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미국과 아프간의 만남, 타블라 듀오...어려운 이웃을 돕는 캔 공작 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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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곳곳의 다양한 모습과 진솔한 미국인의 이야기를 전해드리는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김현숙입니다. 흔히들 음악은 만국 공통어라고 하죠? 언어나 문화가 달라도 서로 공감할 수 있으니까요. 워싱턴 D.C.에는 이런 음악의 힘을 보여주는 연주단이 있습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온 남성과 미 동부 펜실베이니아 출신의 여성이 만든 아프간 전통악기 이중주단인데요. 이들이 만들어 내는 독특한 언어를 한번 감상해보시죠.

‘타블라 포 투(Table for Two)’가 공연을 앞두고 연습하는 모습.

“첫 번째 이야기, 미국과 아프간의 만남, ‘타블라포투’”

워싱턴 D.C. 교외의 한 주택가에서 독특한 음악이 흘러나옵니다. 이곳은 바로 애비게일 그린웨이 씨의 집 지하실이자, 아프간 전통 악기 타블라를 연주하는 이중주단, ‘타블라포투(Tabla for Two)’의 연습실입니다.

그린웨이 씨는 자신들의 연주는 아프간과 미국을 음악으로 하나 되게 만든다며, 이는 문화적으로 대단한 일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린웨이 씨와 함께 타블라를 연주하는 마수드 오마리 씨는 그린웨이 씨의 협주자이자 선생님이기도 합니다. 타블라는 작은 북처럼 생긴 타악기인데요. 그린웨이 씨와 오마리 씨는 화려한 아프간 전통 양식으로 꾸며진 지하 연습실에서 바로 이 타블라를 연주합니다.

‘타플라포투’는 세 종류의 아프간 음악을 연주한다는 게 그린웨이 씨 설명입니다. 아프간과 인도의 전통음악과 고전음악, 그리고 또 자신들이 이름 붙인 ‘신세계(New World)’음악이라고 하는데요. 이 신세계 음악은 마수드 씨가 직접 작곡한 곡들로 ‘타블라포투’의 대표 음악이라고 하네요.

미 동부 펜실베이니아주 출신의 그린웨이 씨와 아프간 카불 출신의 오마리 씨는 8년 전, 워싱턴 D.C.에 있는 아프간 전통 직물 가게에서 만났습니다.

당시 가게에서 오마리 씨가 타블라 연주를 하고 있었는데 훌륭한 연주를 들은 애비게일 씨는 오마리 씨에게 혹시 타블라를 가르쳐 줄 생각이 없는지 물었다는 겁니다. 당시는 타블라에 대해 아는 것도 전혀 없었고, 즉흥적으로 떠오른 생각이지만 악기를 배우고자 하는 열망이 너무나 컸다고 하네요.

원래 시각 미술가인 그린웨이 씨는 모든 종류의 음악에 관심이 많았다고 하는데요. 따라서 타블라에 빠지게 된 것도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고 했습니다. 오마리 씨는 이런 그린웨이 씨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는데요.

처음 그린웨이 씨는 봤을 때, 아프간 말은 몰라도, 박자나 음감은 갖고 있었고, 또 타블라를 배우고자 하는 열정이 대단했다는 겁니다. 그리고 연주법도 무척 빨리 습득했다고 했는데요.

그린웨이 씨는 빨리 연주하고 싶었기 때문에 배우는 과정이 즐거웠다고 했습니다. 생각만큼 배우는 속도가 나지 않아 애를 태우면서 하루에도 몇 시간씩 연습을 쉬지 않았다는 건데요. 하루도 빠지지 않고 이렇게 연습한 탓에 지금 수준에 이르게 됐다고 하네요.

오마리 씨는 배움의 열정이 큰 그린웨이 씨에게 타블라 외에 또 다른 아프간 악기인 하모니움도 가르쳤습니다. 아코디언과 흡사한, 바닥에 놓고 연주하는 자그마한 건반악기인 하모니움은 그린웨이 씨에겐 또 하나의 즐거운 도전이었습니다.

하모니움을 연주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는 그린웨이 씨, 오마리 씨와 첫 수업을 하고는 하모니움 연주에 완전히 빠져들었다는 겁니다.

몇 년을 연습하고 연구한 끝에 두 사람은 ‘타블라포투’를 결성해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데요. 오마리 씨는 15살 때 아프간을 떠나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 정착했다고 합니다. 거기서 타블라를 배웠고 전문가 자격을 얻은 후 2002년에 미국에 왔고요. 미국에서 자신의 음악을 마음껏 펼쳐 보이고 있습니다.

그린웨이 씨는 오마리 씨가 타블라 연주를 하면서 동시에 노래도 한다며 정말 놀라운 실력이지 않느냐며 자신의 선생님을 치켜세웁니다.

두 사람은 여러 대사관이나 박물관, 대학들에서 공연도 하고, 두 사람의 연습실에 사람들을 초대해 연주회를 열기도 하는데요. 인터넷 동영상 공유 사이트인 ‘유튜브’ 채널도 운영하며 자신들의 연주를 사람들과 공유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모국인 아프간의 전통 음악을 보존하며, 전 세계 사람들에게 알리는 자신의 역할을 너무나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오마리 씨. 그린웨이 씨는 하지만 이제 시작일 뿐이라고 했습니다.

아프간이라고 하면 전쟁으로 황폐한 나라라는 것밖에 몰랐던 자신이 음악을 통해 아프간의 문화를 배우게 된 것처럼, 그린웨이 씨는 다른 사람들도 ‘타블라포투’의 음악을 통해 아프간의 긍정적이고 아름다운 면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했습니다.

버니지아주 프레드릭스버그에서 열린 제 8회 ‘캔스트럭션’ 참가팀 작품.

“두 번째 이야기, 어려운 이웃을 돕는 캔 공작 대회”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이 캔(can), 즉 통조림입니다. 미국에는 캔에 든 식품이 아주 많은데요. 통조림은 음식은 쉽게 상하지 않고 오랜 기간 보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미국의 한 자선단체는 통조림의 바로 이런 장점에서 착안해 매년 특별한 행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미 동부 버지니아주 프레드릭스버그의 한 쇼핑센터에 캔으로 만든 공작물이 전시돼 있습니다. 참치, 콩, 야채, 과일 등 통조림의 종류도 무척 다양한데요. 올해로 8회째를 맞은 ‘캔스트럭션 축제(Canstruction Festival)’엔 학생, 교사, 자원봉사자 또 많은 사업체가 참여해 캔을 활용한 멋진 공작물들을 선보였습니다.

이 행사는 빈곤층에 식료품 지원을 하는 자선 단체가 진행하는 행사인데요. 푸드뱅크(Food Bank) 프레드릭스버그 지부의 스테파니 셰릴 씨의 설명입니다.

올해는 총 9개 팀이 참여했는데 이 덕분에 약 2천300kg의 통조림 음식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는 겁니다. 또한, 1년 내내 등록 기간을 열어놓음으로써 앞으로 더 많은 사람이 이 대회에 참석할 수 있길 바란다고 했는데요.

푸드뱅크 프레드릭스버그 지부는 이렇게 모인 통조림을 도움이 필요한 지역 주민들에게 무료로 나눠줄 거라고 했습니다. 이번 대회의 주제는 미 서부의 유명 오락 관광도시인 ‘라스베이거스’였는데요. 참가자들은 라스베이거스를 표현하기 위해 각자의 창의력을 뽐냈습니다.

어떤 참가자는 라스베이거스를 대표하는 카지노, 즉 도박장을 표현하기 위해 통조림으로 포커 카드와 칩, 그리고 주사위를 표현했다고 했고요.

또 어떤 팀은 다리 같기도 하고 기둥 같기도 한 기하학적인 구성물을 만들었는데요. 수학적 논리를 활용해 캔들이 원을 그리듯 올라가는 구조를 쌓느라 6시간이 걸렸다고 했습니다.

이렇게 수학과 미학적인 요소가 다 들어간 공작품들을 심사위원들은 총 7가지 기준에 따라 심사하는데요. 에이미 라센 카브리라 씨도 심사 위원 가운데 한 명이었습니다.

제일 먼저 공작물의 첫인상을 보고, 다음으로 구조상의 독창성, 또 구조물에 어울리는 통조림을 썼는지도 본다는 건데요. 이렇게 다양한 기준에 따라 성적을 매겨 우승팀을 가린다는 겁니다. 아무래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은 바로 창의성이라고 하는데요. 또 비교적 고가인 고기 종류의 통조림을 쓰는 경우 더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왜냐하면 이들 통조림이 결국엔 푸드뱅크를 통해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제공되기 때문입니다.

캔스트럭션 축제는 프레드릭스버그에만 국한되지 않는데요. 1992년 첫 대회를 시작으로 현재 세계 5대륙, 170여 개 도시에서 축제가 열리고 있고 매년 참여하는 사람이 3만 명이 넘는다고 합니다. 지난해 가장 성공적으로 진행된 지역은 미 중북부의 대도시 시카고시로 무려 6만kg 이 넘는 음식이 지역에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기부됐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