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록강 하류 농경지 침수, 올해 수확 타격 불가피

최근 북한 신의주 지역에 내린 집중호우로 압록강 하류 지역의 집과 농경지가 물에 잠기고 큰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 당국이 홍수 피해 상황을 이례적으로 신속히 보도한 것도 국제사회의 원조를 요청하기 위한 것과 관련이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북한 쪽에서 전해졌습니다. 서울에서 김은지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최근 압록강이 범람하면서 북한 신의주 지역 농경지 2천 4백여 ha가 침수됐다고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TV가 24일 보도했습니다.

방송은 신의주시 상하단협동농장에서 1천여 ha 이상의 농경지가 침수돼 농작물을 하나도 거둬들일 수 없게 됐다고 전했습니다.

북한 관영매체들은 이번 비 피해 상황을 지난 21일부터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보도하고 있습니다.

25일 북한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잇단 폭우로 압록강 하류 지역에 있는 농경지와 집, 공공건물이 침수돼 큰 피해를 입은 반면 신의주 도심 지역의 피해는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함경북도 회령시에 사는 한 주민은 25일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통화에서, “신의주에 사는 주민으로부터 압록강 하류 지역 농경지가 물에 잠겨 올해 농사는 망쳤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홍수로 인해 장마당도 폐쇄된 상태”라고 말했습니다.

이 주민은 북한 당국이 수재민 1인당 10일 동안 먹을 쌀 6kg과 비누, 치약, 칫솔, 속옷 등 생필품을 지급했다고 전했습니다.

북한 당국이 홍수 피해 상황을 이례적으로 신속히 보도하고 있는데 대해 북한 주민들은 국제사회의 지원을 얻기 위한 조치인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북한과 중국 국경지역을 오가는 탈북자의 말입니다.

“이례적으로 빨리 보도한 이유가 내부적으로 구제할 방법이 없으니깐 구실을 대서라도 외부 지원을 끌어 내려는 것으로 북한 주민들이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이 소식통은 함경북도 회령시과 온성군의 경우 국제사회로부터 식량 지원이 있을 것이란 기대감 때문에 1kg당 1천2백원까지 올랐던 쌀값이 25일 현재 9백원-1천원으로 내렸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 당국이 24일 유엔아동기금(UNICEF)에 긴급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한국 정부 당국자는 유엔아동기금이 현재 어떻게 지원할 것인지를 협의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의 홍수 피해 규모가 클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국 내 대북 지원단체들의 모임인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는 25일 상임위원회 회의를 열어 지원 방안을 협의했습니다.

이들 단체는 조만간 중국 선양에서 북한 민족화해협의회 관계자들을 만나 수해 지원 방안을 협의할 예정입니다. 북한이 수용하면 식량과 생필품, 전염병 예방약, 수해 복구 기자재 등을 지원할 방침입니다.

한국 정부 당국은 현재로선 대북 수해 지원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집권여당인 한나라당을 중심으로 북한에 대한 수해 지원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 북한이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하면 입장을 바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한국 정부는 지난 1995년 쌀 15만t을 북한에 처음으로 지원한 이래 2001년을 제외하고 2007년까지 매년 쌀을 지원해 왔습니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식량 지원을 비핵화와 연계하면서 3년째 북한에 대한 쌀 지원이 중단된 상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