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의 서방국 대사들, 북한 경고 후 트위터 활동 위축

콜린 크룩스 북한주재 영국대사가 지난해 11월 자신의 트위터에 금강산 관광시설을 방문한 사진을 올렸다.

평양에서 인터넷 사회 관계망 서비스를 통해 내부 소식을 외부에 활발히 전하던 서방국 대사들이 북한 당국의 경고 뒤 활동이 크게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영국의 전문가는 북한이 정상 국가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인터넷 등 표현의 자유를 허용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평양주재 콜린 크룩스 영국대사와 요아킴 베리스트룀 스웨덴 대사는 지난해 북한 주민들의 일상과 내부 소식을 트위터를 통해 자세히 전해 큰 관심을 끌었습니다.

[녹취: 크룩스 대사] “안녕하십니까? 저는 평양주재 영국대사 콜린 크룩스입니다. 여기는 평양 김일성광장입니다. 이 나라에서 많은 문제를 처리하고 있습니다. 외교 활동 및 대화를 통해 평화와 안전을 위해서 노력을 하겠습니다. 많은 관심을 바랍니다.”

두 대사는 산책과 결혼식, 운동하는 평양 시민들, 모내기와 추수하는 지방의 농민들, 결핵요양원의 의료진 등 북한의 생생한 모습을 거의 매일 트위터에 올렸습니다.

게다가 무관중·무중계로 논란이 컸던 월드컵 축구 남북한 예선전 소식을 평양의 경기장에서 직접 전하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전 일본인 요리사에 대해 실종설이 나돌자 그가 운영하는 식당을 직접 찾아가 촬영한 사진까지 올려 북한 통신원 같다는 말까지 나왔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VOA가 처음으로 이들의 트윗 활동을 자세히 보도한 뒤 북한 당국이 대사관에 공식 경고를 한 것으로 알려진 후 이런 적극적인 활동이 두 대사의 트위터에서 사라졌습니다.

트윗 횟수가 크게 줄었고, 내용도 북한 주민이나 일터의 모습 대신 대사관에서 키우는 양과 강아지 등 애완동물, 동료 외교관과 운동하는 모습, 다른 나라 외교관들과 친목 행사를 갖는 모습으로 바뀐 겁니다.

복수의 외교 소식통은 당시 VOA에, 북한 외무성이 평양의 모든 외국 대사관에 서한을 보내 북한 사회에 관한 것들을 트위터에 공유하지 말라고 경고했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트위터’ 활동이 활발한 두 대사에게는 북한의 안정에 저해되는 인터넷 사회 관계망 서비스 사용을 용인할 수 없다며, 활동을 멈추지 않으면 큰 문제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까지 했다는 겁니다.

크룩스 영국 대사는 지난해 11월 11일, 어린이들의 입술입천장갈림증 수술을 집도한 평양의대 의료진과 촬영한 사진을 트위터에 올린 것을 끝으로 북한 주민들에 대한 트윗을 중단했습니다.

일본 도쿄대 역사학 박사 출신인 요아킴 베리스트룀 스웨덴 대사도 지난 11월 2일 북한 직장인들의 태권도 연습을 촬영한 동영상을 끝으로 지금까지 올린 트윗은 동물 사진 등 20여 장에 불과합니다.

두 대사는 대신 북한 당국의 조치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나타내는 둣한 글을 올리고 있습니다.

크룩스 대사는 지난 3일 세계 언론자유의 날을 맞아 “전 세계 언론인의 역할이 결정적으로 중요하다”는 영국 등 유럽 4개국 외무장관의 성명을 올리며 “대중에게 계속 정보를 알려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추가 확산을 막을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베리스트룀 대사는 이달 초 평양 주체사상탑과 류경호텔 앞에서 요가 매트를 깔고 탑과 나란히 거꾸로 선 채 홀로 요가를 하는 사진을 잇달아 올리며 “이런 시기에 동기가 부족한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습니다.

지난해 ‘김정은 평전’을 펴낸 ‘워싱턴포스트’ 신문의 애나 파이필드 베이징 지국장은 이 사진에 대해 “매우 자력갱생적”이란 댓글을 달며 북한인들과 소통이 거의 단절된 대사를 에둘러 위로하기도 했습니다.

영국 런던에 본부를 둔 국제인권단체 세계기독교연대(CSW)의 벤 로저스 동아시아 팀장은 27일 VOA에, 표현을 제한받는 크룩스 영국 대사의 상황은 다른 나라 영국 대사들과 명백히 큰 차이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로저스 팀장] “There's clearly a big difference. Most British ambassadors and diplomats and embassies are very active on social media on Twitter and Facebook…”

최근 정치적 압박이 증가하는 홍콩이나 미얀마에서도 영국 외교관들은 자유롭게 트위터나 페이스북을 통해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는 겁니다.

로저스 팀장은 “일부 정부가 이런 국내 상주 외교관들의 트윗에 불만을 표출하거나 비난하기도 하지만 북한처럼 규제하는 나라는 전 세계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영국 외교부는 27일 VOA의 질문에 “영국 대사들은 영국 정부의 목표를 지원하기 위해 소셜 미디어 사용이 권장된다”는 과거 답변을 반복했습니다.

[영국 외교부 대변인실] “British Ambassadors are encouraged to use social media in support of UK government objectives. Twitter and other social media are normal tools of modern diplomacy.”

“트위터와 다른 소셜 미디어는 현대 외교의 정상적인 도구”라는 겁니다.

북한 당국은 지난해 유엔 인권이사회가 개최한 북한에 관한 보편적 정례검토(UPR)에서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헌법으로 보장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지난 2019년 3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제40차 유엔인권이사회 회의가 열리고 있다.

하지만 많은 나라 대표들은 국제기준에 맞게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독립을 보장하고 개혁할 것을 북한 당국에 촉구했습니다.

로저스 팀장은 북한이 더 나은 미래와 외교 관계 증진, 경제 발전을 위해서는 외교관들을 존중하고 인터넷을 개방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로저스 팀장] “If it actually would like a future for North Korea, where there are better relations with other countries where there's the potential for economic development in North Korea, then it has to open up.”

로저스 팀장은 인터넷 등 표현과 언론의 자유에 대한 규제를 푸는 것이 정상 국가로 나아가기 위해 필수 요소란 것을 북한 당국이 깨달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