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 박연미, 유튜브 활동 시작…“북한의 다양한 모습 소개”

탈북 인권 운동가 박연미 씨의 유튜브 계정 사진출처:Youtube

미국에 정착한 젊은 탈북민들이 유튜브를 통해 북한과 미국에서 직접 겪은 경험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유창한 영어로 자신의 삶과 개성을 드러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탈북민 출신 인권운동가인 박연미 씨가 세계 최대 동영상 공유 사이트인 유튜브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다소 무겁게 느껴질 수 있는 인권 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음악, 음식, 문화 등 재미있는 주제를 통해 미국과 북한을 비교해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13살이던 2007년에 굶주림을 피해 북한을 탈출했던 박 씨는 미국의 음식 문화에 강렬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탈북민인 내가 좋아하는 5가지 미국 음식’이라는 제목의 동영상에서, 스테이크를 미국에서 처음 먹었던 기억을 나눴습니다. 접시에 올려진 고기의 양에 놀랐고, 입안에서 녹아 없어지는 것처럼 맛있어서 놀랐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북한 생각이 났습니다.

[녹취:박연미] “Literally one of the executions my mom was forced to go see was a young man early in his 20s. He had died because he ate a cow. He had a TB, and he was so hungry so he killed a cow from a collective farm.”

협동농장에서 소를 훔쳐 잡아 먹었다는 죄목으로 한 젊은 청년이 공개처형 당하는 것을 어머니가 목격했었기 때문입니다. 박 씨는 북한에서 소는 국가의 자산이고 교통 수단이기 때문에 소를 먹는 것은 사형당할 수 있는 죄라고 소개했습니다.

2015년부터 뉴욕의 명문 컬럼비아 대학에서 공부했던 박 씨는 뉴욕을 처음 방문한 날도 잊을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밤에 타임스퀘어 광장에 도착했는데 불빛이 너무 환해 ‘불바다’ 같았다는 것입니다.

박 씨는 김정은 위원장이 미국을 공격해 ‘불바다’로 만들지 않아도 미국은 이미 ‘불바다’라고 생각했다고 재치있게 말하며, 전력난에 시달리는 북한의 실태를 전했습니다.

[녹취:박연미] “Sometimes in N Korea we do get the electricity but it’s a war of who gets more power... If the government gives out electricity that day whoever gets more powerful [transformer] gets most of it.”

여름에 수력발전용 댐에 물이 많으면 정부가 전기를 주곤 하는데, 크고 좋은 변압기가 있는 부잣집은 전기를 많이 끌어가고 작은 변압기가 있는 집은 전기를 조금 밖에 못 끌어간다는 설명입니다.

유튜브 시청자들은 박연미 씨의 영어 실력이 놀랍다, 박 씨의 책을 좋아했는데 이제는 영상으로 접할 수 있어서 좋다, 미국에서의 일상이 북한 사람에게 놀라운 것으로 받아들여져 마음이 아프다 등의 반응을 보였습니다.

미 동부 델라웨어에 본부를 둔 보수성향의 민간단체 ISI(Intercollegiate Studies Institute)가 마련한 '서구문명과 자유에 대한 포럼에서 탈북자 박연미 씨(왼쪽)가 북한 인권 문제 실상에 대한 증언을 하고 있다.

박 씨는 3일 VOA와 인터뷰에서 북한의 다양한 삶의 모습을 소개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녹취:박연미] “시스템이 비정상적이지만 사람들은 정상적이잖아요. 다양하게 보여주고 싶은 것 같아요. 꼭 인권만 다루는 게 아니라 재미있는 것도 넣고. 미국 사람들이 봤을 때 새로운 시각을 얻어 갔으면 좋겠어요.”

양강도 혜산 출신으로 2007년 탈북한 뒤 2009년 한국에 정착했던 박 씨는 대학에 다니면서 북한 인권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2014년 ‘세계 젊은 지도자 회의’에서 연설하며 국제적인 주목을 받았고, 같은 해 노르웨이에서 열린 ‘오슬로 자유포럼’과 2015년 스위스에서 열린 ‘인권과 민주주의를 위한 제네바 정상회의’에서 연설했습니다.

2015년 컬럼비아 대학으로 유학온 뒤에는 미국은 물론 전 세계의 기업과 시민단체, 대학에서 강연을 통해 북한 인권 문제를 널리 알려왔습니다.

최근 본격적으로 유튜브 활동을 하게 된 계기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대규모 청중을 상대로 한 강연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입니다.

[녹취:박연미] “일단 코로나가 크죠. 그 전에는 전 세계를 다니며 북한을 알리는 활동을 할 수 있었잖아요. 이제는 코로나로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을 못 가니까... 많은 사람에게 알리려고 시작한 것 같아요. 북한에 대해서.”

박연미 씨는 앞으로 여성인권, 아동인권, 노동자 인권 등 북한의 다양한 인권 문제도 유튜브에서 다룰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탈북민 에블린 씨의 유튜브 계정. 사진출저: YouTube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설립한 부시센터에서 ‘2020년 북한자유 장학생’ 중 하나로 선정한 탈북민 에블린 정 씨도 두 달 전부터 유튜브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주로 자신이 미국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에블린 씨는 순간 순간 북한에서의 삶과 비교합니다.

[녹취:에블린 정] “It’s very cool to see this art because there are little to no sculptures in N Korea besides N Korean leaders.”

캠핑을 가서는 도둑이 많아 밖에 물건을 둘 수 없는 북한의 삶이 기억나고, 조각상을 보면 지도자 동상만 있는 북한이 생각납니다.

에블린 씨는 2014년 어머니와 북한을 떠났지만, 중국에서 어머니의 권유로 15살의 어린 나이에 홀로 난민으로 미국에 왔으며 현재 미용 전문대학에 다니고 있습니다.

미 중앙정보국 CIA에서 북한 당국의 선전선동을 연구한 수 김 랜드연구소 연구원은 미국 내 탈북자들이 유튜브 활동이 북한 당국의 소셜미디어 활동에 도전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수 김] “The hope I think with any defector account, whether that’s on YouTube platform or written material, is its’ more candid and that it vies an honest and truthful account as to the realities of N Korea. We’ll have to see how the content is built up.”

수 김 연구원은 최근 북한 여성 은아의 유튜브 영상들은 명백히 사전에 계획되고 대본에 맞춰 녹화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하며, 이에 반해 탈북민들은 더 솔직하고 진실되게 북한의 현실을 전하길 사람들이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앞으로 탈북민들의 영상들이 계속 어떤 내용으로 축적될 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