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에 입국한 탈북민이 229명으로 대폭 감소했고 미국에 입국한 탈북 난민도 2명에 그쳤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여파와 북한의 국경 봉쇄 영향이 큰데요, 탈북 지원단체들은 올해도 전망이 암울하다며 바이든 행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주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통일부는 20일 지난해 한국에 입국한 탈북민이 여성 157명, 남성 72명 등 총 229명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는 2019년에 입국한 1천 47명에 비해 거의 5분의 1수준에 불과한 겁니다.
한국 입국 탈북민이 1천 명 이하로 감소한 것은 2001년에 최초로 1천 명을 돌파한 후 거의 20년 만에 처음입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인한 북중 국경 통제, 제3국에서의 이동 제한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미국에 입국한 탈북 난민도 지난해 2명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국무부는 이달 초 갱신한 난민입국현황에서 지난해 12월 말까지 난민 지위를 받아 미국에 입국한 탈북민은 2명이라고 밝혔습니다.
미국에 입국한 탈북난민은 2017년에 12명을 기록한 뒤 2018년에 5명, 2019년에 1명 등 코로나 여파에 관계없이 계속 저조한 상황입니다.
탈북 지원단체들은 중국 내 탈북민들의 구출 요청은 쇄도하고 있지만, 상황이 매우 암울하다고 말합니다.
한국의 기독교 구출 단체인 갈렙선교회의 김성은 목사입니다.
[녹취: 김성은 목사] “지금 중국에서 저희에게 구해달라는 탈북자 숫자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많습니다. 계속 연락이 오는데, 문제는 이제 NGO 단체들이 비용을 대는 게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합니다.”
코로나 여파와 중국 당국의 검문검색 강화로 지난해 탈북 중개인들이 대거 체포돼 탈출 통로와 기회가 크게 줄어 중국에서 동남아 국가로 가는 비용이 과거 2천~3천 달러 정도에서 지금은 3~4배 이상 폭등했다는 겁니다.
김 목사는 이 액수는 민간단체가 감당하기 힘든 규모라며, 올해는 상당히 부담스러운 한 해가 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느헤미야글로벌이니셔티브(NGI)의 케네스 배 대표는 탈북 비용도 크게 올랐지만, 성공을 보장하지 못하는 게 더 큰 부담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케네스 배 대표] “비용을 떠나서 성공한다는 보장이 전혀 없기 때문에 거의 성공 비율 보다 오면서 붙잡히고 하는 비율이 더 많아서 대부분의 경우 엄두를 못 내고 있습니다.”
탈북 지원단체들은 탈북민과 인권 문제보다 남북관계 개선에 전념하는 한국 정부에 도움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새로 출범한 바이든 행정부에 희망을 걸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과거 오바마 행정부 때 북한에 2년간 억류됐다 풀려난 케네스 배 대표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좋은 기억이 있다며, 탈북민 등 북한 인권 문제 개선을 위해 실질적인 정책을 펴주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케네스 배 대표] “제가 북한에 붙잡혀 있을 때에도 당시 부통령이셨던 바이든 대통령께서 제가 그곳에 부당하게 억류돼 있다는 말씀도 하셨고, 저는 바이든 행정부가 인권에 대해 중요하게 여기는 정부가 될 것이라고 믿고, 특별히 북한 주민들과 탈북 난민들에게는 그들의 인권과 신앙의 자유 문제들을 좀 더 관심 있게 다뤄주시길 우리가 희망하고 있습니다.”
배 대표는 특히 중국에서 체포된 탈북민들이 코로나 우려에 따른 북한 당국의 반대로 북송이 보류된 채 수용 시설에 장기간 수감돼 있다며, 중국과 북한 모두 이들을 거부하는 만큼 미국 정부가 나서서 이들이 미국과 한국으로 갈 수 있도록 인도적 지원을 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습니다.
한국 두리하나선교회의 천기원 목사는 지난 20여 년의 현장 경험을 볼 때 미국 정부가 탈북민 문제를 자주 언급해야 중국이 부담을 느끼고 긍정적 변화에 나설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천기원 목사] “미국에서 이야기하면 중국은 굉장히 두려워합니다. 다른 동남아 국가들은 말할 것도 없고. 그래서 다르게 도와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거기에 대한 언급 자체가 중국에 굉장히 압력이 된다고 저는 믿기 때문에 바이든 행정부와 대통령이 탈북자들의 인권과 자유에 대해 거론해 준다면 현장에서 일하는 저희에게는 가장 큰 힘이 될 것 같아요.”
갈렙선교회의 김성은 목사는 전임 정부의 강경 이민 정책을 바로 바꾸는 바이든 대통령을 보며 기대가 커졌다면서, 탈북민 보호에 수동적이 아닌 선제적 조치를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성은 목사] “우리가 데리고 오다가 한계에 부딪혀 잡혔을 때 미국 정부가 베트남에서 잡혔을 때처럼 도와준다든지, 이것도 북한에 압박이 될 수 있고요. 이렇게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 인권, 탈북자 인권 문제에 대해서 선제적으로 대응해 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