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인택 통일장관, “대북 쌀 지원 전향적 검토”

한국 정부가 북한 수해 지원 물자에 쌀을 포함시키는 것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일단 쌀 지원 규모는 최대 수 만t 수준에 머물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의 북한 수해 지원 내용이 구체화 돼가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은지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한국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8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 출석해 대한적십자사를 통해 북한에 쌀을 지원하는 방안을 전향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이 적십자사에 역제의를 했기 때문에 1백억원 한도 내에서 쌀을 지원하는 방안을 전향적으로 검토하고 있습니다.”

현 장관은 그러나 천안함 사건에 따른 대북 제재 조치가 시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규모로 쌀을 지원하는 것은 어렵다고 덧붙였습니다.

한국 정부 당국자가 북한의 수해 지원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대북 조치의 원칙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인도적 차원에서 북한의 요구를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풀이됩니다.

이에 따라 북한의 수해 지원 품목에 쌀은 들어가지만 규모는 수 만 t 수준에 머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 당국자는 “올해 북한의 수해 실태는 2006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북한의 피해 상황과 남북관계 등을 감안해 적절한 규모를 지원할 방침”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국 통일부에 따르면 현재 쌀의 국제 시세는 태국산 쌀을 기준으로 t당 4백55 달러로, 한국 돈 1백억원으로 최대 구입할 수 있는 규모는 1만 8천 t 가량입니다.

한국 정부는 2000년부터 2007년까지 거의 해마다 30만t 이상의 쌀을 북한에 제공해왔습니다.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한 2006년에도 수해 지원의 일환으로 10만t의 쌀을 지원한 바 있습니다.

대북 소식통들은 북한의 식량난과 정치적 여건 등으로 미뤄볼 때 한국에 최소한 10만t 이상의 지원을 바라는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현인택 장관은 북한이 요구한 중장비와 시멘트에 대해선 선별적인 지원 방침을 밝혔습니다.

현 장관은 국회 답변에서 “시멘트는 일부 지원할 생각이지만 다른 것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해 중장비 지원은 쉽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습니다.

중장비의 경우 2006년과 2007년 대북 수해 지원 때도 논란이 됐던 품목으로, 전략물자로 전용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 정부 당국자는 수해 지원의 성격상 의약품 등도 함께 보낸다는 방침이어서 전체 지원 규모는 당초 계획했던 1백억원 보다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