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금요일 북한 관련 화제성 소식을 전해 드리는 ‘뉴스 풍경’입니다. 미국인 화가들이 한국전쟁 70주년의 의미를 기리는 전시회에 참여해 한반도 평화를 기원하고 있습니다. 장양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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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 화가들이 바라보는 ‘한국전쟁과 이후 70년’은 어떤 이미지로 그려질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상실의 아픔,” “분단”, “통곡”, “불과 얼음”,“협상 테이블,” 그리고 “사랑과 평화, 기쁨” 등으로 나타납니다.
11명의 미국인 화가들이 한국전쟁이 발발한 1950년 6월 25일부터 70년이 지난 오늘까지, 자신들이 느끼고 바라는 것들을 그림으로 담고있습니다.
2018년 남북한과 미-북 간 정상회담으로 화해 무드가 조성됐지만 교착 상태에 놓인 현 상황을 그린 “끝나지 않은 일,” 그리고 “테이블로 오라!”
모린 울프슨 작가의 “끝나지 않은 일”은 올리브 가지를 함께 들어 올리고 있는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과 문재인 한국 대통령 뒤로 1950년 한국전쟁 당시 상황을 전하는 신문들이 어지럽게 붙어 있습니다.
울프슨 작가는 작품의 의미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녹취: 모린 울프슨] “The painting conveys that now is time to step forward, be brave and finally take the necessary steps to achieve peace in the Korean Peninsula. No matter how difficult the task may seem, now is the time for change..”
아무리 어려운 상황이라도 이제 한 걸음 더 나아가 용기를 내고, 한반도 평화를 이루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때이며 지금은 변화의 시기라는 메시지입니다.
이 작가의 “테이블로 오라”는 제목의 작품은 텅 빈 협상 테이블과 의자 뒤로 70년 전 한국전쟁 기사가 실린 신문들이 벽지처럼 붙어있습니다.
“포옹과 악수”를 우정과 형제애의 상징으로 보고, 남북한이 역사를 바탕으로 책임을 공유하자는 의미의 “평화” 그리고 “형제애”.
캘리그라피 기법과 아크릴 물감으로 그린 로리 에켈베리 작가의 “평화”는 남북한 정상이 활짝 웃으며 어깨와 허리를 감싸 안고 있는 모습이 담겼습니다.
유화로 화려하게 화폭을 가득 채운 브리타니 울린스키 작가의 작품 세 점은 한반도에 평화가 온 이후의 평범한 사람들을 주인공으로 등장시킵니다.
울린스키 작가는 처음에는 낯설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서로의 태도와 가치를 받아들이게 될 것을 생각하며 북한 시골을 배경으로 셀피를 찍고 있는 남한 사람, 오래된 팔각정으로 자전거를 타고 하나 둘 모이는 남북한 사람들을 그렸습니다.
울린스키 작가는 “북한 사람들은 억압과 통제 하에 살고, 남한은 고유 문화를 유지하면서 다른 문화도 수용하면서 살고 있는 현재 두 나라가 극명하게 분단돼 있지만 미래에 남북한이 평화를 구축하게 되면, 정말 좋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녹취: 브리타니 울린스키] “Imagine, if South Koreans were finally able to visit North Korea they would dress trendy, observe everything and take pictures on selfie sticks. The North Korean people would..”
어린시절 한국전쟁을 경험한 한인 작가의 “통곡의 들판”은 화려한 한복 차림의 여성이 쪽두리를 쓰고 일그러진 얼굴로 심하게 울고 있는데 몸은 두 동강이 났습니다.
제인 초 작가는 한국전 당시 어머니와 동생을 잃었지만, 자신의 굴곡진 삶도 축복이었으며 이제 그만 과거의 고통과 슬픔에서 자유로워 질 것이라는 의지를 강렬하게 표현했습니다.
“야곱과 천사의 씨름”이라는 작품을 내놓은 야론 도탄 씨는 제인 초 작가의 영향으로 전시회에 참여했습니다.
한국전쟁이 개인에게 어떤 고통을 주었는지 알게되면서 자신도 평화를 기원하는 행렬에 동참하고 싶었다는 겁니다.
도탄 씨는 VOA에 자신보다 강한 존재와 싸워 이긴 후 ‘이스라엘’ 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갖게 된 야곱처럼, 남북한이 언젠가 완전하게 전쟁을 끝내고 “코리아”라는 이름을 갖게 되기를 희망했습니다.
[녹취: 야론 도탄]” I hope that one day the troubles between North and South Korea can be brought to an end and that they too can have a new name – Korea..”
전쟁 후 한반도가 겪은 어려움을 미국인의 시각으로 표현하기 위해 전시회에 참여했다는 비니 카만 작가는 남북한은 원래 하나 였다며, “남북한의 영원한 평화”라는 제목의 작품을 내놨습니다.
혼합 미디어 기법의 카만 씨 작품에는 인공기, 태극기, 색동 등 북한과 한국을 상징하는 다양한 문양이 망사천 아래로 옅게 비춰져 은은한 아름다움이 느껴집니다.
로리 에켈베리 작가는 한국에서 열린 전시회에 참여했었는데요, 당시 북한에서 온 사람들을 만나 친구가 되면서 ‘이산가족’ 문제를 알게됐습니다.
에켈베리 작가는 실향민들이 다시 가족을 만나는 것이 한반도의 평화이며 이것은 자신에게도 중요한 일이 됐다는 신념을 알리고 싶어 전시회에 참여했습니다.
[녹취: 로리 에켈베리] “Peace on the Korean Peninsula is important to me because I would love to see my dear friends reunited with their families that they have not been able to see in many years..”
한국전쟁 70주년 기념 전시회 “전쟁의 기억, 평화를 위한 기도”.
미 서부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프록시 플레이스 미술관에서 열리는 이 전시회에는 미국, 일본, 아일랜드, 영국, 멕시코 출신 미국인 작가들의 작품 25점이 소개됩니다.
해외 활동으로 잘 알려진 작가들은 지난해 9월부터 이번 전시를 준비했는데, 프록시 플레이스 미술관 오미화 관장의 권유로 이뤄졌습니다.
[녹취: 오미화 관장] “2018년부터 진행되고 있는 회담을 위주로 우리나라의 평화통일에 대한 목소리가 들리는데요, 이것이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인들이 공통적으로 희망을 보일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했습니다. 올해는 지난해 기억을 되살려서 전시회를 기획했는데, 우리나라 전쟁에 대해 많이 알거라 생각했는데, 많이 알지 못하더라고요, 배경을 전혀 몰랐기 때문에 자료를 나눠주고 공부를 좀 하고 해서 작품을 만들도록 기회를 주는 …”
미국 현지에서 오랜 시간 다양한 전시회를 기획해온 오 관장은 외국인 작가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발견한 점이 있었다며, 역사에 대한 인식의 중요성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자신이 누구이며, 어디서 왔는지 뿌리를 아는 것은 이들의 작품의 근간이 되며 힘이었다는 겁니다.
오 관장은 이런 인식을 가진 예술가들을 통해 한국전쟁 70주년을 기념하는 일은 매우 강한 메시지가 된다며, 작가들의 참여에 큰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전시회 작가들 중 일부는 다른 주제의 한반도 관련 전시회에도 참여한 점이 눈에 띕니다.
지난해 오 관장이 기획한 ‘3.1운동 100주년 기념 전시회’ 였는데요, 우연한 기회에 시작된 여정으로 그동안 몰랐던 한국의 근현대사를 알게 되면서 미-북 관계와 미-한 동맹의 역사까지 통찰하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만큼 한반도의 진정한 평화를 주제로 한 전시회에 연이어 참여하고 있는 작가들의 바람은 남다릅니다.
모린 울프슨 작가는 이번 전시회가 세상에 던지는 메시지가 있다며, 독립운동을 통해 눈물과 피로 되찾은 나라 한국의 통일은 한국 사람들의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녹취: 모린 울프슨] “A united Korea belongs to the Korean people.Peace in the Korean Peninsula is important, and I believe it can occur with compassion and..”
시아버지가 인천상륙작전에서 싸웠다는 비니 카만 작가는 북한의 도발이 다시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며, 두 나라 사이에 두려움이 없어지기를 희망했습니다.
“6.25 한국전쟁 70주년 특별전시회-전쟁의 기억, 평화를 위한 기도”란 제목의 이번 전시회는 오는 27일까지 계속됩니다.
VOA 뉴스 장양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