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어린이들 나라의 왕"… 탈북민들 "어린이 강제 노동은 통상적인 일"

지난달 21일 북한 평양의 등교길 어린이들. (자료사진)

북한은 ‘국제아동절’을 맞아 북한 어린이들이 자국에서 정당한 대우를 받으며 살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국제사회와 탈북민들이 지적하는 북한 어린이들의 인권 상황은 그와는 아주 다릅니다. 김영교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북한은 1일 ‘국제아동절’을 맞아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국가적인 어린이 보육교양 제도 아래에서 어린이들이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나라의 왕으로 떠받들리우는 우리 어린이들’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북한의 어린이들이 세상에 부러운 것 없이 자란다고 주장한 겁니다.

하지만 북한 정권의 이 같은 주장과 달리 국제사회에서는 북한 어린이들의 인권 상황과 관련해 다양한 우려들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습니다.

지난달 유엔아동기금(UNICEF)과 세계보건기구(WHO), 세계은행은 공동 발표한 ‘2021 아동 영양실조 추정치 보고서’에서 북한 어린이 5명 가운데 1명이 발육부진을 겪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기준 북한의 5세 미만 어린이 31만 7천 800명이 발육부진을 겪고 있으며, 이는 전체 5세 미만 어린이 18.2%에 해당되는 수치입니다.

북한 어린이들의 발육부진 비율은 3.2%인 미국보다 6배, 또 2.2%인 한국보다는 7배 넘게 높아, 북한 어린이들의 영양 상태가 미국이나 한국 어린이들과 비교해 상당히 좋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또 북한은 어린이들에 대한 권리 보호와 증진이 국가의 최우선 과제라고 말하고 있지만 현실은 다르다고, 국제사회는 지적합니다.

미국 공화당의 크리스 스미스 하원 의원은 지난 4월 열린 대북 전단 금지법 관련 청문회에서 미국은 북한의 가장 취약한 계층을 보호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녹취: 스미스 의원] “… protecting the weakest, the most vulnerable, in this case, mostly women and children from sex trafficking, although there are some boys that are horribly abused as well.”

주로 북한의 여성과 어린이들을 인신매매에서도 보호해야 하지만, 일부 남자 어린이들도 인권 유린을 당하고 있다는 겁니다.

국제사회는 북한 어린이들의 강제 노동 등 북한 당국에 의한 인권 유린도 꾸준히 지적하고 있습니다.

미 국무부는 지난 3월 발표한 연례 인권 보고서에서, 북한 당국이 어린이들을 강제 노역에 동원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정권이 부모와 탈북했다가 붙잡힌 어린이들을 노동수용소에 감금해 최소한 5년 간 강제노동을 하게 한다는 겁니다.

특히 이들 어린이들은 북한 당국의 가혹행위와 처벌 때문에 심각한 영양 실조에 처하게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북한이 12년 간의 무상 교육을 법적으로 보장하도록 돼 있지만, ‘성분’ 제도에 따라 일부 어린이들은 교육의 기회를 박탈 당하고 처벌을 당하기도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국무부는 한국 내 비정부기구들을 인용해 북한 어린이들이 뒷돈을 제공할 가정 환경이 되지 않거나 식량이 부족한 경우 제대로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5학년부터 어린이들에게 일주일에 몇 시간 씩 강제로 군사 훈련을 시키거나 주입식 정치 교육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국무부는 북한의 법이 16살 미만의 어린이들에게 노동을 시키는 것을 금지하고 있지만, 16살이나 그보다 더 어린 어린이들이 단기간 공장이나 농장에 배치하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강제노동으로 인해 학생들에게 신체적·정신적 상해, 영양실조, 탈진, 성장장애 등이 발생했다고 말했습니다.

미국 버지니아 주에 정착한 30대 탈북 남성은 1일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학교 건물을 증축하는데 학생들이 동원됐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30대 탈북 남성] “학교에서 페인트칠을 한다고 하면 학생들이 페인트를 모아서 학생들이 직접 붓도 다 장마장에서 사가지고 와서 칠을 해야 하고요. 하다못해 수영장을 건설한다고 해도 학생들이 다 나가서 망치 들고 자갈을 캐서, 분담제라고 하는데, 학급 별로 시멘트나 자갈이나 모래 같은 것을 사가지고 학생들이 할 수 있는 노동은 학생들이 하고. 학생들학생들이 작업에 굉장히 많이 동원되고요. 국가적인 사업 같은 농촌 지원이라고 있는데, 그런 데도 중학교 이상부터는 봄하고 가을에 한달씩 나가서 농촌에 살면서 무보수로 노동하는 것으로…”

또 다른 탈북민 제임스 리 씨도 북한에서는 어린 아이들이 노동에 동원되는 것은 통상적인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제임스 리 씨] “전국민이 다 이렇게 동원되는데, 아이들이라고 예외가 있었나요? 항상 그렇게 했어요. 북한은. 북한은 노동력을 공짜로 쓰는 그런 시스템이어서…군대나 국민들이나 아이들이나 일단 공짜의 노동력 그런 걸로 국가를 유지하는 시스템이었기 때문에…”

국제 사회는 어린이 수천 명이 동원되는 집단체조에서도 강제 동원과 가혹한 훈련은 물론 체벌까지 가해진다며, 이를 심각한 어린이 인권 유린으로 보고 있습니다.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는 2014년 최종보고서를 통해 북한의 대집단 체조가 어린이들의 건강과 행복에 위험한 일이라며, 이는 명백한 유엔 아동권리협약 위반이라고 밝혔습니다.

미국에 정착한 탈북민 마테 김 씨는 어린이들을 ‘왕처럼 떠 받들어주는 것’은 일부 계층에 국한된 이야기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마테 김 씨] “평양에서도 일부 국한된 사람들만 합니다. 보여주기식으로… 그런 걸 보면 참 우습죠. 세상에 부러움 없어라, 나라의 왕이라, 미래의 꽃봉우리다, 할 때 보면 참 우습습니다. 가진 것도 없고 앞으로 전망도 없는 데서 아이들한테 교육은 커녕 사소한 밥 한끼도 제대로, 밥은 무슨, 죽도 제대로 못 먹이는 부모들이 많아요. 그런 사람들을 생각할 때 참 아이러니한 일이죠.”

김 씨는 북한은 군을 우선시하는 정책으로 인해 어린이 복지에 들어갈 자금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VOA뉴스 김영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