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외교관이 최근 북한을 방문한 뒤 영국 외교부 웹사이트에 올린 여행 소감이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이 외교관은 평양과 지방의 대조적인 생활상과 북한 당국의 정보통제, 인권 유린 등에 대해 안타까움을 나타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워싱턴의 영국대사관에 근무하는 알렉스 브룩스 서기관이 최근 북한을 방문한 소감을 영국 외교부 홈페이지 블로그에 올렸습니다.
영국 외교부 방문단의 일원으로 방북했던 브룩스 서기관은 평양의 다양한 건설 현장과 늘어난 고급 자동차들을 보면서 번성하고 있는 듯한 겉모습에 놀랐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상황이 열악한 지방을 방문하면서 모든 북한 주민들이 평양과 같은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현실을 확인하게 됐다고 덧붙였습니다.
정권이 선호하는 정치적. 경제적 특권층만이 평양을 방문하고 거주하며 평양에서 공부할 수 있는 데 반해 지방은 농업 중심의 집단노동과 저개발이란 특성을 갖고 있다는 겁니다.
브룩스 서기관은 평양에 거주하는 외교관과 민간단체 관계자 등 외국인들이 겪는 어려움들도 소개했습니다. 신뢰하기 힘든 공공 서비스와 제한적인 생필품 구입 환경, 행정적 문제, 여타 고립 국가들보다 더 폐쇄적인 환경 때문에 평양의 외국인들이 정서적 불안정을 겪고 있다는 겁니다.
또 민간단체들은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로 더 열악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며, 이런 여건 속에서도 중요하고 (취약계층에) 파급력이 큰 인도주의 지원 활동을 계속 수행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북한 주민들에 대한 인상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했습니다.
브룩스 서기관은 북한 정권이 적대국가들의 위협을 주민들에게 과대망상적으로 선전선동하고 있기 때문에 워싱턴에 근무하는 자신에게 여러 질문을 던질 것으로 내심 기대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누구도 관심을 갖거나 질문하지 않았다며, 북한 정권의 정보통제가 얼마나 능숙한지 상기시켜줬다고 말했습니다.
브룩스 서기관은 이어 자신을 포함한 일행에게 당돌한 질문을 던진 13살 소년과의 대화를 통해 북한의 열악한 인권 상황을 소개했습니다.
이 소년이 “영국인들이 싫어하는 게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브룩스 서기관은 부정과 압제, 권력에 대해 절대적인 복종을 강요하는 것이라고 대답해주고 싶었다고 말했습니다.
영국인들은 권력자들이 국민의 기본권과 기회를 부정하는 것을 참을 수 없어 북한의 인권 개선을 위해 비판적 개입정책을 펴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었다는 겁니다.
또 원하는 대로 사진을 촬영하고 만나고 싶은 사람을 자유롭게 만나 하고 싶은 얘기를 맘껏 하며 나라 안팎을 자유롭게 여행하는 것은 특권이 아니라 인간의 당연한 권리이며, 이를 보장한 세계인권선언을 확인해 보라고 소년에게 답변해 주고 싶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브룩스 서기관은 감시의 눈길 등의 이유로 그저 영국인은 혈통을 뽐내는 것 (wasp)을 싫어한다고 답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브룩스 서기관의 이런 표현은 북한이 백두혈통을 중시하며 특정 계층만이 특권을 누리는 것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북한에 대해 비판적 개입정책을 펴고 있는 영국은 지난 2000년 북한과 수교한 이후 평양에 영국대사관을 개설해 다양한 교류를 하고 있습니다.
휴고 스와이어 영국 외교부 부장관은 지난 2월 영국 의회 답변에서 2013/14 회계연도에 북한과 관련해 100 만 달러를 제공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 내역에는 직원 급여를 제외한 대사관 운영비와 영어교육, 위생 사업 등 다양한 대북 인도적 지원이 포함돼 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