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소 출신 탈북자 이야기, 언론 관심

북한 14호 개천관리소 출신 탈북자 신동혁 씨를 소재로 한 책 ‘14호 관리소에서의 탈출-Escape From Camp 14’

미국 등 서방세계 주요 언론들이 최근 발간된 북한 14호 개천관리소 출신 탈북자에 관한 책을 앞다퉈 소개하고 있습니다. 언론들은 정치적 사안에 밀려 주목을 받지 못했던 북한의 잔혹한 인권 유린 현실이 국제사회에 알려지는 계기가 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녹취: 책 홍보 동영상 사운드]

북한 14호 개천관리소 출신 탈북자 신동혁 씨를 소재로 한 책 ‘14호 관리소에서의 탈출-Escape From Camp 14’이 서방 언론들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고 있습니다.

이 책은 미국의 유력지 ‘워싱턴포스트’ 신문의 동아시아 특파원 출신 베테랑 기자 블레인 하든 씨가 썼으며, 지난 28일 영문으로 출간됐습니다.

‘AP 통신’은 정치범 관리소에서 태어나 자란 한 젊은이의 용기 있는 탈출로 북한의 가려진 정치범 수용소의 비밀스런 실체가 드러났다고 소개했습니다. 히틀러의 죽음의 수용소들, 스탈린의 강제수용소, 폴 포트 정권의 킬링필드는 역사의 기억들이 됐지만, 그 기억들이 연상시키는 형언할 수 없는 공포들이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에서는 계속되고 있다는 겁니다.

신동혁 씨는 북한의 정치범 관리소에서 태어나 자란 뒤 자유세계로 탈출한 유일한 탈북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국제 인권단체들은 북한 내 적어도 6개 이상의 정치범 수용소에서 20만여 명이 강제노동과 구타, 굶주림, 공개처형이 빈번하게 이뤄지는 최악의 인권 유린 상황 속에서 현대판 노예처럼 살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AP 통신’은 미국의 정책 결정권자들이 김정일 사망 뒤 북한에서 벌어질 일들에 대해 궁금해하고 있을 때, 이 책이 북한 정권의 잔혹함을 일깨워 줘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워싱턴포스트’ 신문의 프레드 하이어트 논설실장은 25일, 신동혁 씨는 사랑과 신뢰, 친절의 의미조차 모른 채 자랐다며, 구타와 굶주림, 노동이 그의 일관된 삶이었다고 소개했습니다.

하이어트 실장은 전세계 모든 나라가 자국 정부에 유린당하는 시민들을 보호할 책임이 있다고 유엔이 자랑스럽게 선포하는 21세기에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습니다.

북한의 정치범 관리소는 대부분 한번 들어가면 석방이 불가능한 완전통제구역으로 이뤄져 있으며, 탈북자들은 북한 주민들조차 그 안에서 어떤 일이 발생하는지 알지 못한다고 증언합니다.

하이어트 실장은 그러나 이제는 인공위성 사진을 통해 관리소들의 실체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며, 어떤 관리소는 미 서부의 로스앤젤레스시 보다 넓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의 차기 대통령 임기 중에 북한에 중대한 위기나 통일까지 이뤄질 수 있으며, 그럴 경우 현대 역사상 최악의 인권 재앙 가운데 하나가 세상에 공개될 것이라는 빅터 차 조지타운대 교수의 책 내용을 소개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 신문은 활자 뿐아니라 신동혁 씨와의 인터뷰 영상, 저자인 하든 기자와의 인터넷 공개토론까지 주최하며 책을 적극 소개하고 있습니다.

[녹취: 월스트리트저널 방송인] “He not only escape from the prison camp, he did..
하든 기자는 신 씨의 상상하기 힘든 이야기를 어떻게 믿게 됐느냐는 질문에, 구타와 고문 때문에 온 몸에 얼룩진 상처들과 잘린 손가락, 일관된 증언, 그리고 20여명의 다른 관리소 출신 탈북자들의 증언과 신 씨의 증언이 대부분 일치했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영국의 ‘BBC’ 라디오 방송 채널 4는 이번 주의 책으로 ‘14호 관리소에서의 탈출’을 선정해 지난 26일부터 책 내용 전체를 전문 성우의 목소리로 낭독-방송하고 있습니다.

[녹취:BBC 방송]
매일 15분씩 방송되는 이 책의 내용은 BBC 방송의 웹사이트에도 올려져 많은 호응을 받고 있습니다.

이밖에 ‘월스트리트저널’ 신문과 영국의 ‘가디언’, 미 시사월간지 ‘애틀란틱’ 등은 저자인 하든 기자의 장문의 기고를 실었고, 다른 주요 언론들 역시 28일 ‘14호 관리소에서의 탈출’을 길게 소개했습니다.

언론들은 하든 기자의 책이 신동혁 씨의 극적인 이야기 뿐아니라 북한의 역사와 정치적 배경까지 소개하고 있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 책의 주인공인 신동혁 씨는 현재 한국의 한 인터넷 방송에서 북한의 인권 문제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의 프로듀서와 진행을 맡고 있으며, 다음 달 10일 워싱턴에서 열릴 북한 정치범 수용소 관련 국제회의에 참석해 증언할 예정입니다.

미국의 소리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