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없는기자회 동아시아 국장 "김정은, 주민들 무지하게 만들어...외부 정보 유입 강화해야"

지난해 5월 평양 미래과학자거리에 설치된 대형 TV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 관련 보도가 나오고 있다.

국제사회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등 언론자유 약탈자들이 정상적인 지도자로 대접받지 못하도록 계속 감시하며 개선을 압박해야 한다고 국제 언론감시기구가 밝혔습니다. 프랑스에 본보를 둔 국경없는기자회 세드릭 알비아니 동아시아 담당 국장은 6일 VOA와의 인터뷰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권력 유지를 위해 주민들을 최대한 무지하게 만들고 있다며, 국제사회가 대북 정보 유입 활동을 강화해 주민들 스스로 변화를 주도하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알비아니 국장을 전화로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국경없는기자회가 5년 만에 ‘언론자유 약탈자’ 명단을 발표했습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 37명의 국가 지도자가 언론자유를 극심하게 탄압하는 약탈자에 올랐는데, 이렇게 ‘언론자유 약탈자’ 명단을 발표하는 목적은 뭔가요?

세드릭 알비아니 국경없는기자회 동아시아 담당 국장.

알비아니 국장) “사람들은 보통 자유에 대해, 특히 언론의 자유를 억압하는 정부를 비난합니다. 그러나 정부 뒤에서 의사결정을 내리는 사람들 가운데는 그런 언론자유 보호 의무를 무시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국민을 그들의 편의대로 통제하기 위해 언론과 정보의 자유를 제한하고, 주위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 무지하게 만듭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국경없는기자회가 ‘언론자유 약탈자’ 명단을 발표하기로 결정한 겁니다. 이런 지도자들은 언론자유 환경을 충분히 개선할 권력을 갖고 있지만 오히려 상황을 더 악화시키고 있습니다. 자신의 권력 쟁취와 유지를 위해 시민들의 자유를 억압하는 겁니다.”

기자) ‘언론자유 약탈자’ 발표가 실질적으로 상황 개선에 어떤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십니까?

알비아니 국장) “‘언론자유 약탈자’ 명단 공개는 공개적으로 문제를 거론해서 망신을 주는 국경없는기자회의 정책 중 하나입니다. 독재자와 권력을 휘두르는 자 등 언론자유를 날마다 탄압하는 사람들을 공개적으로 비난하고 그들의 평판에 먹칠하며, 해외여행을 할 때 공항에서 체포의 두려움을 갖도록 하는 게 매우 중요합니다. 언론자유 약탈자들이 다른 나라에서 정상적 지도자로 대접받지 못하도록 해야 합니다. 그들은 범죄자이기 때문입니다. 지구촌 주민들은 이들이 자국민의 자유를 존중하지 않고 민주주의에 거스르는 짓에 관여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또 이들이 스스로 부끄러움을 느끼게 하고 국제사회에서 고립시키며, 이들이 국제회의에 참석했을 때 불편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국경없는기자회는 궁극적으로 국제기구들이 ‘언론자유 약탈자’ 목록을 활용해 관련 범죄자들을 체포하고 국제 법정에 세워 판결하는 등 대가를 치르길 바라고 있습니다.

기자) 언론자유가 왜 이렇게 중요한 건가요?

알비아니 국장) “언론의 자유는 다른 모든 자유를 위한 조건이기 때문에 매우 중요합니다. 언론자유가 없다면 국민들은 정부가 그들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 아닌지를 알 길이 없습니다. 또 권력자들이 부패했는지, 정부의 노선이 자신의 이익과 상충하는지도 알 수 없습니다. 자신의 자유와 인권이 존중받고 있는지, 법치가 존중되고 있는지도 알 길이 없습니다. 언론의 자유가 없다면, 사람은 실질적으로 국가의 주인인 시민이 아니라 국가의 도구-대상이 됩니다.”

기자) 이번 언론자유 약탈자 목록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5년 전에 이어 다시 포함됐습니다.

알비아니 국장) “물론입니다. 김정은은 세계 최악의 정보 약탈자 중 한 명입니다. 김정은은 주민들을 최대한 무지하게 유지하려고 합니다. 세상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주민들이 알고 소통하는 수단을 막는 것이죠. 가령 김정은 정권은 북한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가 전혀 없다고 주장합니다. 모든 증거가 북한에 실제로 문제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데도 말이죠. 이런 모습은 거짓말을 퍼뜨리는 검열과 선전선동의 일환으로, 바이러스 확산에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약탈자 명단에는 중국을 세계 언론자유 제1의 주적으로 만든 시진핑 주석도 있습니다. 시진핑은 중국 내 정보의 자유를 가장 탄압할 뿐 아니라 권위주의 행태를 다른 나라에 수출하는 데에도 매우 적극적입니다. 그는 진정으로 전 세계 언론의 위협입니다. 우리는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도 약탈자 명단에 올렸습니다. 람 장관은 중국 정부의 실질적인 꼭두각시로 홍콩 역사상 언론자유에 반하는 가장 가혹한 캠페인을 벌였습니다."

국제 언론감시단체 국경없는기자회(RSF)가 '언론자유 약탈자'로 지목된 국가지도자 37명을 공개했다.

기자) 대북 소식통들에 따르면, 북한 내륙의 많은 주민은 언론과 표현의 자유 등 개인의 권리를 탄압하고 경제난을 주도한 주범은 김정은 위원장이 아니라 부패한 관리들이라고 믿고 있다고 합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알비아니 국장) “우리는 약탈자 명단에 있는 사람들만이 인권 침해에 책임이 있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실제로 언론자유를 통제하는 나라들에서는 광범위한 지휘체계가 있고 많은 사람이 이런 자유 침해에 관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진핑이나 김정은 같은 막강한 지도자들이 언론자유 탄압을 막을 권한이 없거나 무능 혹은 사악한 관리들이 등을 돌리기 때문이란 주장은 믿을 수 없습니다. 이들은 자신의 나라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확실히 알고 있고 주민의 자유를 기꺼이 억압하려고 합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자신의 권력을 공고화하기 위한 계획의 일부이기 때문입니다.”

기자) 언론자유와 관련해 북한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알비아니 국장) “북한에는 기본적으로 언론이 없다는 겁니다. 언론의 정의를 개인이 자유롭게 뭔가를 조사하고 사실이라고 믿는 것에 대해 자유롭게 글과 기사를 쓰는 것이라고 한다면 북한에는 언론이 전무합니다. 북한은 독립적 언론이 완전히 불가능한 사회의 가장 나쁜 예입니다. 가령 중국은 이 정도까지는 아닙니다. 시진핑 주석이 정보를 더 많이 통제하려고 시도하지만, 이 큰 나라에서 그가 싫어하는 수많은 언론 정보를 모두 통제할 만큼 막강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경우 안타깝게도 지금의 체제에서 언론인이 주민들을 위해 독립적인 정보를 출판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물론 우리는 약간의 정보를 북한으로 밀반입하고 외부로 밀반출하는 분들에게 매우 감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앞으로 북한의 언론자유 환경이 개선되기를 바랍니다. 또 북한 정부에 대한 국제 압박과 북한 내 시민사회 지원을 통해 그들이 언론을 탄압하는 통치자들에게 맞서도록 해야 합니다.”

기자) 7월 6일은 미국이 독자적으로 김정은 위원장과 여러 고위 관리들에게 인권 관련 제재를 부과한 지 5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당시 제재의 핵심 이유 중 하나가 주민의 표현과 언론자유를 탄압하는 ‘검열’이었고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도 최종보고서에서 표적 제재를 권고했었는데, 국제사회가 이런 인권 관련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알비아니 국장) “저는 제재 문제가 매우 까다로운 사안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정부 관리들은 항상 특권을 누리고 주민들에 비해 풍요로운 삶을 살기 때문에 때로는 이미 억압을 받는 국민이 제재로 인해 훨씬 많은 대가를 치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인권 관련 대북 제재가 혹독한 검열을 완화할 해법이 될지는 알기 어렵습니다. 확실한 것은 국제사회에서 언론자유를 약탈하는 지도자를 처벌하는 제재, 주민들의 생계에 타격을 주지 않으면서 지도자를 고립시키는 제재가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기자) 많은 북한 주민이 외부 정보를 통해 자신들이 누려야 할 언론자유 권리가 심각하게 탄압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이렇게 의식이 깨인 주민들이 실제로 언론자유를 누리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알비아니 국장) “좋은 질문입니다. 저는 정말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확신할만한 해법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시민사회단체들이 직접 접근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매우 어렵습니다. 당국자들과 이 사안에 대해 대화하는 것도 불가능합니다.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지원해야 할지 진단하기조차 매우 어렵습니다. 하지만 앞서 말씀드렸듯이 북한 주민들에 대한 외부 정보 유입과 북한 내부에서 정보 흐름이 더 활성화되도록 지원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북한 지도자 김정은의 압제 아래 북한 주민들을 홀로 내버려둬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북한 주민들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해법을 찾아야 합니다. 그래서 주민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행사하고 체제를 개방할 기회를 얻길 희망합니다.”

국경없는기자회 세드릭 알비아니 동아시아 담당 국장과의 인터뷰 들으셨습니다. 대담에 김영권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