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지가 선정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두 명의 한국인이 포함됐습니다. 정은경 한국 질병관리청장과 봉준호 영화 감독이 그 주인공입니다. 오택성 기자입니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지가 23일 발표한 2020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에 한국인 두 명이 포함됐습니다.
주인공은 한국 질병관리청의 정은경 청장과 영화 ‘기생충’으로 올해 미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입니다.
‘타임’지 선정 100인은 ‘선구자’, ‘예술가’, ‘리더’ 등 총 5개 분야로 나누어져 선정되는데, 정 청장은 ‘리더’ 부문, 그리고 봉 감독은 ‘예술가’ 분야에서 각각 선정됐습니다.
정 청장이 선정된 ‘리더’ 부문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2020 미 대선 민주당 후보 조 바이든 전 부통령, 그리고 중국 시진핑 주석과 미국의 신종 코로나 대응을 주도하는 앤서니 파우치 국립 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장 등이 포함됐습니다.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은 타임지에 실린 정 청장 소개글에서 “코로나 19 팬데믹 상황에서 한국의 방역은 세계의 모범이 됐고, 정 청장은 방역의 최전방에서 국민과 진솔하게 소통해 K-방역을 성공으로 이끌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알베르 카뮈의 소설 ‘페스트’에 등장하는 “페스트와 싸우는 유일한 방법은 성실성”이라는 문구를 인용하면서, “정 청장의 성실성이야말로 세계 곳곳에서 코로나와 맞서는 수많은 ‘정은경’들에게, 그리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연 인류 모두에게 영감을 주는 얘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영화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이 TIME지가 선정한 2020년 세계에서 영향력있는 100인에 선정됐다. 사진은 TIME 100에 소개된 봉준호 감독의 사진.
봉준호 감독은 미 할리우드 영화 배우인 ‘틸다 스윈튼’이 소개했습니다. 두 사람은 영화 ‘설국열차’와 ‘옥자’ 등에서 감독과 배우로 호흡을 맞춘 바 있습니다.
스윈튼은 봉 감독의 영화에 대해 “우스꽝스러우면서도 고도로 숙련되어 있고 자기 주도적일 뿐만 아니라 인정이 많다”며 “이제 세계가 그의 영화를 따라잡을 때가 온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봉 감독이 연출을 맡은 영화 '기생충'은 아카데미 역사상 처음으로 비영어권 영화가 최고상인 '작품상'을 탄 기록을 세운 바 있습니다.
당시 ‘감독상’을 수상한 직후 봉 감독의 발언입니다.
[녹취: 봉준호 감독] “트로피를 오스카 측에서 허락해 준다면 ‘텍사스 전기톱’으로 다섯개로 잘라서 (후보에 오른 감독들과) 나누고 싶은 마음입니다.”
한편 올해 타임지 100인 명단에는 정 청장과 파우치 소장 외에도 지난 3월에 미국에서 코로나로 사망한 첫 환자를 진료했던 뉴욕 간호사 에이미 오설리번과 코로나의 위험성을 최초로 경고한 것으로 알려진 중국인 의사 리원량 등 코로나 관련 인물들이 다수 포함돼 눈길을 끌었습니다.
‘타임’지는 2004년부터 영향력 있는 100인을 선정했고, 올해로 17번째를 맞았습니다.
한국인으론 2013년 당시 박근혜 대통령과 2018년 문재인 대통령이 선정됐고, 2005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2006년과 2011년 가수 비, 2010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김연아 선수, 2019년 한국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 등이 선정된 바 있습니다.
북한에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5차례,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2차례 명단에 포함됐습니다.
VOA뉴스 오택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