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 "아프간 '테러 온상' 안 돼...주민 인권 존중해야"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가운데)이 17일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미군이 대부분 철수한 가운데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하자 주요국들은 아프간이 다시 테러의 온상이 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각국은 아프간 난민 수용대책 마련에 부심하는 가운데 탈레반에 민간인을 보호하고 인권을 존중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미와 유럽의 집단 안보기구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옌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17일 기자회견에서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것은 ‘비극’이지만 새로운 전투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냉정하게’ 상황을 평가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 “Those now taking power have the responsibility to ensure that international terrorists do not regain foothold. Allies have the capabilities and the vigilance to address future terrorist threats from Afghanistan.”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아프가니스탄에서 국제 테러분자들이 다시 기반을 구축하지 않도록 할 책임이 이번에 새롭게 정권을 잡은 세력에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나토는 아프가니스탄에서 철군한다는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의 결정을 지지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17일 나토 동맹국 대표들과 회의를 열고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데 따른 영향을 분석한 뒤 이같이 밝혔습니다.

도미닉 라브 영국 외무장관도 17일 영국 언론과 인터뷰에서 “서방에 대한 테러 공격에 아프가니스탄이 활용돼서는 안 된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라브 장관은 지난 20년간 이룬 안보 분야 성과가 위험에 빠졌다고 지적했습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16일 TV 연설에서 “아프가니스탄에 존재하는 테러 단체들은 불안정한 상황 가운데 이익을 보려고 할 것”이라며 “아프가니스탄이 다시 테러의 성지가 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마크롱 대통령] 프랑스어

마크롱 대통령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책임 있고 통일된 해답을 제시해야 한다며, 프랑스는 러시아, 미국, 유럽과 적극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탈레반이 15일 수도 카불을 장악하고 “전쟁은 끝났다”며 승리를 선언하자 유엔 안보리는 16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긴급회의를 열고 즉각적인 적대행위 중단과 통합정부 수립을 촉구했습니다.

유럽연합 외무장관들은 17일 긴급 화상회의를 열었으며, 영국의 보리스 존슨 총리는 아프가니스탄 사태를 논의할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소집을 요구했습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왕이 중국 외교부장,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도 잇따라 통화를 하고 아프간 문제를 논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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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클릭] 탈레반 아프간 재장악

탈레반 정부 인정 여부 쟁점

아프간에서 권력을 장악한 탈레반을 합법 정부로 인정할 지 여부도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17일 “우리는 다른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탈레반을 합법 정부로 인정하는 일을 서두르지 않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라브로프 장관] 러시아어

라브로프 장관은 전날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도 통화했다며 “우리의 입장이 하나로 모아진다”고 밝혔습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15일 “아무도 성급히 탈레반 정권을 인정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으며,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은 16일 “앞으로 아프간 정부에 관한 우리의 태도는 궁극적으로 탈레반의 행동에 달려 있다”고 말했습니다.

EU 외교 정책을 총괄하는 호세프 보렐 외교 안보 정책 고위대표는 17일 “탈레반이 전쟁에서 승리했기에 우리는 그들과 대화해야 할 것”이라며 “탈레반을 인정한다는 게 아니라 대화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17일 독일 베를린에서 아프가니스탄 주민 구출을 위한 항공 지원을 요구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아프간 난민 대거 발생 대비

아프간 탈출 행렬이 카불 국제공항을 일시적으로 마비시키는 사태가 일어난 가운데 특히 유럽국가들이 난민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습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필리포 그란디 유엔난민기구 최고대표와 아프간 난민 문제를 논의하려 한다고 17일 밝혔습니다.

[녹취: 메르켈 총리] 독일어

메르켈 총리는 “우선 아프간 주변국들이 난민을 수용할 가능성을 타진하고, 그 다음 단계로 일부 난민들이 조율된 방식으로 유럽에 오는 것을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유럽연합이 공동의 난민 정책을 세울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아프간 난민이 대거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유럽 차원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지난 2015년 시리아 내전 발발 당시 132만여 명이 유럽연합에 난민 신청을 한 바 있습니다.

지난 15일 카불에서 이륙한 미 공군 C-17 글로브마스터 III 수송기에 탈레반 통치를 피해 탈출하는 아프가니스탄 주민들이 가득 타고 있다.

유엔, 탈레반에 ‘주민 보호ㆍ인권 존중’ 촉구

한편 탈레반은 지난 1996년부터 2001년까지 이슬람 율법을 앞세워 엄격히 통치하던 시절과는 달리 여성 존중 등 유화적인 정책을 도입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탈레반은 17일 아프간 전역에 사면령을 내리고 여성의 정부 참여도 촉구했습니다.

이에 대해 국제사회는 탈레반 정권이 약속을 지키는 지 주시할 것이라는 입장입니다.

루퍼트 콜빌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 대변인입니다.

[녹취:콜빌 대변인] “All parties, including the Taliban, have an obligation to protect civilians and to uphold human rights. They must respect and protect both international humanitarian law and international human rights law.”

콜빌 대변인은 “탈레반을 비롯한 모든 당사자들은 시민들을 보호하고 인권을 지킬 의무가 있다”며 국제 인도주의법, 인권법 모두를 지켜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콜빌 대변인은 또 “탈레반은 여성이 일을 할 수 있고 소녀들이 학교에 갈 수 있다고 했다”며 “이러한 약속이 지켜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카불의 서방 외교관들은 VOA에 “여전히 불안하며 폭풍 전야라는 두려움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외교관들은 “탈레반이 권력을 공고히 한 이후에 돌변할 수 있으며, 강경파가 온건파를 밀어낼 것으로 우려된다”고 전했습니다.

서방 정보 당국자들은 또 VOA에 과격 무장반군들이 아프가니스탄으로 돌아오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

*이 기사는 AP와 로이터를 참조했습니다.