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청년의 날'…유엔은 청년 정책 참여 권장, 북한은 청년 강제 노역 강화

지난 4월 북한 평양에서 '김일성-김정일주의 청년동맹 제10차 대회'가 열렸다.

유엔이 ‘세계 청년의 날’(World Youth Day)을 맞아 정책 결정 등 모든 분야에서 청년들의 참여와 목소리를 적극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최근 청년들에 대한 문화 단속과 처벌, 강제 노역을 더욱 강화해 국제 기류에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12일 세계 청년의 날을 맞아 발표한 성명에서 지구촌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청년들의 참여와 목소리를 적극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구테흐스 총장] “Young people are on the frontlines of the struggle to build a better future for all…I urge everyone to guarantee young people a seat at the table as we build a world based on inclusive, fair, and sustainable development for all.”

청년들이 모두를 위한 더 나은 미래 건설을 위한 투쟁에서 최전선에 있는 만큼 포용적이고 공정하며 지속가능한 발전에 기반한 세계를 건설할 때 젊은이들의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는 겁니다.

유엔 경제사회국(DESA)의 다니엘라 바스 포괄적 사회발전 담당 국장도 이날 화상토론회에서 청년들이 모든 수준의 대화에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바스국장] “Young people must be included at all levels of dialogue, as we're doing here at the United Nations, and also policymaking and be put at the center of such discussions in order for the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to be achieved.

유엔이 주창한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달성을 위해서는 청년들이 정책 수립과 관련 논의의 중심에 놓여야 한다는 겁니다.

유엔은 1999년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열린 세계청년회의 권고에 따라 같은 해 유엔총회 결의를 통해 해마다 8월 12일을 세계 청년의 날로 정했습니다.

각 정부에 청년들이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고 청년들이 자신의 꿈을 적극 펼칠 수 있도록 권장하는 게 목적이지만, 북한은 이런 유엔의 권고와는 거꾸로 가고 있다는 비판이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의 탈북민 단체인 북한민주화위원회는 세계 청년을 날을 앞두고 지난 2일 발표한 ‘북한 청년들, 결코 독재정권의 노예가 될 수 없다’는 제목의 성명에서 “아무리 둘러보아도 지구상에 정권 차원에서 청년들의 고혈을 짜내는 나라는 북한이 유일무이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사람의 인생에서 가장 재능을 꽃피울 수 있는 청년 시절에 수령을 옹호 보위하는 총포탄 연습만 하다 보니 북한의 대부분 청년들은 모든 희망을 버린 채 자포자기하며 기계적으로 살아가는 허무한 인간으로 전락하고 말았다.”는 겁니다.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가 주도해 결성한 이 단체는 특히 북한 지도부가 지난 4월 제10차 청년동맹대회를 개최한 후 주요 건설장과 농장에 노동을 자원한 청년들의 혁명·투쟁 정신을 선전하고 있지만, 정작 청년들은 열악한 작업환경으로 고통받고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실제로 ‘노동신문’ 등 북한 관영매체들은 “청년들을 사회주의 건설자로 키우라”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시를 강조하며 청년들에게 주요 건설장과 탄광, 농장 등 험지에 자원해 일할 것을 자주 독려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김 위원장이 청년들의 옷차림과 머리단장, 한국식 말투, 사고방식을 비판하며 인간개조론까지 언급한 후 장마당 세대로 불리는 북한 청년들은 숨이 막힐 지경이란 지적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4월 세포비서대회] "청년교양 문제를 당과 혁명, 그리고 조국과 인민의 사활이 걸린 문제, 더는 수수방관할 수 없는 운명적인 문제로 받아들이고…”

전문가들은 김씨 정권이 아닌 장마당에 의존해 생존하고 자란 북한 청년들은 지도자에 대한 충성심이 약하기 때문에 김 위원장이 이들을 체제 위협 요소로 간주해 탄압을 강화하고 있다고 분석합니다.

한국 동아대학교의 북한 전문가인 강동완 교수입니다.

[강동완 교수] “고등중학교를 마치자마자 바로 작업 현장이나 남들이 가지 않는 어려운 현장에 자발적으로 가고 있다는 선전 영상이 굉장히 많이 나옵니다. 결국 전 세계적으로 2030 청년들이 자신들의 꿈을 위해 살아가는 환경과 정반대로 국가를 위해 자신들의 꿈을 접어야 하고, 당과 개인의 정권을 위해 청춘을 바쳐야 하는 현상들이 북한에서 나타나고 있는데…그러다 보니 북한의 2030 청년들이 설 자리가 없어지는 거라고 볼 수 있는 겁니다.”

유엔은 청년들의 발언권과 꿈을 펼칠 기회를 확대하라고 회원국 정부에 촉구하고 있지만, 북한 지도부는 오히려 청년들의 입을 막고 체제 유지를 위한 노동 도구로 삼는 행태를 강화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이런 북한을 탈출해 해외에 정착한 탈북 청년들은 친구들의 미래가 암울하다며 안타까움을 나타냈습니다.

30대 중반으로 지난 5월 영국 구의원 선거에 출마했던 탈북 청년 티머시 조 씨는 12일 VOA에,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자신의 미래를 설계하며 도전 기회를 찾는 영국 청소년들과 졸업 후 국가의 지시에 따라 험한 작업장으로 가야 하는 북한 청소년들의 삶이 남북한의 야간 위성사진만큼이나 대조적”이라고 말했습니다.

[티머시 조 씨] “영국의 2019년 선거 때는 24살짜리 젊은 친구가 국회의원에 당선된 적도 있어요. 기회가 이렇게 열려 있고 선택은 우리의 몫인데, 또 힘들 때는 주변에 조언이나 도움을 받아서 자기의 길을 하나하나 개척하는 것을 보면서 민주주의 시민사회라는 게 이렇게 계속 형성되고. 그러나 한마디로 북한에서 자기 스스로 할 수 있는 부분이 없고 모든 게 강요와 강제로 이뤄지기 때문에 사회가 발전은 고사하고 미래의 암흑함을 안겨주니까 여러모로 슬픈 상황인 것 같습니다.”

실제로 청년들의 적극적인 청치 참여는 여러 나라에서 매우 활발히 이뤄지고 있습니다.

가령 지난 1월 출범한 미국의 117대 의회에는 25살의 최연소 공화당 소속 매드슨 커손 의원 등 20~30대 의원이 30명에 달하고, 한국에서는 최근 36살의 이준석 후보가 제1야당 대표로 선출돼 주목을 받았습니다.

지난 2019년 백악관을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에게 북한 내 기독교 박해 상황을 직접 설명했던 탈북 청년 주일룡 씨는 12일 VOA에, 한국에 청년 실업 등 여러 문제가 있지만 그래도 자신 같은 탈북 청년들은 감사한 마음이 앞선다고 말했습니다.

[주일룡 씨] “저는 개인적으로 불평등이란 불만보다 감사함이 더 많습니다. 왜냐하면 북한은 노력할 수조차 없는데, 그래도 여기에서는 노력하면 노력한 것만큼의 대가는 얻을 수 있으니까 그런 기회를 활용할 때가 청년의 때이고. 그리고 이 청년의 시기를 한 인간의 배를 불리게 하기 위해서 강제로 희생당하는 게 아니라 적어도 한국에서는 나와 가족을 위해서 보낼 수 있으니까, 더구나 우리 크리스천들은 내가 가장 사랑하는 하나님을 위해서 예배할 자유와 시간을 쓸 수 있으니까 감사하죠.”

유엔은 홈페이지에서 “청춘은 그들이 번창하는 데 필요한 지식과 기회가 주어질 때 발전에 긍정적 힘이 될 수 있다”며 현재 지구촌에는 15~24세 인구가 12억 명으로 전 세계 인구의 16%를 차지한다고 밝혔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