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선수 잠적설 해프닝으로 끝나

2010년 남아공 월드컵을 맞아 미국의 소리가 보내드리는 특집방송 <남아공 월드컵 이모저모> 시간입니다. 44년 만에 본선무대에 진출한 북한 대표팀 소식과 함께 다양한 월드컵 소식들을 자세히 전해 드리고 있는데요, 오늘도 이연철 기자가 나와 있습니다.

문) 이연철 기자, 월드컵에 출전 중인 북한 선수들이 한때 잠적한 것으로 알려져 한바탕 소동이 있었는데요, 어떻게 된 일입니까?

답) 국제축구연맹 피파가 북한과 브라질 경기가 열린 지난 16일 공개한 선수명단이 이번 파문의 발단이었습니다. 여기에 북한 선수 안철혁, 김명원, 김경일, 박성혁 등 4명의 이름에 영어 알파벳A라는 표기가 붙었는데요, A는 Absent, 즉 불참을 의미하는 것이었습니다. 즉, 이들 4명의 선수가 경기장에 나오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이 사실을 이탈리아의 한 언론이 처음 전하면서, 북한 대표팀은 4명의 불참을 미리 피파에 알렸어야 했지만,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어 한국 언론이 이 보도를 옮기면서 파문이 확대됐습니다. 월드컵에서는 주전을 포함해 교체선수까지 23명이 모두 경기장에 나오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런데, 한 두 명도 아니고 4 명이나 한꺼번에 빠지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어서 그 배경에 큰 관심이 쏠렸습니다.

문) 북한 선수 4명이 경기장에 오지 않은 것이 단순한 건강상의 이유라면 큰 문제가 없겠지만 팀을 무단 이탈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는 것이죠?

답) 네, 일각에서는 북한 선수들이 단체로 팀을 빠져 나와 망명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왔습니다. 한국 외교통상부가 남아공 주재 한국대사관을 통해 경위 파악에 나서는 등 한 바탕 소동이 있었습니다.

문) 하지만 결국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죠?

답) 국제축구연맹 피파가 언론 보도 내용을 공식 부인하면서 북한 선수 잠적설은 해프닝으로 끝났습니다. 피파의 고든 글렌 왓슨 언론 담당관은 북한 선수 잠적설은 사실이 아니라고 밝히면서,

해당 선수들이 경기장에 와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수 명단에 A 표기가 됐던 것은 단순한 인쇄상의 실수였을 뿐이라고 설명했는데요, 일부 언론들이 기록지 만을 근거로 경기장에 나오지 않았다고 보도하면서, 잠적설 망명설로 확대된 것입니다.

문) 그렇군요. 오는 월요일(21일) 북한과 경기를 갖는 포르투갈의 분위기가 상당히 어수선하다구요?

답) 북한과 일전을 앞둔 포르투갈 월드컵 대표팀, 앞선 코트디부아르와의 경기에서 비겼기 때문에 북한과의 경기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16강 진출의 희망을 이어갈 수 있는데요, 주전 선수와 감독 간 말다툼이 불거지는 등 분위기가 좋지 않은 상황이라고 합니다. 이 같은 분란은 피파 랭킹3위인 포르투갈이 지난 15일 코트디부아르전에서 0:0무승부를 기록하면서 시작됐는데요,잉글랜드 명문구단인 첼시 소속의 데쿠 선수는 경기 직후 카를루스 케이로스 감독의 전술이 잘못됐으며 자신을 교체한 것과 관련해서도 화가 났다면서, 이렇게 하면 앞으로 한 경기도 이길 수 없다고 악담을 퍼부었습니다. 이에 대해 감독의 수비 전술에 대한 비판과, 감독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데쿠 선수를 비난하는 쪽으로 갈라지는 등 포르투갈에서는 작지 않은 논란이 벌어졌는데요, 이 때문에 팀 분위기도 그리 좋지 않다고 합니다.

문) 북한에게는 반가운 소식일 수 있겠군요. 북한과 브라질의 경기가 끝난 지 며칠이 지났지만 아직도 북한 선수들의 선전에 대한 놀라움과 찬사가 이어지고 있는데요, 이 때문에 같은 조에 속한 팀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구요?

답) 그렇습니다. 북한의 마지막 상대인 코트디부아르의 감독이 북한에 대한 경계심을 나타냈습니다. 이번 월드컵에서 코트디부아르를 이끌고 있는 스벤 예란 에릭손은 한 때 북한 대표팀 감독 후보로 이름이 거론되기도 했었는데요, 북한의 실력을 얕잡아 봐서는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포르투갈과 맞설 충분한 실력을 갖췄고, 이 경기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겁니다.

문) 계속해서 어제 경기 결과 알아보죠. 전통의 강호들이 예상 밖의 패배를 당했군요?

답) 그렇습니다. 독일은 첫 경기에서 호주를 4-0으로 크게 이기면서 이번 대회 강력한 우승 후보의 하나로 떠올랐는데요, 어제 세르비아와의 경기에서 0-1로 패했습니다. 독일이 월드컵 조별리그 경기에서 패한 것은 24년 만에 처음인데요, 주 공격수인 미로슬라프 클로제 선수가 퇴장 당한데다 루카스 토돌스키 선수가 페널티킥을 실축 하는 등 운도 따르지 않았습니다.

지난 독일 월드컵 준우승국인 프랑스도 어제 경기에서 멕시코에 0-2로 패하면서 예선 탈락의 위기에 몰렸습니다.

마지막으로 미국은 슬로베니아와의 경기에서 전반에만 두 골을 허용해 0-2로 끌려가면서 패색이 짙었는데요, 후반에 두 골을 넣으면서 극적으로 2-2 무승부를 기록했습니다.

문) 끝으로, 한 가지 더 알아보죠. 이번 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에서는 지난 대회에 비해 유난히 골이 적었는데요, 2차전에서는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구요?

답) 그렇습니다. 본선 진출 32개국이 한 경기 씩을 치른 결과 16경기에서 25골로 평균 1.56골에 불과한 극심한 골 가뭄에 시달렸습니다. 2002년 한-일 월드컵과 비교하면 1골 이상 차이가 나는 것인데요, 하지만 2차전에 접어들면서 양상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아르헨티나와 한국 경기에서 5골이 나오는 등 지금까지 열린 6경기에서 모두 18골로 평균 3골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1차전에 비해 2배 가량 늘어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