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A 뉴스] 김정은 돈주 압박 “시장경제 후퇴, 경제 악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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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지도부가 부정부패를 구실로 신흥 자본가인 이른바 ‘돈주’들을 계속 탄압해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전문가들이 진단했습니다. 북한에 그나마 자생한 시장경제의 싹을 자르고 주민들의 소득을 오히려 감소시키는 등 스탈린 시대로 회귀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김영교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상취재: 김선명 / 영상편집: 김정규)

북한 지도부가 지난 1월, 8차 당대회 이후 기존 세도와 관료주의, 부정부패 행위에 대한 처벌과 대대적인 투쟁을 과거보다 훨씬 더 강조하고 있습니다.

‘노동신문’은 18일에도 ‘부정부패’가 세도, 관료주의와 더불어 인민 위에 군림하고 인민의 권익을 침해한다며, 노동당이 이에 대해 전쟁을 선포했다고 전했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이런 정책이 인민대중 제일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전문가들과 대북 소식통들은 오히려 비현실적 정책 때문에 주민들의 소득이 줄고 고통은 가중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북한 경제전문가인 김병연 한국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장은 한국 언론 기고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생산량을 늘리라고 다그치면 기관과 기업이 주민들을 강제 동원해 노동력을 착취하고, 돈주 등 부유한 계층에게 각종 명목으로 돈과 현물을 뜯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며, 김정은의 정책은 부패를 조장하는 등 사이비 경제 논리에 기초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사회주의 경제관에 따라 생산량을 중시할 뿐 주민 후생은 뒷전이거나 희생해도 좋다고 판단하는 등 김정은의 정책에 인민은 없다는 지적입니다. 특히 그동안 유통과 금융 등 비공식 경제의 성장과 변화를 주도하고, 국가 건설 과제 수행에 중요한 역할을 하던 돈주들이 김 위원장의 압박과 국경 봉쇄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현승 씨 / 전 북한 노동당 39호실 산하 선박무역회사 부대표
“돈주들이 갖고 있는 자본, 북한 지하에서 흘러 들어가는 자본을 김정은이 타깃으로 했거든요. 이제는 해외 무역이 줄어들다 보니까. 그 자본을 저희가 봤을 때 2018년부터 빨아드렸습니다. 시장에서 돌아가는 돈을. 제가 봤을 때는 거의 한계가 올 겁니다. 이 자본도.”

과거 동유럽 공산 경제 체제를 연구했던 로버트 킹 전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는 앞서 VOA에, 김정은이 스탈린 시대로 회귀하는 등 경제 위기 극복과는 반대의 길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로버트 킹 / 전 국무부 북한인권특사
“김정은의 계획 경제 회귀는 문제를 만들 겁니다. 계획 경제는 (여유로운 상황에서) 매뉴얼대로 계획하고 대응할 때만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경제 기능은 수요와 공급 요구 조건이 갖춰졌을 때 잘 발휘됩니다.”

전문가들은 장마당을 통한 시장화와 정보화 촉진으로 주민들의 의식이 깨이면서 체제에 위협을 느낀 김정은 위원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구실로 국경을 장기간 봉쇄한 채 비사회주의 문화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부정부패를 핑계로 돈주들을 압박하고 있다고 진단합니다.

트로이 스탠거론 / 한미경제연구소(KEI) 선임국장
“부패 척결 강조는 돈주들을 압박하는 수단일 뿐 아니라 국가 기관과 민간 경제 전반에 걸쳐 정권이 다시 권위를 행사하기 위한 방법도 될 수 있습니다.”

조지타운 대학의 윌리엄 브라운 교수 등 전문가들은 김정은의 이런 비현실적 정책이 결국 시장 활동을 위축 시켜 생산성을 저하시키는 등 북한 경제를 더 악화시킬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은 정책의 목표를 보여주기식 건물 증축과 생산량 증대가 아니라 시장경제를 살려 돈주 등 모든 주민의 소득과 후생을 강화하는 정책을 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