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지난주 영변을 방문한 미국의 핵 전문가 지그프리드 헤커 박사에게 우라늄 농축용 원심분리기 수백기를 공개했습니다.
미국 스탠퍼드대학 국제안보협력센터 헤커 소장은 20일 뉴욕 타임스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에서 수백기의 원심분리기를 목격하고 깜짝 놀랐다고 말했습니다.
헤커 박사는 원심분리기가 ‘현대적인 제어실’을 통해 통제되고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북한은 자신들이 2천여기의 원심분리기를 가동 중이라고 말했다고 헤커 박사는 전했습니다.
헤커 박사는 또 원심분리기가 영변의 핵연료 가공 시설에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자신들의 우라늄 농축 시설을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북한에서 돌아온 헤커 박사는 백악관에 이 사실을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뉴욕 타임스 신문은 지난해 4월 이후에 이런 시설을 건설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습니다. 또 신문은 북한이 이 시설을 건설하는데 유엔 안보리의 제재를 피해 외부의 도움을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습니다.
이로써 북한이 지난해 6월 우라늄 농축 사실을 인정한 이후 1년 반 만에 이를 공식 확인한 셈이 됐습니다.
북한이 이처럼 우라늄 농축시설을 공개한 것은 미국의 바락 오바마 행정부에게 새로운 도전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우라늄 농축 시설을 공개한 것을 2가지 의도로 보고 있습니다. 하나는 미국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한 것입니다.한국 통일연구원의 전현준 박사의 말입니다.
“압박카드로 봐야겠죠. 북한은 그 동안 6자회담 복귀카드를 제시했는데, 미국과 한국이 대화에 응하지 않자 그런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 보입니다”
또 다른 것은 북한이 김정은 후계 체제를 맞아 핵개발을 강행하려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북한이 원심분리기를 공개하자 오바마 행정부도 기민하게 대응하기 시작했습니다. 미국은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 특사를 중국과 한국, 일본에 파견했습니다. 보즈워스 특사는 21일 한국을 거쳐 일본과 중국을 차례로 방문할 계획입니다.
북한 전문가인 전현준 박사는 미국과 한국이 이번 사태와 관련 6자회담 재개와 대북 압박을 병행하는 강온양면 전략을 구사할 공산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전현준 박사입니다.
“일단 6자회담 재개 노력을 하고 또 만약 북한이 계속 그런 행동을 하면 더욱 더 큰 제재가 있을 것이라는 강온양면 전략으로 나올 것 같습니다”
한편 백악관은 북한이 유엔의 제재를 어기고 핵개발을 강행하려 하고 있음을 스스로 입증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 신문은 전했습니다.
한편 한국 청와대는 북한의 이 같은 행동의 우려를 표했습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연합통신과의 전화 통화에서 “북한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의 우라늄 농축 활동은 안보리 결의 1874호와 9.19 공동성명 등을 포함한 국제사회와의 합의를 위배하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미국의 소리 최원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