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인권·선교 운동 대부 손인식 목사 별세...탈북민들 애도

손인식 목사.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에서 북한의 자유와 인권 운동을 주도했던 손인식 목사가 별세했습니다. 탈북민 사회는 손 목사가 북한 주민과 탈북민들에게 아버지 같은 존재였다며 애도를 표시하고 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국제 한인 북한선교 기도단체인 ‘그날까지 선교연합’(UTD-KCC)은 28일 이 단체 국제대표인 “손인식 목사가 이날 새벽 소천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 단체 우상무 실장은 이날 VOA에, 손 목사가 지난해 10월 말 낙상으로 뇌수술을 두 차례 받은 뒤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 이날 타계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우상무 실장] “지난 2주 동안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가족도 들어가지 못하고 병원 안에 목사님 혼자 계셨어요. 그러다 오늘 새벽에 돌아가셨다는 얘기를 듣고…정말 너무 황망하고 황당합니다.”

올해 71세인 손 목사는 2004년 북한의 자유를 위한 미주한인교회연합(KCC)을 설립해 국제적으로 북한 주민들의 자유와 인권, 선교 운동을 주도해 왔습니다.

특히 미국 내 한인 기독교인들과 대대적인 캠페인을 펼쳐 미 의회가 2004년 북한인권법안과 2013년 북한어린이복지법안 등 인권 관련 법안을 채택하는 데 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손 목사와 북한 인권 개선 캠페인에 나섰던 수전 숄티 북한자유연합(NKFC) 의장은 30일 VOA에, “북한 주민들의 강력한 옹호자가 타계해 가슴이 무너진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숄티 의장] “I'm also brokenhearted about him, because he was such a powerful advocate for the people of North Korea, and very brave and bold to champion,”

손 목사는 많은 저항과 비난에도 불구하고 북한 주민들의 자유와 인권을 위해 투쟁한 용감한 목사였으며, 기독교인들의 가장 중요한 무기인 기도운동을 주도해 북한 주민들에게 희망을 불어넣었다는 겁니다.

손 목사는 10년 전부터 매년 워싱턴에서 한인 1세와 2세 등이 참가하는 횃불집회를 개최해 미 의회와 주류사회에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관심을 촉구했습니다.

[녹취: 손인식 목사] “북한 동족들의 열악하고 참혹한 인권을 외부세계에 알리고, 국제사회의 여론 환기와 압력을 통해 개선해 보려고, 최대 강대국인 미국 연방의회 의원들을 상대로 도전하고, 호소하며 관련 법안 통과를 위해 강하게 의견을 내놓은 데 대해 여러 성과가 있었습니다.”

아울러 입이 있어도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말할 수 없는 북한 주민들을 위해 대신 목소리를 내야 한다며 ‘Voice for Voiceless’ 캠페인을 펼쳤고, 중국 당국에 탈북민 강제북송 중단을 촉구하는 ‘내 백성을 가게 하라-Let My People Go’ 캠페인, 북한의 자유와 인권을 위한 국제 통곡기도회를 주도해 왔습니다.

특히 3만 2천여 명에 달하는 한국 내 탈북민 사회와 교류하며 다양한 지원을 펼쳐 “탈북민들의 아버지”로 불렸습니다.

강철호 새터교회 목사는 VOA에, 손 목사의 타계 소식에 탈북민 사회가 큰 슬픔에 잠겨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강철호 목사] “지난 17년 동안 제가 본 목사님은 참다운 주님의 일군이셨고 분단된 이 나라와 동족을 위해서 그토록 통곡하며 기도하시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특히 우리 탈북 형제자매들을 위해서, 우리를 친자식처럼 아껴주시고 기쁨과 슬픔을 함께하신 손 목사님을 영원히 잊을 수 없습니다.”

손 목사와 협력해 중국에서 인신매매의 아픔을 겪은 한국 내 탈북 여성들의 영혼 치유를 돕는 ‘힐링 킹덤’ 집회를 했던 이소연 뉴코리아여성연합 대표는 그가 탈북 여성들에게 ‘친정아버지’ 같은 존재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소연 대표] “가족과 저희는 떨어져 있고, 그 모든 괴로움과 아픔과 지나온 상처를 보듬어주며 정말 정상적인 삶을 살도록 인도해 주시고, 탈북민들에게 삶의 희열도 주시고, 살아갈 수 있는 저희 탈북 NGO 단체들 중 손 목사님의 도움을 안 받은 사람들이 아마 없을 겁니다. 그래서 저희가 늘 그랬죠. 우리 아버지라고, 하나님 아버지도 계시지만, 저희 탈북민들의 친정아버지라고.”

이민복 대북풍선단장은 손 목사가 북한 주민들에게 전단을 보내는 위험한 현장까지 방문해 격려했던 순간을 잊을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민복 단장] “북한 선교와 인권의 대부라고 하실 수 있습니다. 10여 년 전에 직접 그 먼 미국에서 오셔서 그 위험한 가스통 차를 함께 타고 강화도의 대북 풍선 현장까지 방문하셨던, 행동으로 참여하고 도와주시고 힘을 주셨던 분입니다.”

북한 당국은 이 때문에 과거 북한에 31개월 간 억류했던 한국계 캐나다인 임현수 목사의 평양 기자회견을 열어 손 목사를 반북 인사로 비난하기도 했습니다.

임 목사는 30일 VOA에, 북한 당국자들은 손 목사에 대해 매우 비판적이었다며, 그러나 손 목사의 활동이 북한에 미친 영향도 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임현수 목사] “돌이켜 생각해 보니 손 목사님은 가장 하기 힘든 사역을 하셨던 것 같아요. 여러 위협과 어려움도 많았을 텐데, 정말 두려움 없이 하신 것에 정말 감사하고. 그래서 북한이 충격도 받고 도전도 받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채찍과 당근이 다 필요하듯이 안에 들어가 돕는 것도 필요해서 저도 북한에서 사역을 했고, 저와 길은 조금 달랐지만, 두 가지를 다 병행해 나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손 목사는 지난 2013년, 북한 인권과 선교 기도 운동에 매진하겠다며 미국에서 가장 큰 한인교회 가운데 하나인 어바인 베델한인교회 담임목사를 조기 은퇴하고 ‘그날까지 선교연합’(UTD-KCC)의 국제대표를 맡아 활발한 활동을 펼쳐 왔습니다.

손 목사는 과거 VOA와의 인터뷰 때마다 북한 주민들에게 희망을 잃지 말라는 말을 강조했습니다.

[녹취: 손인식 목사] “여러분의 고통을 외부에서 점점 더 알게 되고 외부 세계가 여러분의 참혹한 고난과 고통을 좌시하지 않고 계속 여론을 확대하며 결국 평양과 북한의 문을 열리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조금만 참아주세요. 더 용기를 갖고 인내를 갖고 참아주십시오. 곧 그날이 올 겁니다.”

베델한인교회 측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장례 예배를 다음달 1일(수) 오후 3시(LA시간) 일부 교회 대표와 가족만 모여 드리고, 대신 실황을 온라인으로 생중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