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의회, 불법이민 출산자녀 시민권 봉쇄 움직임

미국에서 태어나 시민권을 갖게된 아기

미국은 수정헌법에 따라 미국 땅에서 태어난 사람이면 누구나 국민으로 인정하고 시민권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미 의회에서는 공화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불법이민자 자녀에 대한 시민권 부여를 중단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습니다. 좀더 자세히 알아봅니다.

문) 우선 미국의 현행 시민권 제도가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설명해 주시죠?

답) 미국의 국적 제도는 흔히 ‘속지주의’라고 하는데요. 다른 나라의 ‘속인주의’와 대비되는 말입니다. 많은 나라들이 부모의 국적에 따라 자녀의 국적을 결정하는데요, 미국은 부모의 국적과 상관없이 미국 영토에서 태어난 사람이라면 누구나 시민권을 부여하고 있고, 그래서 속지주의라고 부릅니다. 이는 헌법으로 규정돼 있는 내용이기도 합니다.

문) 그런데, 일부 의회 의원들은 이런 현행 규정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 아닙니까?

답) 주로 공화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데요. 불법이민자들이 현행 국적법을 통해 편법으로 시민권을 취득하고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입니다. 그래서 이를 보완할 새로운 규정이 필요하다는 것이죠.

문) 불법이민자들의 시민권 취득이 어떻게 가능하죠?

답) 미국은 외국인이더라도 가족 중에 미국 시민권자가 있으면 영주권을 취득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데요. 따라서 불법이민자가 미국에서 낳은 자녀가 미국 시민권자가 되고, 이들이 성인이 돼서 가족에 대한 영주권을 신청하면, 불법이민자도 자녀를 통해 영주권 취득이 가능한 것이죠. 이번에 문제를 제기한 의원들은 법을 개정해서라도 이런 행태를 막아야 한다는 겁니다.

문) 어떻게 보면 그런 제도가, 불법이민자라도 미국에서 자녀를 낳고 정착할 수 있는 기회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드는데요. 왜 그렇게 반대하는 겁니까?

답) 애리조나와 조지아, 오클라호마 등 몇몇 주 출신 의원들이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데요, 최근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들의 입장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이들은 불법이민자 자녀에게 시민권을 부여함으로써, 미국의 납세자들에게만 돌아가야 할 혜택을 불법이민자 자녀까지 누리게 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겁니다. 또 현재의 국적법이 불법이민이 늘어나는 이유 중 하나라는 주장도 펴고 있습니다.

문) 미국에서 태어나는 불법이민자 자녀의 수가 얼마나 됩니까?

답) 이민단체 등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 2008년 미국에서 태어난 불법이민자 자녀가 34만 명이라고 하니까, 적지 않은 숫자입니다.

문) 반면에, 이들에게 계속 시민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 않습니까?

답) 그렇습니다. 이민자 권익단체 등은 즉각 반대 입장을 밝혔는데요. 불법이민자의 자녀라고 해도 헌법에서 보장한 권리를 빼앗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고요. 특히 불법이민자들이 비록 합법적인 절차에 따라 미국에 오지는 않았지만, 실제 미국 경제와 사회에 기여하고 있는 만큼, 오히려 이들이 합법적인 체류 신분을 획득할 수 있는 기회를 넓혀야 한다는 것이 이들 단체의 주장입니다. 그 동안 이민자들에 의해 최강대국으로 성장한 미국이 배타적 이민정책으로 돌아설 경우, 장기적으로 국가 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이란 우려도 있고요.

문) 지금까지 지켜보면 공화당이 이민정책에서 상대적으로 보수적이라는 인상을 갖게 되는데요?

답) 그렇습니다. 앞서 클린턴 행정부나 부시 행정부에서 추진됐던 이민개혁안도 공화당의 반대로 계속 무산됐고요. 지난 해 오바마 행정부는 부모와 함께 미국에 와서 불법이민자가 된 청소년들에게 시민권을 허용하는 ‘드림법안’을 추진했지만, 역시 공화당 주도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됐습니다. 이제 올해부터는 공화당이 의회 하원의 다수당이 됐는데요. 따라서 이번에 제기된 불법 이민가정 출산 자녀의 시민권 취득 문제도 더욱 뜨거운 화두로 떠오를 전망입니다.

문) 끝으로, 한국의 일부 언론들은 이런 미 의회 움직임과 관련해, 이제 원정출산이 어렵게 됐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던데요?

답) 원정출산은 말 그대로 임산부가 자녀에게 미국시민권을 주기 위해, 출산에 임박해서 미국에 와서 아기를 낳는 경우를 말하는데요. 한국은 이중국적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원정출산 문제가 국내적으로도 제기돼왔죠. 또 중국에서도 지난 해 농구선수 야오밍 부부가 미국에서 딸을 출산하면서, 미국 시민을 만들기 위한 원정출산 아니냐는 비난에 시달리기도 했는데요. 만약 이번에 문제를 제기한 의원들의 주장대로 미국 국적자의 자녀에게만 시민권을 부여하도록 법이 개정된다면, 앞으로 원정출산을 통한 시민권 획득도 불가능해지겠죠.

최근 미 의회에서 불법이민자 자녀에 대해 시민권 부여를 중단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는 소식 알아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