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BBC’ 방송, 북한 어린이 TV 폭력성 주목 

북한 아동 영화 '셋째의 착한 마음'의 한 장면. 사진 출처: 조선중앙 TV

매주 금요일 북한 관련 화제성 뉴스를 전해 드리는 ‘뉴스 풍경’입니다. 영국의 `BBC’ 방송이 북한의 TV프로그램에 대해 소개하면서, 어린이 프로그램의 폭력성에 주목했습니다. 장양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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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어린이 TV는 어떤 모습일까요?”

영국 `BBC’ 방송의 북한 전문가인 알리스테어 콜맨이 최근 보도한 기사의 제목입니다.

콜맨 기자는 이 기사에서 “북한의 TV 프로그램을 생각할 때 가장 먼저 어떤 생각이 드나요?”라는 질문을 던지며 북한 관영 `조선중앙TV’ 의 아나운서 화면을 보여줬습니다.

분홍색 저고리를 입은 여성 아나운서의 화면을 시작으로 콜맨 기자는 북한 TV 프로그램을 매우 간략하게 요약했습니다.

다양한 주제와 함께 스포츠와 영화 오락 프로그램도 있지만 거의 다 김 씨 일가에 대한 내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어린이 프로그램은 어떨까요? 매우 독특합니다”라고 화두를 던지며, 북한 어린이들이 시청하는 프로그램의 화면을 빠른 속도로 보여줍니다.

기자는 북한이 매일 30분씩 어린이 프로그램을 방영한다면서 인형극, 동물이 등장하는 만화, 그리고 매우 재능있는 어린이들이 쇼에 등장한다고 소개합니다.

이어지는 화면은 날카로운 이빨이 보이는 커다란 늑대의 목구멍으로 총탄이 날아가는 모습인데요, 총탄이 늑대를 관통하고 핏방울이 튀는 장면이 화면을 가득 채웁니다.

기자는 북한 어린이 프로그램에서 가장 먼저 알게되는 것이 ‘폭력’이라며, ‘톰과 제리’를 뛰어 넘는다고 설명합니다.

1940년대부터 2008년까지 방송된 미국의 만화 연속극 ‘톰과 제리’는 동물세계에서 천적으로 알려진 고양이와 쥐의 끝나지 않는 싸움을 희화화 했습니다.

힘이 센 고양이가 쥐의 꾀에 당하는 신세로 등장하지만 짖꿎은 인간 아기를 피해 도망다녀야 하는 목적을 갖고 결정적인 순간에 서로 구해주며 우정도 쌓아 가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콜맨 기자는 북한 어린이 프로그램에서는 서로 때리고 심지어 공격을 당해 죽는 장면도 등장한다고 말합니다.

어린이 프로그램의 근간을 `선군정치’로 설명하는데요, 그 배경에 이웃인 한국과 미 연합군이 주도한 한반도 전시 상황과 일본이 있다고 소개합니다.

그러면서, 선군정치에 따라 세심하게 만들어진 북한 어린이 프로그램은 김 씨 정권의 성과에 대한 선전이라고 지적합니다.

기자는 매우 많은 이야기에서 늘 공격당하는 건 외로운 늑대라고 말했는데요, 선군정치의 배경에서 언급된 한국, 미국, 일본 등 적대국과 연관짓게 됩니다.

기자는 북한의 모든 어린이 프로그램은 1957년 설립된 ‘조선4.26만화영화 촬영소(SEK)’에서 제작하고 있고 북한의 만화산업과 현재 국경 밖에서 들어오는 DVD와 USB의 영향도 언급했습니다.

북한 어린이 TV 프로그램에 대한 콜맨 기자의 기사를 본 5명의 미국인 학생들은 VOA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거의 비슷한 반응들을 보입니다.

학생들은 모두 미국에서 태어나 다양한 내용의 어린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자랐고, 가장 좋아했던 프로그램이나 정기적으로 방송되는 만화는 적어도 4개 이상이었습니다.

학생들은 이를 통해 다양한 가치와 교훈들을 배웠다고 답했습니다.

사람은 완벽하지 않으며 인생은 계획한 대로만 되는 것이 아니지만 최선을 다해보라, 계획대로 되지 않아도 괜찮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설명합니다.

한 여학생은 다양한 동물 캐릭터가 등장하는 만화들을 통해 서로 다른 환경과 입장에서 차이를 인정하며 평화롭게 살아가는 것의 중요성을 배웠다고 답했습니다.

또다른 학생은 우정과, 가족, 금지어, 부정적인 감정 극복방법 등을 배웠습니다.

북한 관영 TV를 보고 느낀 것은 북한에서는 나쁘면 무조건 처벌받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미국 만화들에서 많은 대화를 통해 나쁜 사람이 좋은 사람으로 바뀐다는 내용과 비교된다고 말하는 학생도 있습니다.

또 서양의 어린이 미디어 역시 많은 문제점이 있으며 평범한 다수 보다는 누가됐든 특별한 한 명의 영웅을 만들어내는 다수의 미국 프로그램과 북한은 비슷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 관영 TV가 어린이 개개인 보다 정권을 위해 제작된 것 같다는 점은 일치했습니다.

미국 버지니아에 거주하는 북한 고등학교 교원 출신의 탈북 여성은 VOA에, “BBC 방송이 객관적인 관점에서 다룬 것 같다”며 “북한 주민들은 생각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신도 당시에는 인지하지 못했던 점을 탈북 후 보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탈북 여성 ] “북한 제도 자체가 태어나서부터 그 나이에 맞게 가르치고 세뇌시키는 과정들이 있어요. 애들이 말을 처음 시작할 때 아빠 엄마 말을 시작하면서 경외하는 지도자부터 가르치죠. 유치원에 가면 심화된 내용을 아이들에게 가르쳐주거든요. 그리고 예를 들어서 김일성 가족이 어디서 태어났는지. 초등학교 올라가거 혁명역사라는 과목이 있거든요. 심도있게 북한의 정책에 대해 알려주고..”

이 여성은 북한 어린이들은 이분법적인 사고방식에 길들여져 있으며, 극단적인 사고방식에 익숙하도록 교육받는 점도 지적했습니다.

[녹취: 탈북 여성] “나쁜 것 아니면, 상대는 항상 나쁜. 그래서 용서가 없어요. 사람이 살다보면 많은 상황을 경험하는데, 그런게 안타까웠어요. 세상 사는 게, 강한 것과 약한 것 이거만 나타나는 게 아니라. 우리가 사는 세상이 사랑도 용서도 존중과 화합이 있는데 아이들에게 안가르쳐요. 그게 너무 안타까워요.”

이런 문제는 탈북민들이 초기 정착 시기에 공통적으로 경험하는 경계심과 상대에 대한 강한 의심 등 비사회적 성향과 연결된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조지 워싱턴대학에서 북한 문학과 미디어를 가르치는 임마누엘 김 교수는 북한의 어린이 프로그램에 대한 일반적인 평가에 대해 다른 의견을 내놨습니다.

먼저 모든 나라가 정권의 정치적 목적이 반영된 프로그램이 존재한다며 한국의 “똘이 장군”과 미국의 “지아이 조” 등은 반공 교육을 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 관영매체가 제작하는 어린이 프로그램 가운데 정치적이지 않은 이야기들이 상당히 많다며, 제대로 된 정보를 접하지 못하는 일반 대중을 상대로 폭력성에만 초점을 둔 내용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임마누엘 김] “북한 외에서 방송하는 건 골라서 하는 거 같다. 그런 게 있지만 그게 메인 포인트가 아니라는 거죠. 외부에서는 그런 거를 집어서 폭력적이다.. 싫어한다. 그런 내용을 좋아하는 거 같고.”

김 교수는 이는 북한 어린이 프로그램을 제대로 이해하려는 대중에게 선입견을 심어준다며, 최근 `조선중앙TV’의 방송을 언급했습니다.

지난 4월 6일에서 9일에 방송된 `조선중앙TV’는 ‘마을을 구하는 용감한 청년’, ‘남을 먼저 생각하는 착한 소녀’, ‘은혜 갚은 개’ 등 우화를 방영했습니다.

다만, 서방세계의 어린이 미디어는 여러 채널이 존재해 다양한 이야기들을 접할 수 있지만 북한은 오직 하나의 채널이라는 한계점이 있다고, 김 교수는 지적했습니다.

[녹취: 임마누엘 김] ”선택이 많고, 고를 수가 있고, 북한은 그런 건 없습니다. 거기서 문제가 생기죠. 사람의 입맛이 얼마나 다양한데 한 방송에서 한 가지만 불 수 있나요. 아이들이 다양한 것을 보고 자라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니까, 당의 입장에서는 한 가지가 가장 좋다 판단을 내렸겠죠.”

북한 정권이 아이들에게 가르치려는 내용을 효과적으로 전할 수 있고 교원들이 제대로 가르칠 수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진단했습니다.

김 교수는 북한 내 TV 공급이 보편화되지 않은 상황을 전제로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미국의 어린이들은 대표적인 유료채널인 디즈니채널, 니켈러디온, 카툰 네트워크, 그리고 무료채널인 공영방송 PBS, 미 항공우주국NASA TV, 디스커버리 등 적어도 10여개의 채널을 시청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모든 어린이 프로그램은 연방통신위원회(FCC)의 ‘어린이 교육 텔레비전’ 방침에 따라 방송 시간 등을 정하며, 어린이들의 지적, 인지적 또는 사회적, 감성적 필요를 포함해 16세 이하 어린이들의 교육과 정보에 대한 필요 등을 충족해야 합니다.

VOA 뉴스 장양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