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영도자 김정일 동지께서 주체 100, 2011년 12월 17일 8시30분에 서거하셨다는 것을 비통한 심정으로 알린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이후 지난 한 달간 북한의 권력 중심은 빠른 속도로 김정일에서 후계자 김정은으로 이동했습니다.
북한은 지난 달 30일 노동당 정치국 회의를 열고 김정은을 인민군 최고사령관으로 추대했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방송’ 입니다.
“조선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신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를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으로 높이 모시었습니다.”
북한 지도부는 이른바 ‘유훈통치’를 내세우며 김정은을 정통성을 가진 최고 지도자로 부각시키는 데 진력했습니다. `노동신문’을 비롯한 북한 선전매체들은 김정은을 ‘불세출의 선군 영장’이라고 부르는 한편 김정은이 군 부대를 시찰하는 기록영화를 방영했습니다.
이어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은 12일 ‘특별보도’를 통해 금수산기념궁전에 김정일 위원장의 시신을 미라로 만들어 영구 보존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한국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의 최진욱 북한연구센터 소장은 김정은이 당분간 ‘유훈통치’라는 명분을 내세우며 당 총비서 등 핵심 직위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지금 김정은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정통성과 권력기반 확보인데요, 정통성은 김정일로부터 나올 수밖에 없으니까, 이를 위해서 당분간 유훈통치를 내세울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남북관계는 다시 악화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한국의 이명박 정부는 김정일 위원장 사망 직후 북한 주민들에게 위로의 뜻을 표하는 한편 김대중 전 대통령과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의 유족에 대해 방북 조문을 허용하는 등 유연한 자세를 보였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남한에 대해 강경한 자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북한의 최고 권력기구인 국방위원회는 지난 달 30일 이명박 정부를 ‘남조선 괴뢰’로 지칭한 데 이어 새삼 이명박 대통령과 류우익 통일부 장관의 이름까지 거론하며 비난 수위를 높이고 있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방송입니다.
“우리는 이 기회에 남조선 괴뢰들을 포함한 세계의 어리석은 정치가들에게 우리에게서 그 어떤 변화도 바라지 말라고 자신감을 가지고 엄숙히 선포한다.”
북한의 노동신문과 대남 선전용 인터넷 웹사이트인 ‘우리민족끼리’는 류우익 장관이 북한의 현실을 왜곡, 비하하면서 대결적인 흉심을 드러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북한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한국 정부가 남북관계를 파국으로 몰아넣었다며 이명박 정부를 강하게 비난했습니다.
북한의 이처럼 대남 강경 자세를 취하는 것은 북한 군부와 관련이 있는 것 같다고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의 래리 닉쉬 박사는 말했습니다.
군부가 선군정책을 계속하기 위해 일부러 남한을 적대시하는 정책을 취하고 있다는 겁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미국과는 대화 의지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미국과 북한은 김 위원장의 사망이 발표된 지난 달 19일 뉴욕채널을 통해 실무접촉을 가진 데 이어 새해 들어서도 접촉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양측의 접촉에서는 미국의 대북 영양 지원과 미-북 간 추가 고위급 회담 재개 문제가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와 관련해 북한은 지난 11일 외무성 대변인 논평을 통해 “미국이 과연 북한과 신뢰를 조성할 의지가 있는지 지켜보겠다”고 밝혔습니다. 논평은 미국이 식량 지원을 우라늄 농축 중단과 같은 정치적 사안과 연계하고 있다며 이같이 주장했습니다.
미 국무부는 북한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대북 영양 지원과 정치는 별개 사안이라고 밝혔습니다. 빅토리아 눌런드 국무부 대변인은 대북 영양 지원은 거래 대상이 아니며 식량 수요와 분배 감시 역량에 대한 평가로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미-북 간의 이같은 움직임과 관련, 한반도 전문가인 해군 분석센터의 켄 고스 국장은 설사 미-북 대화가 재개되더라도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미국이 먼저 식량 지원과 관련해 양보를 해야 대화 재개에 응할 수 있다는 게 북한의 기본입장이라는 겁니다.
한편 미국과 한국 일본 세 나라는 17일 워싱턴에서 3자 고위급 협의를 갖고 김정일 사후 한반도 정세와 공동 대처 방안을 논의할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