는 것, 정말 꿈같이 느껴졌어요.

NBC ‘투데이쇼’ 뉴스를 진행하는 캐시 박.

기자) 동경하던 인물들과 함께 방송하게 되면서, 긴장은 안 하셨나요?

박) 당연히 긴장했죠. 엄청 굳어서 덜덜 떨었던 기억이 나요. 하지만 ‘투데이쇼’에 제가 있을 자리를 마련한 것은 방송 기자로서 개인적인 목표를 이룬 것이어서, 정말 특별한 순간이었어요.

기자) 한국계 기자가 전국 방송 뉴스 화면에 나오는 게 드물어서 더 주목받을 수도 있겠네요?

박) (한국계로서) 제가 처음은 아니에요. 다른 방송국에서 전국 대상 프로그램에 한국계 기자가 뉴스를 진행하는 사례가 있고요. 제가 일하는 NBC 본사에도, 화면에 나오는 사람은 저뿐이지만 제작진 중에 한국계 기자, 프로듀서들이 몇 명 있어요.

기자) 소수계이자 여성인데, 전국 방송에서 뉴스를 진행하게 되기까지 과정이 순탄했습니까?

박) 음, 그런 출신 배경이 저한테 손해가 되진 않았어요. 우선 한국어를 할 수 있는 점은 다른 기자들에게 없는 강점이죠. 그리고 저희 NBC에는 아시아ㆍ태평양계 시청자들을 배려하기 위한 전담 조직이 있어요. 그래서 제가 더 돋보일 수 있는 점이 있었고요. 여성이라는 점도 불리한 요인은 아니었던 거 같아요. 지금 방송계는 전반적으로 인종과 성별, 나이, 그 밖의 출신 배경을 모두 포용하는 ‘다양성’을 중요한 가치로 두니까요.

기자) ‘여성 언론인 대담’에 앞서 나오셨던 분들은 남성 지배적인 언론계에서 어려움을 겪었다는 얘기를 많이 했는데, 지금은 과거와 많이 달라진 거군요?

박) 네. 지금은 어느 때보다 상황이 좋아졌다고 느껴요. 언론사마다 기자들을 성별에 따라 안배하는 정책을 진행 중이고요. 보도 소재나 대상도, 양성 간에 차별 없이 다루려는 노력을 펼치고 있으니까요. 오래전 월터 크롱카이트(Walter Cronkite) 앵커가 활동하던 시절에는 그랬(남성 지배적)을지 몰라도, 지금은 아니에요. 제가 메릴랜드대학교를 졸업하고 언론계에 입문한 10여 년 전만 해도, 여성들의 진출이 굉장히 활발해진 뒤입니다.

기자) 그럼 미국 사회의 ‘언론 자유’는 어떻습니까?

박) 10점 만점에서 10점에 가깝다고 봐요. 지금 미국만큼 언론 자유를 누리는 나라가 어디 있나요? 미국에선 지도자들의 행동에 책임을 지도록, 까다롭고 비판적인 질문을 할 수 있는 자유가 허락되잖아요. 또한 보도 이후 몰아칠 후폭풍을 염려해서, 써야 할 기사를 못 쓰는 압력도 없습니다. 결국, 언론인들의 자세가 관건이라고 생각해요. 어떤 일을 다루든 ‘객관적’이고 ‘불편부당’하면서 ‘균형 잡힌’ 시각으로 기사를 써야죠.

기자) 기자라는 직업을 택한 이유는 뭔가요?

박) 아시다시피 기자 생활에서 가장 재밌는 게, 아침에 눈을 뜰 때까지 그날 무슨 일을 다룰지 모른다는 거예요. 다른 직업과 달리, 업무에 예측이 불가능한 거죠. 매일매일 다양한 취재 업무를 배정받잖아요. 또한, 취재 대상인 사건이나 현상이 앞으로 어떻게 발전하고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칠지도 전혀 모르는 일입니다.

기자) 한마디로 예측 불허의 ‘역동성’이 언론계의 매력이라는 말인가요?

박) 그렇죠. 어느 날은 갑자기 폭우가 내린 재해 현장을 취재하러 가기도 합니다. 또 어떤 날은 놀랍도록 훌륭한 사람을 인터뷰해서, 영감을 주는 기사를 쓰기도 하죠. 언론의 목적은 공익 추구에 있지만, 개인적인 입장에서, 훌륭한 사람과 마주 보고 대화할 수 있는 건, 저의 성장에도 크게 도움이 돼요.

기자) 훌륭한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게 기자로서 가장 좋은 점입니까?

박) 또 있어요. 우리(미국) 사회의 좋은 면과 나쁜 면을, 현장에서 직접 볼 수 있잖아요.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뉴스가 있는 곳에 기자가 달려가야 하니까요. 그런 좋은 일과 나쁜 일을 어떤 식으로 보도할지 ‘내러티브(묘사기법ㆍ논조)’를 정하는 데 따라, 앞으로 상황이 다르게 전개될 수 있어요. 우리(기자들)가 어떻게 보도하느냐가 나랏일에 큰 영향을 미치는 거죠.

기자) 나랏일에 더욱 큰 영향을 미칠 전국 방송 뉴스를 담당하고 있는데요. 지금 이 자리까지 오는데 특별히 도움을 받거나, 본받은 인물이 있었습니까?

박) 저희 부모님요. 지금의 성공을 일굴 수 있었던 것은, 제 주변에 계신 분들의 공이 커요. 그중에 가장 중요한 분들이 부모님입니다. 제가 언론인으로서 꿈을 추구하는 과정에, 한 번도 의욕을 꺾거나 낙담하게 하신 적이 없어요. 항상 응원해주시고, 지원해주셨어요. 지역 방송에서 일하면서 박봉에 시달릴 때도, 부모님은 항상 더 좋은 미래를 보도록 이끌어주셨어요. 정말 감사합니다.

기자) 아쉽지만 마무리할 시간입니다. 북한에서 VOA를 듣는 분들을 포함한 세계인들에게, ‘언론 자유’와 ‘양성평등’에 관해 어떤 말을 해주고 싶습니까?

박) 미국 언론인으로서, 높은 ‘언론 자유’를 누리는 게 정말 다행이라고 먼저 말씀드릴게요. 그건 곧, (세계를 향한) 거대한 책임감을 의미합니다. 우리(미국 언론)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세계가 따라올 거니까요. 앞서 말씀드린 대로, 기자들이 사태의 양면을 함께 보고 ‘객관적’이고 ‘불편부당’하고, ‘균형 잡힌’ 자세를 지켜야 해요. ‘양성평등’도 마찬가지입니다. 미국이 모범을 보이면, 세계가 따라올 거라고 생각해요.

기자) 귀한 시간 감사합니다. 다음에 계기가 되면, 다시 한번 대담에 초청하겠습니다.

박) 좋습니다. 그때 또 이야기 나누죠.

언론 자유와 양성평등, 두 가지 영역에서 동시에 노력하는 여성 언론인들을 만나보는 ‘여성 언론인 대담’, 오늘은 NBC ‘투데이쇼’ 뉴스 진행자, 캐시 박 기자와 이야기 나눴습니다. 지금까지 오종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