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김정남 "김정은, 사명감 없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장남 김정남 (자료사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장남인 김정남과 7년간 주고받은 전자우편을 최근 책으로 펴낸 일본 기자가 김정남과의 또 다른 전자우편을 공개했습니다. 북한 정권의 후계자인 동생 김정은과 북한의 부정부패 문제를 강하게 비판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장남이자 김정은의 이복형인 김정남과 주고받은 전자우편을 책으로 펴낸 일본 `도쿄신문’의 고미 요지 기자가 김정남의 새로운 전자우편 내용을 일본의 시사 월간 잡지인 ’분게이슌수’를 통해 공개했습니다.

이 잡지와 한국의 `동아일보’ 등에 따르면 김정남은 후계자 김정은과 북한의 부정부패 문제를 노골적으로 비판했습니다.

김정남은 김정일 위원장 사망 직전인 지난 해 12월13일자 전자우편에서 “화폐개혁 후유증으로 북한 수뇌부에 대한 주민들의 신뢰가 붕괴됐다”며 “나이 든 지도자, 경험이 부족한 후계자, 실추된 경제 등 북한을 둘러싼 정국은 위험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밝혔습니다.

김정남은 또 화폐개혁과 관련 “박남기 당 계획재정부장에게 책임을 물어 처형했지만 화폐개혁은 일개 간부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주민들이 너무도 잘 알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김정남은 북한 권력층의 부정부패 문제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북한에서 돈 버는 사람이 생존하기 위해 고위층에 상납하는 뇌물 금액이 점점 올라가고” 있으며, “이렇게 부패한 구조는 반드시 붕괴한다”는 것입니다. 김정남은 그러면서 북한의 부정부패 현상이 “소련이 붕괴하기 직전을 연상시킨다”고 밝혔습니다.

김정남은 북한 정권의 후계자인 김정은에 대한 비판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김정은을 `어린애’로 지칭하면서 “그 어린애의 표정에서는 북한처럼 복잡한 나라의 후계자가 된 인간의 사명감과 진중함, 앞으로 국가의 장래를 고민하는 표정을 전혀 읽을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또 지난 해 11월4일 전자우편에서는 `노동신문’ 전자판 발행에 대해 거론하면서 “전자판은 김정은을 외국에 홍보하기 위한 것인데, 용모만 김일성 주석을 닮은 것으로 홍보가 가능한지 모르겠다”고 비판했습니다.

김정남은 이어 “노동신문은 인쇄할 종이가 부족해 주민들이 읽을 수가 없다”며 “전자신문은 컴퓨터가 있어야 하는데 북한 주민 중에 컴퓨터를 가진 사람이 도대체 몇이나 있겠나. 컴퓨터가 있어도 전기가 없는데 어떻게 사용하나”라며 답답한 심경을 밝혔습니다.

고미 요지 기자는 김정남의 표현이 과격해진 것은 지난 2010년 11월 연평도 포격 사건 이후라고 전했습니다. 당시 김정남은 연평도 포격 사건에 격분했으며, 그 전까지 비판을 자제하던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대해서도 “나이를 너무 먹었다”고 직설적으로 비판했다는 겁니다.

김정남은 또 연평도 포격 사건 나흘 뒤인 2010년 11월27일자 전자우편에서 “연평도 사태는 북한 군부가 자신들의 지위와 존재 이유, 핵 보유 정당성을 표면화하기 위해 범한 도발”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아버지 (김정일)는 늙고 후계자 (김정은)는 어리고, 숙부 (장성택)는 군 경력이 없어 북한 군부를 제어할 수 있는 사람이 사실상 없는 것같다”고 말했습니다.

김정남은 이밖에 북한의 개혁개방을 촉구하면서 북한의 젊은이들이 한류와 자본주의 바람에 이미 물들어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구부러지지 않는 철은 부러질 수 있다”며 “북한 정권의 철권 통제에도 한계가 있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