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권력층 자녀들도 요직 대물림”

북한이 김정은 후계체제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전 현직 고위 간부들의 자녀들에게 핵심 요직을 대물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권력 안착을 위해 고위층의 충성심을 확보하려는 의도로 분석됩니다. 서울에서 김은지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북한이 3대 세습 과정에서 전현직 고위 간부들의 2세들에게 권력을 대물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북한 사정에 정통한 대북 소식통은 10일 북한의 전현직 고위 간부 자제들이 당과 군, 국가기구의 핵심 요직에 이어 차세대 실무 책임자층에도 다수 포진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우선 김정은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 공식 등장한 지난 2010년 9월 노동당 대표자회를 통해 전 고위층 2세들이 대거 지도부에 진출했습니다.

김일성 주석과 절친했던 항일빨치산 출신인 최현 전 인민무력부장의 아들인 최룡해 당 비서가 대표적입니다.

오진우 전 인민무력부장의 아들인 오일정, 오백룡 전 국방위 부위원장의 아들인 오금철과 오철산도 나란히 당 중앙위원과 후보위원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리명제 전 당 조직지도부 부부장의 아들인 리용호 외무성 부상도 부상급으로는 드물게 당 중앙위 후보위원에 진출했습니다. 고위직 인사의 사위들도 위세를 떨쳤습니다.

전문섭 전 국가검열위원장의 사위인 김영일 당 국제비서를 비롯해 정일룡 전 부수상의 사위인 태종수 당 총무(행정)비서와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은 당 중앙위 위원이나 후보위원에 올랐습니다. 지도층으로의 발탁이 유력한 당과 내각의 실무 책임자 자리에도 전현직 고위층 자녀들이 다수 포진했습니다.

최재하 전 건설상의 아들인 최휘는 최고 핵심부서인 당 조직지도부 부부장을 맡았고 김국태 당 중앙검열위원장의 딸인 김문경은 당 국제부 부부장까지 올랐습니다.

전 김정일 주치의인 리영구의 아들로 무역상을 역임한 리광근은 통일전선부 부부장으로 재직하면서 외자 유치 업무를 수행하다 최근엔 합영투자위원회 리철 위원장의 후임으로 임명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허담 전 당비서의 아들 허철은 최근 외무성 당비서에 발탁됐고, 제2경제위원장을 지낸 김철만의 아들 김태히는 김일성대 당 책임비서를 맡고 있습니다.

현직 간부 자녀 중 상당수는 근무 여건이 좋은 외교나 무역 분야에 배치돼 초고속 승진이나 보직 특혜를 받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의 조카인 장용철은 말레이시아 주재 대사로 나가 있고, 강석주 내각 부총리와 김영일 당 비서 등 외교 분야 책임자들의 자녀 상당수도 해외공관에 파견돼 있습니다.

군 수뇌부인 리영호 총참모장의 아들인 리선일과 김영춘 인민무력부장의 사위인 차동섭, 또 오극렬 국방위 부위원장의 아들인 오세현 등은 무역회사 책임자로 외화 벌이나 투자 유치에 종사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아들과 딸도 각각 외무성 과장과 대문연 책임부원으로 재직 중입니다. 최영림 내각총리의 딸 최선희는 외무성 연구원에서 곧바로 부국장으로 초고속 승진하기도 했습니다.

김정일 위원장의 넷째 부인인 김옥의 동생인 김균은 45살의 나이로 김일성종합대 총장 직무를 대리하는 1부총장에 임명됐습니다.

대북 소식통은 “이 같은 권력 대물림은 북한의 고위층을 정권과 한 배를 타게 함으로써, 3대 세습에 나선 김정은 부위원장에 대한 충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