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재택근무자 유치 경쟁 도시들...코로나 사태 이민자 돕는 단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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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곳곳의 다양한 모습과 진솔한 미국인의 이야기를 전해드리는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김현숙입니다. 코로나 사태로 재택근무를 하는 미국인이 수백만 명에 달하게 됐습니다. 이들은 집에서 원격으로 일을 하다 보니 굳이 직장 가까이에 살 필요가 없어졌는데요. 이런 재택 근무자들을 유치하기 위해 노력하는 도시들이 있다고 합니다. 집과 근무 공간 심지어 현금을 제공하는 곳도 있다고 하는데요. 과연 어느 도시로 재택 근무자들의 발길이 향하고 있는지 확인해 보죠.

재택 근무 이주자에게 현금 1만 달러와 주택, 무료 근무 공간까지 제공하는 미 중남부 오클라호마주의 도시 '털사'.

“첫 번째 이야기, 재택근무자 유치 경쟁에 나선 도시들”

[현장음: 오클라호마 털사 거리]

미 중남부 오클라호마주 털사에 사는 스테파니 로베스키 씨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자신이 이곳에 살게 될 거라곤 상상도 못 했다고 했습니다.

[녹취: 스테파니 로베스키]

미 서부의 대도시 샌프란시스코에 살면서 다른 곳으로 이사를 생각해 보게 됐다는 스테파니 씨. 위치나 환경, 생활비 등을 비교하던 중에 오클라호마 털사로 이주하면 1만 달러를 지원해준다는 기사를 읽고는 관심이 확 생겼다고 했는데요.

털사시는 ‘털사 리모트(Tulsa Remote)’라는 정책을 통해 해당 조건에 부합하는 원격 근로자들이 이주해올 경우 1만 달러의 보조금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녹취: 스테파니 로베스키]

스테파니 씨는 가본 적도 없는 털사를 구글 지도를 통해 확인해 봤고, 미국의 한복판에 있는 도시에서 한번 살아보기로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온라인으로 ‘털사 리모트’ 프로그램에 신청서를 냈고 승인을 받아 2019년 털사로 오게 됐다고 합니다.

이 프로그램은 털사에서 재택근무하는 사람에게 1만 달러의 현금은 물론, 주택 지원과 무료로 일할 공간까지 제공합니다.

지난 2018년 시작된 ‘털사 리모트’가 받아들인 지원자는 지금까지 300명이 넘는데요. 특히 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확산하면서 프로그램 신청자도 많이 증가했다고 합니다.

[녹취: 벤 스튜어트]

‘털사 리모트’의 임시 최고 책임자인 벤 스튜어트 씨는 신청자 개인과 가족을 최우선으로 둔다는 점에서 아주 특별한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했는데요. 이들을 통해 인재 공동체를 조성하는 것이 털사 리모트의 핵심이자 목적이라고 했습니다.

털사시로서는 프로그램 참가자들이 도시에 잔류하는 것도 중요할 텐데요. 참가자의 95%는 프로그램이 끝나도 털사를 떠나지 않는다고 하네요.

토론토대학 교수이자 해당 프로그램의 자금을 지원하는 ‘조지 카이저 가족 재단’의 자문위원인 리처드 플로리다 교수는 재택근무가 늘어난 지금, 이런 프로그램은 도시 성장을 위해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리처드 플로리다]

역사적으로 살펴볼 때 도시들은 지역 기업과 일자리에 의존해 왔다는 겁니다. 그런데 원격 근무자들을 유치할 경우 노동 시장의 다양화를 꾀할 수 있다는 건데요. 도시 입장에서 원격 근무자가 전체 노동자의 10~20%만 되도 노동 시장이 훨씬 탄력성을 띠게 되고, 상황에 구애받지 않는 역량을 갖추게 된다고 했습니다.

특히 기술의 발달로 원격 근무가 가능해지면서 원격 근무자의 이동은 더 자유로워졌는데요. 스테파니 씨는 털사로 오면서 새로운 친구도 사귀고, 집도 소유하게 됐고, 남자 친구도 생겼다고 했습니다.

[녹취: 스테파니 로베스키]

처음에는 돈을 준다고 하니까 한번 살아봐야지 하는 마음으로 왔는데 털사에 살면서 진심으로 이 도시를 사랑하게 됐고 앞으로도 계속 이곳에서 살 계획이라는 겁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사태가 길어지면서 스테파니 씨처럼 새로운 도시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될 미국인이 앞으로 더 많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모로코 출인 이민자 알리 엘버카우이 씨가 비영리단체 '커먼포인트 퀸스'를 통해 어린이 체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두 번째 이야기, 코로나 시대, 뉴욕의 이민자들을 돕는 단체들”

미국의 최대 도시 뉴욕은 코로나로 큰 피해를 봤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목숨을 잃은 사람이 약 2만4천 명에 달하고, 수많은 사업체가 문을 닫고 있는데요. 이런 상황에서 특히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민자들을 돕는 비영리 단체가 있다고 합니다.

[현장음: 퀸스 체육관]

알리 엘버카우이 씨가 뉴욕시 퀸스의 한 체육관에서 아이들을 위한 운동 수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32살의 알리 씨는 모로코 출신으로 지난 2018년 미국인 아내와 결혼하면서 이곳으로 오게 됐다고 합니다.

[녹취: 알리 엘버카우이]

처음 미국에 왔을 땐 정말 힘들었다는 알리 씨. 스타벅스나 맥도날드 등 여러 곳에 일자리 지원서를 내봤지만 오라는 곳이 없었다고 하는데요. 그렇게 몇 개월을 실업자로 지냈다고 합니다. 하지만 ‘커먼포인트 퀸스(Commonpoint Queens)’라는 비영리 단체를 만나면서 희망의 빛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요. 일자리 지원을 해주는 ‘커먼포인트’가 이력서 작성이나 면접 준비 등을 도와주는 한편, 여러 방면에서 일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는 겁니다.

하지만 지난 3월 코로나 사태가 시작되면서 다시 희망은 절망으로 바뀌는 듯했는데요.

[녹취: 알리 엘버카우이]

코로나 사태 이전까지 커먼포인트의 여러 부서에서 일하면서 경력을 쌓을 수 있었는데 코로나 사태로 시설이 문을 닫게 됐고, 이로 인해 특히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게 됐다는 겁니다.

하지만 곧 커먼포인트는 알리 씨를 다시 불러 코로나 최전방에서 일하는 인력의 자녀들을 돌보는 일을 맡겼다고 하네요.

알리 씨는 코로나 사태에도 다시 일을 할 수 있게 됐지만, 뉴욕의 실업률이 20% 이상 치솟으면서 많은 사람이 실직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했는데요. 특히 퀸스는 불법 체류자가 미국에서 가장 많은 지역이다 보니 대부분 현금으로 수당을 받는 한편, 실업 혜택은 받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합니다.

[녹취: 대니엘 엘먼]

커먼포인트 퀸스의 대니엘 엘먼 최고경영자(CEO)는 코로나 사태가 시작되면서 전화가 빗발쳤다며 특히 먹을 것을 요청하는 전화가 늘었다고 했습니다.

[녹취: 대니엘 엘먼]

엘먼 CEO는 지난 8월까지 9천 명의 사람들에게 식료품을 나눠줬다고 했는데요. 하지만 음식은 당장에 필요한 것이고, 언젠가 뉴욕이 다시 제모습을 찾을 때를 대비해 장기적인 해결책을 구상하기 시작했다고 했습니다.

따라서 커먼포인트 퀸스는 10월 초, 뉴욕 유대인 자선단체 연합(United Jewish Appeal Federation)과 함께 ‘허브(The Hub)’, 즉 ‘중심지’라는 시설의 문을 열었는데요. 약 1천㎡에 달하는 공간에서 식료품도 나눠주고 의료, 기술, 숙박업 관련 기술 훈련도 하게 됐다고 하네요.

[녹취: 대니엘 엘먼]

엘먼 CEO는 이민자들에게 단순히 직업을 주는 게 아니라, 성공으로 향하는 길을 열어주기 위해 노력한다고 했는데요. 허브는 첫해 6천 명의 이민자를 돕고 6개의 지점을 더 열 예정이라고 합니다.

[녹취: 알리 엘버카우이]

알리 씨 역시 미래를 위해 장기적인 계획을 세울 계획이라고 했는데요. 더 나은 일을 찾고 또 코로나 사태 같은 위기에도 큰 영향을 받지 않게 되길 바란다는 겁니다. 따라서 알리 씨는 올해 안에 컴퓨터 정보 시스템 공부를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네,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다음 주에는 미국의 또 다른 곳에 숨어 있는 이야기와 함께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함께 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