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정부, “북한 추가 우라늄 농축 시설 우려”

북한 영변 핵시설 위성사진

미국 정부는 북한이 최근 공개한 영변 이외에 추가로 우라늄 농축 시설을 보유한 것으로 보인다며 강한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북한의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은 북 핵 6자회담 재개를 위한 과정에서 중요한 요소로 다뤄질 전망입니다.

미국 국무부의 필립 크롤리 공보 담당 차관보는 14일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이 영변 외에 하나 이상의 우라늄 농축 시설을 추가로 보유하고 있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크롤리 차관보는 북한이 지난 달 미국 과학자들에게 공개한 영변 우라늄 농축 시설은 난데없이 지어질 수는 없는 것이라며, 북한이 최소한 하나 이상의 추가 시설을 운용할 것이란 점을 분명히 보여준다고 말했습니다.

크롤리 차관보는 이어 미국은 이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한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한국 언론은 미국과 한국 정부가 북한이 서너 개의 우라늄 농축 시설을 보유했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또 최근 영변의 우라늄 농축 시설을 방문한 미국의 시그프리드 헤커 박사도 북한 내 다른 지역에 고농축 우라늄 생산이 가능한 비밀시설이 존재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주장했었습니다.

당시 북한은 2009년 4월 이후 우라늄 농축 시설을 건설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북한이 그 이전부터 우라늄 농축 계획을 추진해온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글린 데이비스 국제원자력기구, IAEA 주재 미국대사는 이 달 초 IAEA 이사회에서, 북한은 훨씬 전부터 우라늄 농축작업을 해왔으며, 최근 공개한 시설 외에 추가 시설을 건설한 것으로 의심된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과거 해외에서 관련 장비 구매를 시도했던 점 등은 이를 뒷받침 한다는 것입니다.

미국 정부 고위 당국자는 특히 북한의 우라늄 농축 시설은 이란의 지원을 받았을 것이라는 일부 관측과는 달리, 오히려 이란보다 진보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게리 세이모어 백악관 대량살상무기.테러.군축 담당 조정관은 최근 한 토론회에서, 북한의 우라늄 농축 시설은 이란과는 완전히 다르며, 오히려 이란보다 훨씬 효율적이고 진보된 것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북한의 우라늄 농축 계획은 앞으로 북 핵 6자회담 재개를 위한 논의 과정에서도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전망입니다.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 주 워싱턴에서 열린 미-한-일 3국 외무장관 회담에서 북한의 우라늄 농축 시설은 6자회담 합의와 국제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의 우라늄 농축 시설은 6자회담에서 합의한 2005년 9.19 공동성명과 유엔 안보리 결의 1718호, 1874호를 위반했다는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의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14일 서울에서 가진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6자회담을 재개하기 위해서는 북한이 최근 공개한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을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