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풍경] 미국·영국·한국 탈북 여성들, 여성 역량 강조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수잔 숄티, 박지현(영국), 제이드(한국), 데보라 최(미국).

매주 금요일 북한 관련 화제성 소식을 전해 드리는 ‘뉴스 풍경’입니다. 미국 내 북한인권단체들이 해외에 정착한 탈북 여성들과 함께 여성의 인권과 역량을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장양희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행사 녹취: 수전 숄티] “Can you tell us how empowered you were as a North Korean woman? What kinds of rights and freedoms did you enjoy in North Korea?

“당신이 북한에 있을 때 여성으로서의 역량이 강화됐는지 말해줄 수 있습니까? 북한에서 어떤 권리와 자유를 누렸습니까?”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북한인권자유연합 수전 숄티 대표가 질문을 던집니다. 대상은 영국과 미국, 그리고 한국에 정착한 3명의 탈북 여성입니다.

13년간 영국에 거주하며 올 1월 구의원 선거에 출마한 북한 인권활동가 박지현 씨와 미국 탈북 난민 1호로 2006년 입국해 사업가로 성공한 데보라 최 씨, 그리고 한국에서 인권활동을 벌이고 있는 제이드 씨입니다.

행사를 주관한 북한자유연합은 2016년 3월 18일 유엔여성지위위원회(UNCSW)에서 북한 여성들의 인권 상황을 세상에 처음 알린 것을 기억하고 활동을 이어가기 위한 목적으로 매년 여성인권 행사를 열고 있습니다.

올해도 지난달 18일 ‘북한에서 버틴 탈북 여성의 역량’이라는 주제로 미국 내 국제 인권단체인 주빌리 캠페인과 공동으로 행사를 주최했습니다.

영국의 박지현 씨는 숄티 대표의 첫 질문에 자신은 북한에서 여성의 인권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다며, 1946년 남녀평등권을 공포한 북한에서 여성은 아프거나 임신해도 대우받지 못한다고 말했습니다.

박지현 씨는 또 북한에서 여성의 직업은 매우 제한적이며 자유와 권리, 행복이 무엇인지 모르는 여성들은 심각한 가정폭력의 피해자임에도 남성은 가해자로 인식 조차 하지 않는다고 덧붙였습니다.

[녹취: 박지현] “This means North Korea never cared about NK women and girls. So that's why usually domestic violence happened in North Korea…”

박지현 씨는 그러나 영국에서 여성은 가족과 사회 구성원으로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며, 자신은 이미 꿈을 이뤘다고 말했습니다.

온 가족이 식탁에 둘러앉아 식사하며 자녀들의 미소를 보는 것이 꿈이라는 박 씨는, 이것은 북한 주민이 이뤄야 할 꿈이며, 한 가족을 살리는 것이 세상을 살리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미 동부 버지니아주 리치몬드에 거주하는 데보라 최 씨는 북한 여성은 권한이 전혀 없는 반면 노동력을 착취당한다고 증언했습니다.

[녹취: 데보라 최] ‘They take advantage of it and exploit women by assigning jobs like are doing hard labor, such as in construction, mining, the army..”

추가적인 권한을 부여한다는 말은 있지만 실제 삶은 건설, 광업 분야에서의 노동 착취, 남성과 같은 군 복무 의무가 있다는 겁니다.

한국에 거주하는 제이드 씨는 어린시절 아버지가 계셨지만 어머니가 가장이었다며, 불법 무역을 통해 가까스로 생계를 꾸렸다고 말했습니다.

영국, 미국, 한국에서 온라인으로 참여한 3명의 탈북 여성은 동생을 구하거나, 자유로운 삶과 가족의 생계 목적 등 각자의 탈북 동기를 설명했습니다.

이 행사는 북한에서의 삶을 견디며 여성으로서 권리조차 누리지 못했던 탈북 여성들이 탈북 이후 재정착 과정에서 겪는 현실을 조명하는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쥬빌리 캠페인의 앤 부왈다 디렉터는 유엔난민기구가 난민으로 규정한 탈북민들이 중국 정부에 의해 강제북송되고 있는 점을 상기시켰습니다.

부왈다 디렉터는 이들이 마주하는 위협으로 강제낙태, 성폭력, 고문, 강제노동을 지적하며 제 3국에 도착한 탈북 여성 중 27%가 구금 등 엄청난 고통을 겪었다고 말했습니다.

부왈다 디렉터는 이런 고통을 겪은 탈북민들이 재정착 과정에서 어떤 어려움에 직면하는지, 또 어떤 지원을 받고 있는지 아는 것은 중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박지현 씨는 영국에는 탈북 난민의 언어와 상황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대변해 줄 변호사나 통역자가 부족해 겪는 어려움이 적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영국 정부는 난민이 영주권을 받기까지 매주 성인 1명 당 54 파운드, 미화 75 달러, 부부는 150 달러, 자녀 한 명 당 70 달러를 지원합니다. 영주권 취득 후 월 3천 파운드, 즉 4천 달러 소득이 넘으면 지원금을 중단합니다.

이날 행사는 미국과 한국, 영국 내 탈북민들이 정착 초기 정부 지원의 수준을 비교할 수 있는 자리였는데, 영국과 미국 내 탈북민의 경우 정부의 지원보다 언어장벽이 가장 큰 장애요소로 꼽혔습니다.

데보라 최 씨는 미국 정부가 제공하는 6개월 영어교육은 부족했고, 공부를 하고 싶었지만 하루 종일 일해야 했다고 말했습니다.

무엇보다 영어가 모자라 해고를 당해도 아무 말을 할 수 없어 매우 힘들었던 경험을 나눴습니다.

[녹취: 데보라 최] “Because of not speaking English. So I was so sad I was crying when I was coming back from the work and then the day they just kicked me out…”

데보라 최 씨는 한국 정부의 지원이 부러웠던 적이 있었다며, 그럼에도 미국 정착 초기 경험이 자신을 강하게 만들었다고 말했습니다.
제이드 씨는 어린 나이에 혼자 탈북했던 만큼 경제적인 어려움이 가장 힘들었다고 말했습니다. 파트타임 3개를 동시에 하면서 대학에 다녔고, 돈을 벌어 북한의 가족에게 보내느라 휴학과 복학을 반복했다는 겁니다.

[녹취: 제이드] ‘So it's kind of really really hard. I could say, but it made me how to survive in here. So it gives me something to have like, you know, some of the inner strength…”

일반 한국인 학생에 비하면 매우 힘든 시간이었지만 이곳에서 생존할 수 있게 만들었다는 제이드 씨는 자신 역시 내면의 강인함이 생겼다며 의미을 뒀습니다.

경제적인 어려움은 여전하며 다양한 일터에서 경험을 쌓았다는 제이드 씨는 아직도 적합한 교육이 모자라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제이드 씨는 중년의 나이에 한국에 정착하는 탈북민들의 어려움에 대해서도 지적했습니다. 이들은 꼭 필요한 정보를 몰라 어려워하며 생계를 위협당하고 있고, 이 때문에 한국에 와서도 굶주린다는 겁니다.

이에 대해 부왈다 디렉터는 2019년 7월 한국 내 탈북민 한성옥 씨가 9살 난 아들과 함께 굶어 죽은 채 발견된 사건을 알고 있다며, 미국 내 탈북민도 스트레스와 어려움을 극복하지 못하고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사례가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부왈다 디렉터는 또 탈북민들의 어려움으로 낙인과 오명을 언급했고, 박지현 씨는 인신매매 경험을 한 여성들은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박지현 씨는 중국 내 인신매매 문제를 개선하는 활동과 관련해 여성들이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데보라 씨는 국제사회가 이 문제에 더 많은 관심을 갖도록 목소리를 높여야 하며, 아울러 미국 내 탈북민들이 정신건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관심을 호소했습니다.

[녹취: 데보라 최]”That's what I wanted. But I didn't have the process of living here right away you know, so I was stuck there and here I made a lot of mistakes, you know, so it was a very very tough, I mean, challenge…”

데보라 씨는 북한 내 삶과 탈북 과정, 미국에서 겪는 문화적 충격과 낯선 자유를 누리는 것 조차 어려운 탈북민들을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VOA 뉴스 장양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