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김정일 숙청명령 철회’

태양절 행사가 진행된 가운데 거수경례로 답하는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북한의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아버지 김정일 위원장이 생존 당시 결정한 일부 간부들에 대한 숙청 명령을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정은이 아버지 때의 공포정치와 선을 긋고 유화정책으로 체제공고화에 나선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자세한 소식을 도쿄를 연결해 들어보겠습니다.

문)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아버지 때 결정된 숙청 명령을 취소했다는데, 어떤 내용입니까?

답)네 `마이니치신문’이 오늘자 조간에 보도한 내용입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생전에 주요 국가기관의 간부들에 대해 대대적인 숙청 명령을 내렸는데요, 김정은이 이들에 대해 전면 재조사를 지시해 아버지 때 내린 결정을 뒤집었다는 겁니다.

문) 아버지의 결정을 뒤집었다면, 숙청됐던 인물이 복권이 된 걸텐데요, 실제로 그런 인물들의 사례가 제시됐습니까?

답)네 그렇습니다. 가령 인민보안부 제1부국장은 간첩 혐의로 총살형이 내려졌었는데요, 최근 당에 올린 반성문에서 “과도한 충성심 때문에 죄 없는 인민을 적발한 적은 있지만 스스로 간첩 행위를 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는 겁니다. 이를 보고받은 김정은이 재조사를 지시했고 조사 결과에 따라 총살형을 파기하고 명예회복을 시켜줬습니다. 김정은은 이런 식으로 재교육과 지방 좌천 등의 처분을 받은 10여 명에 대해 재조사를 명령해 6명에 대한 숙청 처분을 취소했다고 합니다.

문)아버지가 내린 결정을 아들이 뒤집었다는 건데요. 이례적인 일이지 않습니까.

답)네 그렇습니다. 김정일의 유훈통치를 강조하고 있는 김정은이 아버지의 지시사항을 뒤집었다는 점에서 이례적인 결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김정은은 재조사 후 복권 결정을 하면서 측근에게 “북한에 이렇게 많은 나쁜 사람이 있을 리가 없다. 이렇게 악인들 뿐이라면 우리 공화국이 사회주의국가로서 존속조차 할 수 없을 것이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와 관련해 `마이니치신문’은 당 지도부와 가까운 소식통을 인용해 “공포로 통치했던 김 위원장과 달리 김 제1비서는 자애를 내건 통치를 하고 있어 당 간부들로부터 인기가 높아졌다”고 보도했습니다.

문)김 기자, 김정일 위원장은 통치 당시 혹독한 공포정치로 악명이 높지 않았습니까.

답)네 그렇습니다. 김 위원장은 생존 당시에 독재체제를 유지하고 반란이나 폭동을 억제하기 위해 주민에 대해 철저한 감시를 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 간첩이나 체제불만 세력을 적발하기 위해 비밀경찰을 풀어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김정은은 아버지 때의 공포정치에서 탈피해 다소 유화적인 통치스타일로 변신을 꾀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마이니치신문’은 김정은이 취임 직후 당 간부와 치안기관 관계자들에게 행한 연설에서 “생활이 어려워 불평불만을 하는 주민을 처벌하지 말라”고 강조한 점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체제전복을 노리는 자와 생활고 때문에 불평을 하는 사람을 구분하라는 겁니다.
신문은 김정은이 이처럼 자애를 강조하고 나선 것은 지도자로서 실적이 부족한 자신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했습니다.

문)하지만 김 기자가 앞서도 지적했듯이 아버지의 유훈통치를 강조하고 있는 김정은으로서는 왠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느낌도 드는군요.

답)네 아무래도 그런 느낌이 듭니다. 최근 측근세력의 쿠데타 가능성에 강한 위기감을 갖고 있는 김정은이 북한 내부와 북-중 국경 지역에 단속을 강화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숙청 철회라는 결정을 내렸다는 게 모순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마이니치신문’은 김정은의 이번 결정이 공포정치를 한 김정일의 ‘유훈’에서 일탈한 것이어서 권력승계의 정통성이 부정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