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클레멘스 교수님, 안녕하십니까. 먼저 책을 쓰게 된 동기를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답) 저는 오랫동안 미국과 옛 소련의 관계 개선을 위해 일을 해왔는데요, 그러던 중 아주 오래 전에 한국을 방문했었는데, 그 곳에서 남북한, 그리고 미국과 북한 간에 비슷한 문제가 존재하는 것을 봤습니다. 그래서 미국과 옛 소련의 관계 개선을 도왔던 경험이 남북한간 관계 개선과 한반도 긴장 완화에 적용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책을 쓰게 된 것입니다. 남북한은 삶을 향상시킬 수 있는 기회가 상당히 많았는데 잘 이용하지 못하고, 엄청난 에너지가 갈등 때문에 낭비되고 있는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문) 단도직입적으로 여쭤보겠습니다. 북한과 합의에 이를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라고 보시는지요?
답) 북한과의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책에서는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때는 원칙을 살피라고 돼 있죠. 하지만 북한의 원칙은 미국, 남한의 원칙과는 너무나 다릅니다. 북한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핵무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미국은 핵무기 보유국의 수는 물론 핵보유국이 갖고 있는 핵무기 수도 감축하려는 입장입니다.
그러니까 중요한 것은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려고 노력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남한은 북방한계선 (NLL) 이남에서는 모든 활동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북한은 NLL이 자신들의 적이었던 유엔이 설정한 것으로, 자신들의 영토에 아주 근접하게 설정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지 않습니까? 또 합의에 이르기 위해서는 자신이 항상 옳다는 생각을 피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을 경우 갈등, 심지어 전쟁 발생의 가능성이 커지게 됩니다.
문) 교수님께서는 협상을 통해 북한이 핵을 포기하도록 설득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생각이시군요?
답) 남아프리카공화국, 카자흐스탄,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등 많은 나라들이 자발적으로 핵무기를 포기했습니다. 미국과 러시아도 지난 10~20년간 핵무기 수를 크게 감축했지요. 그렇게 하기 위해 중요한 것은 자국의 안보에 대해 안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북한은 미국에 한국전쟁을 끝내는 공식적인 평화협정 체결을 오랫동안 요구해 왔습니다. 빌 클린턴 행정부는 북한에 대해 공격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보냈지만, 조지 부시 대통령은 북한에 그런 확신을 주지 않았습니다. 북한이 핵무기 없이 살 수 있도록 확신을 준다면 북한은 핵을 포기할 수 있습니다.
문) 미국의 오바마 행정부는 출범 초기에 북한과 협상 의지를 보였는데도, 북한은 핵실험에서 최근 한국 연평도 포격에 이르기까지 여러 차례의 도발을 감행하지 않았나요?
답) 미국과 북한 관계가 과거 미-소련 관계와 다른 것은 당사국 외에 다른 여러 나라가 개입해 있다는 것입니다. 미-북 관계에는 한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이 간여돼 있지요. 오바마 행정부는 출범 초기 대화 의지를 보였지만, 한국 정부는 북한에 강경한 입장이었습니다.
북한을 둘러싼 다른 나라들이 모두 한 방향으로 나가도록 하는데 어려움이 따랐습니다. 게다가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 악화와 후계 문제 등 미국과 한국이 파악한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한 북한 내부 문제가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협상할 준비가 됐다고 해서 바로 북한도 그럴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려운 것입니다. 인내심이 필요합니다.
문) 현재 교착상태에 있는 6자회담에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어떤 조언을 해주실 수 있을까요?
답) ‘긴장 완화를 위한 점진적 호혜조치’, 이른바GRIT라고 부르는 전략이 있는데요, 양측이 상징적인 선의의 제스처를 보여 분위기를 쇄신할 수 있습니다. 최근 빌 리처드슨 미국 뉴멕시코 주지사가 북한을 방문한 뒤 북한 측으로부터 플루토늄을 한국에 판매하겠다는 제안을 받은 것으로 압니다.
이런 제안을 받아들이면 이는 상징적일 뿐만 아니라 관계 개선을 위한 실질적 제스처가 될 수 있습니다. 한국이 북한의 플루토늄을 사고 대신 일부 대금을 쌀로 제공한다든지, 북한의 모래를 구입한다든지 하는 것입니다. 과거 중국과 타이완의 사례를 보면 양측의 교역과 투자 등 경제적 연대가 정치적 긴장을 완화했던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문) 미국과 북한이 6자회담 교착상태를 해소하고 핵 협상에서 진전을 이루기 위해 각각 취할 수 있는 선의의 제스처로 어떤 것들을 꼽을 수 있을까요?
답) 강자인 미국이 먼저 북한을 공식 국호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DPRK로 부른다든지, 북한이 체면을 잃고 적대감을 느낄 수 있는 ‘독재정권’등과 같은 표현을 자제한다든지 하는 작은 조치를 취할 수 있습니다. 북한도 호혜적인 상응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문제는 약자인 상대방이 너무 오래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 긴장 완화를 위해 첫 조치를 취한 쪽에서 조급함을 갖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상대방을 신뢰하지 않고 다시 강경 입장으로 선회하게 됩니다. 따라서 시간을 맞추는 것이 아주 중요합니다. 만일 오바마 행정부가 다시 한번 북한을 향해 화해의 제스처를 보인다면 북한은 너무 오래 기다리지 말고 빠르게 대응해야 할 것입니다.
문) 혹시 미국과 한국의 정책 입안가나 협상 대표들에게 북한을 합의에 이르게 하는 전략에 관해 자문을 한 일이 있으신지요?
답) 오바마 대통령과 커트 캠벨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에게 제 책을 보내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답장을 받지는 못했어요.
진행자: 네, 지금까지 ‘북한을 합의에 이르게 하는 전략’의 저자인 월터 클레멘스 주니어 보스턴대학 정치학과 교수와의 인터뷰 내용을 전해드렸습니다. 인터뷰에 유미정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