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하원 이산가족 상봉 법안 통과 고무적…북한 미온적 태도로 한계 여전"

미국 연방하원의 이산가족 상봉 법안 발의를 주도한 그레이스 멩 민주당 의원.

미국 내 한인 이산가족들은 미 하원에서 미-북 이산가족 상봉을 돕는 법안과 결의안이 통과된 데 대해 감사의 뜻을 표하면서도, 상봉이 실제 이뤄지려면 넘어야 할 문턱이 높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전문가들은 이산가족 상봉은 물론 미국과의 대화도 꺼리고 있는 북한의 미온적 태도를 주된 문제로 지적했습니다. 이조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내 한인 이산가족 단체인 `재미이산가족 상봉추진위원회' 이차희 대표는 21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미 하원의 미-북 이산가족 상봉 법안과 결의안 통과는 고무적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이차희 대표] “이 빌(법안)이 우리한테는 그래도 상당히 고마운 빌(법안)입니다. 상원 임기가 아직 많이 남았으니까, 대통령 임기도 아직 많이 남았으니까, 상원에서도 통과되면 이것이 분명 프레셔(압박)를 줄 겁니다, 정부에.”

그러나 미국 내 이산가족들은 상원에서도 하원과 유사한 법안이 발의돼 의결되더라도 과연 북한에 있는 가족과 상봉할 수 있을지 여전히 큰 기대를 걸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녹취:이차희 대표] “결정적인 롤은 역시 미국 정부 정책입니다. 미국 정부가 이걸 결정하고 행동으로 옮겨야 합니다.”

이차희 대표는 과거 조지 W. 부시 행정부와 바락 오바마 행정부에서도 미-북 이산가족 상봉을 촉구하는 의회의 적극적인 움직임은 여러 차례 있었지만 실제로 상봉이 성사된 적은 없었다며, 의회 차원의 노력은 정부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 초기부터 이산가족 상봉 문제 해결 의지를 강조해 또다시 조금이나마 희망을 갖고 있다고, 이차희 대표는 밝혔습니다.

실제로 지난 3월 국무부는 재미이산가족 상봉추진위원회와 면담을 갖고 하원의 이산가족 상봉 법안 발의를 주도한 그레이스 멩 의원실과 접촉하는 등 바이든 행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이산가족 상봉 문제 해결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또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최근 하원 청문회에서 미-북 이산가족 상봉 문제는 “가슴이 찢어지는 일”이라며 문제 해결의 중요성을 언급한 바 있습니다.

[녹취: 블링컨 장관] “This is just heart wrenching, knowing that people have been not only separated but don’t even know the fate of their loved ones. So what I can pledge to you is that we will absolutely work on this.”

블링컨 장관은 당시 청문회에서 “사랑하는 가족들과 헤어졌을 뿐 아니라 그들의 운명도 알지 못한다는 것은 가슴이 찢어지는 일”이라며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위해 반드시 노력할 것을 약속한다”고 말했습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지난 3월 하원 청문회에 참석했다.

과거 미 정부와 의회, 적십자, 한인 이산가족 단체들은 미-북 이산가족 상봉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특히 2011~2012년 로버트 킹 당시 국무부 북한인권특사와 미 적십자가 적극 나서 미국 내 한인들이 북한에 있는 가족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 등 상봉을 위한 활발한 움직임이 있었습니다.

의회 차원에서는 일리노이주 출신 마크 커크 당시 공화당 상원의원이 관련 결의안을 주도하고 국무부에 공개서한도 여러 차례 보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 때도 의회는 물론 행정부 차원에서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노력이 있었습니다.

특히 하노이 2차 미-북 정상회담 전인 2018년 10~11월쯤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에 미국 내 한인들을 포함시키는 방안이 미국과 한국 정부 사이에 논의된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미-북 이산가족 상봉이 단 한 번도 이뤄지지 않은 것은 북한의 미온적인 태도가 주된 이유라는 지적입니다.

킹 전 특사는 21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북한은 미-북 이산가족 상봉 문제에 관심이 없다”며, 근본적으로 “미국에 대해 매우 강경한 노선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킹 전 특사] “North Korea is not interested in doing that. They're taking the very tough line vis-a-vis the United States. Even when things went reasonably well with Trump, no indication that the North was would be willing to make any kind of positive gestures like this.

킹 전 특사는 또 트럼프 행정부 당시 (미국과의 관계에서) 상황이 꽤 좋았을 때조차도 북한은 미-북 이산가족 상봉과 같은 긍정적인 제스처를 취할 의향을 전혀 보이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이번에 통과된 하원의 법안이 촉구하는 남북 이산가족 상봉에 미국 내 한인들도 포함시키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라고, 킹 전 특사는 지적했습니다.

로버트 킹 전 미국 국무부 북한인권특사.

[녹취:킹 전 특사] “South Koreans are under a great deal of pressure to bring these meetings together, and including Korean Americans means their Koreans are going to be denied the opportunity. It is a very difficult choice for them. It's not an easy question.”

킹 전 특사는 “한국은 남북 이산가족 상봉을 성사시켜야 한다는 큰 압박을 받고 있는데 남북 상봉에 미국 내 한인들을 포함시키는 것은 남북 상봉의 기회마저 잃을 수 있기 때문에 한국에 매우 어려운 선택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킹 전 특사는 “국무부 북한인권특사가 임명되고 바이든 행정부의 미-북 이산가족 상봉 문제 해결 의지가 강하더라도 문제 해결을 막고 있는 북한이 여전히 문제가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녹취:킹 전 특사] Even having a special envoy, and having the administration make the commitment that it's made that they're anxious to have family reunions take place. It's still the North Koreans that are holding things up and that are going to be the problem.

그러면서, 바이든 행정부는 미-북 이산가족 상봉 문제를 통해 북한과 대화의 물꼬를 터야 한다고, 킹 전 특사는 제안했습니다

[녹취: 킹 전 특사] “I think the argument can be made to the north that this is a way of warming the relationship between the United States and North Korea and this would be a good thing to do and we should try to make progress on this and see if this can lead to progress in other areas as well.”

미국은 북한에 ‘미-북 이산가족 상봉은 두 나라 관계를 온화하게 할 수 있는 한 방법이며, 이 문제에서 진전을 이루기 위해 노력한 뒤 다른 부분에서도 진전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 지켜보자’고 제안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러나 킹 전 특사는 적어도 북한이 이런 사안들에 대해 미국 외교관들과 얘기할 의향이 있어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미국과의 대화를 꺼리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VOA뉴스 이조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