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유엔 인권이사회의 협의기구 위원에 선임된 것과 관련해 미국 상원의원들이 유엔에 항의 서한을 보냈습니다. 국내외에서 인권을 유린하는 중국이 인권이사회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역할을 맡아서는 안된다는 겁니다. 김영교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마르코 루비오, 테드 크루즈 등 미국 공화당 상원의원 7명은 지난 6일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앞으로 서한을 보냈습니다.
유엔 인권이사회의 협의기구 위원에 제네바주재 중국대표부의 장 두안 공사가 선임된 것에 “깊은 실망감과 반대를 표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중국은 지난 1일 유엔 인권이사회 내에서 5개 나라가 참여하는 협의기구 위원에 선임됐습니다. 중국은 1년 동안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대표하게 됩니다.
미 상원 의원들은 “장 공사가 그 자리에 있으면 적어도 17명의 인권 조사관을 뽑는데 중국이 핵심 역할을 할 기회를 준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인권 조사관들은 “중국 정권이 일상적으로 저지르는 표현의 자유 억압과 강제 실종, 자의적 구금과 같은 인권 유린”을 조사하는 역할을 하는데, 이런 조사관들을 임명하는데 중국의 영향력이 행사돼서는 안된다는 겁니다.
의원들은 “중국 정부가 2019년 우한시에서 처음 발병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중대한 위험과 관련해 국제사회를 속였다”며 “인권과 관련해 어떤 신뢰도 저버렸다”고 지적했습니다.
아울러 중국이 자국 내 신장 위구르 자치구 내 이슬람교도들을 수용소에 가두며 인권 유린을 한 것은 이미 기록으로도 잘 남겨져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책임 있는 국제 일원으로 보이고 싶어하는 나라가 인류에 대해 이런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는 것은 비극적이고, 심지어 이런 행동이 보상 받는다는 건 충격적”이라고 말했습니다.
의원들은 중국이 국내외적으로 최악의 인권 유린을 행하는 상황에서 인권이사회에서 명성이나 영향력이 있는 자리에 있어서는 안된다며, 구테흐스 사무총장에게 장 공사의 협의기구 위원 선임을 중단시킬 것을 촉구했습니다.
미국은 앞서 지난 2018년 유엔 인권이사회를 탈퇴한 바 있습니다.
유엔 인권이사회가 “정치적 편견으로 가득차 있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미국은 그 이전에도 인권 침해국가들이 유엔 인권이사회 이사국으로 포함돼 있는 것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 제기를 한 바 있습니다.
국제 인권단체들도 중국이 유엔 인권이사회의 협의기구 위원에 선임된 것에 대해 비판하고 나섰습니다.
제네바에 본부를 둔 인권감시기구 ‘유엔워치’는 제네바주재 중국대표부의 장 두안 공사가 “북한의 편을 들고 북한 정권의 인권 유린 희생자들에 대해 유엔이 행동에 나서는 것을 반대한 적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유엔이 “중국과 같은 억압적인 정부가 국제 인권 기준을 만들어가는 조사관 임명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도록 허용하는 것은 터무니없고 부도덕적인 일”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국제 언론감시기구인 ‘국경없는기자회’는 성명을 통해, 중국 외교관이 협의기구 내에서 아태지역을 대표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습니다. 미 정부 산하 독립기구인 국제종교자유위원회는 중국의 유엔 인권이사회 협의기구 선임에 “격분을 표한다”며 “미국 정부가 유엔 인권 기구들과 적극 관여해 “중국의 악의적인 영향력에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VOA뉴스 김영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