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모르스 단 전 국무부 국제형사사법대사] "북한 세상에서 가장 불의한 곳, 정의 세워야"

모르스 단 전 국무부 국제형사사법대사

북한은 지구상에서 가장 불의한 곳으로 정의를 세우는 일에 미국과 국제사회가 전념해야 한다고, 미국 국무부 전직 관리가 말했습니다. 지난달 바이든 행정부 출범과 함께 퇴임한 모르스 단 전 국무부 국제형사사법대사는 VOA와의 인터뷰에서 북한 정권의 끔찍한 인권 침해에 대한 책임 추궁이 필요하다며, 바이든 행정부가 안보뿐 아니라 인권과 정의 문제를 함께 다루는 강력한 대북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단 대사를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먼저, 국무부 국제형사사법부가 어떤 곳인지 설명해 주시죠.

모르스 단 전 대사) “국제형사사법부(Office of Global Criminal Justice)는 국제사회에서 발생한 대규모 잔혹 범죄들, 즉 반인도적 범죄, 전쟁범죄, 대량학살 문제를 다룹니다. 이런 범죄를 막고 완화시키며, 책임을 추궁하는 역할을 하죠. 전 세계 정부 가운데 이런 부서가 있는 곳은 미국밖에 없습니다.”

기자) 왜 그런 역할이 중요한 겁니까?

모르스 단 전 대사) “이 역할은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불행하게도 북한을 포함해 전 세계에 대규모의 잔혹한 범죄들이 계속 발생하는 곳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범죄가 더는 발생하지 않는다면 국무부 국제형사사법부가 필요 없겠죠. 그런 날이 온다면 저는 정말 행복할 겁니다. 하지만 슬프게도 북한의 강제수용소 등 세계 다양한 지역에서 이런 범죄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정의를 세우는 일이 절실히 필요한 겁니다.”

기자) 과거 북일리노이대 법학교수 시절에 북한 내 심각한 인권 침해에 관해 국제법 관점에서 책과 논문을 쓰는 등 관심이 많으셨는데, 대사를 하면서 북한 문제도 다룰 기회가 있었나요?

모르스 단 전 대사) “제가 원하는 만큼 많이 다룰 수 없었습니다. 불행히도 제가 할 수 있는 일에 한계가 있었습니다. 북한에 대해 훨씬 더 많은 일을 하고 싶어서 시도를 계속했지만,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극도로 제한적이었습니다. 그것이 제가 대사를 하면서 가장 좌절스러운 일이었습니다.”

기자) 트럼프 행정부가 대북 협상에 집중한 게 걸림돌로 작용한 건가요?

모르스 단 전 대사) “거기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많은 제약이 있었고, 북한의 정의를 세우기 위해 하려던 온갖 노력이 대개 벽에 부딪혔다는 겁니다.”

기자) 어떤 노력을 하고 싶으셨나요?

모르스 단 전 대사) “북한처럼 정의에 대해 엄청난 필요성이 있을 때는 무엇이든 이런 정의 문제를 다룰 독립적인 기관들이 필요합니다. 한국 내 법정 기소이든, 특별재판소, 진실·화해위원회를 구성하든 북한의 정의를 세우는 과정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저는 아직도 북한이 지구상에서 가장 불의한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북한 주민들은 그들의 권리를 전혀 존중받지 못한 채 그저 짓밟힌 상태에서 살고 있습니다. 따라서 북한에 정의를 세우기 위한 모든 방법이 강구돼야 합니다. 이를 무시해서는 안 됩니다.”

기자) 북한의 인권 개선, 정의를 바로 세우는 것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어떤 노력이 무시되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모르스 단 전 대사) “유엔 사무소가 서울에 설치됐습니다. 또 한국에는 북한과 관련해 다양한 인권단체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활동이 규제 당하고 있고, 북한에 진실한 정보를 보내는 단체들은 활동이 차단됐습니다. 최근 한국의 대북전단금지법은 매우 안타깝게도 그런 규제를 잘못 적용했습니다. 저는 안보 문제에만 집중할 게 아니라, 또 정의의 문제가 안보에 유리하게 혹은 안보를 위한 핑곗거리로 인식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슬프게도 정의에 대한 문제 제기를 방해하고, 무시하며, 방관하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 이것은 끔찍하고 비극적인 일입니다.”

지난 달 북한 평양역에 설치된 대형 화면에서 노동당 8차 대회 관련 소식이 나오고 있다.

기자) 바이든 행정부는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고 국제 인권 문제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일 것이라고 밝혔는데, 어떤 권고를 하고 싶으신가요?

모르스 단 전 대사) “인권과 정의의 문제는 북한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제기하는 데 있어서 중요하게 다뤄져야 합니다. 소외돼서는 안 됩니다. 미국 정부는 안보 문제를 위해 인권과 정의를 소외시킨 오랜 역사가 있습니다. 그것은 잘못된 이분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두 분야를 모두 다뤄야 합니다. 미국 정부는 그럴 능력이 있고 그런 시도가 절실히 필요합니다. 저는 북한 정권이 유화정책과 인도주의 지원 제의에 반응하지 않는 등 화답이 없기 때문에 강력한 대북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인도적 지원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강력한 정의의 접근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그것이 북한과 관련해 정의와 안보 문제를 모두 해결할 유일한 기회입니다. 트럼프 행정부 초기에 그런 움직임이 있었습니다. 우리는 그런 접근이 필요합니다. 왜냐하면 가벼운 제스처로는 안보나 정의를 가져오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기자) 그럼 구체적으로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모르스 단 전 대사) “저는 대북 인도주의 노력을 지지합니다. 또한 진실한 바른 정보를 북한에 보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국민을 끔찍하고 잔혹하게 대하는 부당한 전체주의 정권에 대해서는 과감하고 강력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또 모든 수단이 사용될 수 있습니다. 현재 진행 중인 제재와 (북한과 거래하는 개인과 기업에 가하는) 세컨더리 보이콧, 강력한 군사적 억지력, 강력한 외교력, 모든 정보 수단을 활용하는 것도 해당됩니다. 아울러 인권 침해 가해자들에 대한 기소 위협도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김정은 정권은 변하지 않을 겁니다. 또한 부당한 정권이 아닌 북한 주민들과의 문화와 교육 등 상호 교류도 더 확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최근 미국 조야에서는 한국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에 중점을 두면서 인권 개선 목소리를 압박하는 상황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모르스 단 전 대사) “한국 정부와 여당은 인권 문제를 제기하는 것에 대해 두려워하지 말아야 합니다. 한국 내 인권 상황이 북한 정권이 원하는 방향대로 흘러가게 해서는 안 됩니다. 한국의 어떤 것도 북한의 방향대로 움직여서는 안 됩니다. 오히려 한국이 지난 수 십 년 동안 이룬 방향, 즉 민주주의와 자유, 시장경제, 종교 자유, 인권 존중의 방향으로 북한이 움직이도록 끌어당겨야 합니다. 김정은과 그의 여동생의 요구에 굴복하는 것은 비효율적이고 약한 방법으로, 효과가 절대 없을 겁니다. 한국 정부는 모든 종류의 제스처와 물건들을 북한에 제공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김정은은 그렇게 보이는 약점들을 경멸하고 그런 빈약한 접근을 오히려 역이용할 겁니다.”

기자) 북한과 관련해 끝으로 덧붙이고 싶은 말씀이 있나요?

모르스 단 전 대사) “저는 북한 주민들이 자유와 정의를 누리고, 자신의 권리를 존중받으면서, 그 권리를 위협받고 짓밟히지 않은 채 그들의 삶과 소명을 자유롭게 추구할 수 있는, 처벌에 대한 두려움 없이 자신의 신앙을 행사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간절히 염원하고 기도합니다. 저는 또한 남북이 평화적으로 통일되고, 끔찍한 불의가 해소되며, 주민들이 압제에 짓눌려 질식하기보다 다시 자유의 공기를 호흡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고대합니다. 이것이 저의 마지막 바람입니다. 북한 주민 분들은 희망을 품고 버티시길 바랍니다. 김 씨 정권 같은 악한 정권은 역사적 기준을 볼 때 오래갈 수 없습니다. 언젠가는 안팎으로 무너질 겁니다. 그러니 희망을 놓지 마시길 당부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