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전 세계 167개 나라를 대상으로 실시된 민주주의 수준 평가에서 올해도 꼴찌를 기록했습니다. 2006년 처음 평가가 시작된 이후 북한은 16년 연속 최하위에 머물고 있습니다. 오택성 기자입니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산하 경쟁력 분석기관인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이 지난 2일 '2020 민주주의 지수'를 발표했습니다.
EIU가 매년 초에 발표하는 '민주주의 지수'는 선거과정과 다원주의, 정부 기능, 정치 참여, 정치 문화, 시민 자유 등 5개 부문을 평가해 각국의 민주주의 수준을 점수로 환산한 지표입니다.
총 167개 나라를 대상으로 실시된 이번 민주주의 지수 평가에서 북한은 10점 만점에 1.08점을 받아 167위, 꼴찌를 기록했습니다.
특히 '선거 과정과 다원주의', '시민 자유' 두 개 부문에서는 '0점'을 받았습니다.
보고서는 '민주주의 지수' 점수에 따라 '완전한 민주주의', '미흡한 민주주의', '혼합형 정권', '권위주의 정권'으로 나누면서, 최하점을 기록한 북한을 '권위주의 정권'으로 분류했습니다.
북한은 ‘민주주의 지수'가 처음 발표된 2006년 이후 올해까지 16년 연속 최하위에 머무르게 됐습니다.
북한은 지수가 발표된 뒤 단 한 차례도 1점 대를 벗어난 적이 없었고 지난 2008년에는 0점대로 떨어지기까지 했습니다.
한편, 이번 '2020 민주주의 지수'에서 노르웨이가 9.81점으로 1위에 올랐고 미국은 7.92점으로 25위, 한국은 8.01점으로 23위에 올랐습니다.
민주주의에 대한 평가에서 북한을 부정적으로 평가한 것은 EIU만이 아닙니다.
스웨덴 스톡홀름에 본부를 둔 국제기구인 국제 민주주의·선거지원 기구(IDEA)는 2019년에 공개한 '세계 민주주의 지수' 에서 북한을 아시아태평양 국가 중 최악으로 평가했습니다.
이 평가에서 북한은 공정한 선거 등을 의미하는 '대의 민주주의' 항목에서 1점 만점에 0.12점을 기록했습니다.
북한은 또 IDEA가 뽑은 아시아에서 민주주의 제도가 없는 10개 나라 가운데 하나에 포함됐습니다.
워싱턴에 본부를 둔 국제 인권감시단체 ‘프리덤 하우스’는 지난해 발표한 '2020 세계자유 보고서'에서 북한이 정치적 자유와 시민적 자유에서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다며, 북한은 세계에서 가장 자유가 없는 나라 중 하나라고 지목했습니다.
북한을 탈출한 뒤 한국에 정착한 뒤 현재 유튜브 계정에서 '평양여자나민희'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인 나민희 씨는 최근 '광화문 광장을 본 평양여자, 이게 민주주의였다'라는 제목으로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나 씨는 이 영상에서 아주 단순하게도 한국과 북한 각각의 대표 광장의 모습에서 민주주의가 있고 없음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나민희 씨 유튜브 방송 중] "김일성 광장은 북한 주민들에게는 행사가 진행되는 곳, 그리고 김일성의 이름을 따왔기 때문에 함부로 행동해서는 안되는 곳, 굉장히 엄숙한 장소로 인식되어 있습니다. 김일성 광장에는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만 오를 수 있는 주석단이 있어요. 주석단 아래에는 김일성과 김정일의 사진이 걸려있어요. 엄청 커서 누가 봐도 김 부자의 전용 광장인 것처럼 보입니다. 광화문 광장에는 우리 나라 역사의 위인들의 동상(세종대왕, 이순신 장군)이 있어서 '아, 김 부자만 동상을 만들 수 있는 게 아니구나'라는 생각을 처음으로 하게 됐습니다."
탈북 후 지난 2008년 영국에 정착해 인권운동가로 활동하는 박지현 씨는 3일 VOA와의 통화에서 북한이 민주주의 지수에서 최하위를 기록한 것, 특히 선거 관련 부문에서 0점을 받은 것은 당연한 결과라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박지현 씨] "가장 대표적인 것이 선거의 자유인데 국민들이 정치에 관여할 수 있는 기회는 바로 선거잖아요. 유권자로서 정치인들을 비판할 수 있는 권리가 주어지는 것인데. 유권자의 권리조차 박탈되고 그냥 정부가 지정하는 사람을 위해서 투표해서 당연히 북한에는 민주주의라는 것이 없죠."
박 씨는 그러면서 북한에선 제대로 된 선거를 경험한 적이 없어 주민들이 선거에 대한 개념 자체가 없고 다른 나라에서 선거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지도 못한다고 덧붙였습니다.
VOA뉴스 오택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